영 어시스턴트 (7) 운동화

by 노동자a

감격의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그날 영은 감색 운동화를 신고 대수네 아파트와 미용실을 총 여덟 번 왕복했다. 한 손에 운동화 상자 다섯 개씩, 양손에 열 상자를 들고 걸어서 운동화를 날랐다.

새 신에 익숙지 않은 발은 발가락부터 발뒤꿈치까지 안 아픈 데가 없었지만, 대수가 내려준 임무가 그들과 진짜 가족이 되는 관문처럼 느껴져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그날 그녀가 나른 운동화는 영의 쪽방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제 쪽방은 영이 대각선으로 누워야 두 다리를 겨우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다.


sneakers-304334_1280.png


미용실에 운동화가 쌓이자 대수 부부는 본격적으로 운동화 판매를 시작했다.

달래는 단골들의 머리를 만지며 운동화를 권했다. 그들의 머리에 파마약을 바르고 드라이를 하면서, 운동화 착용감은 어떤지, 색상은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단골들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었다. 그 자리에서 운동화값을 치르는 이들도 있었다.

쪽방에서 운동화가 줄어드는 수만큼 영은 대수네 집에 있는 운동화를 가져다 채워놓았다.


대수는 밖으로 돌며 다른 미용실과 대리점 계약을 시도했다. 그는 운동화 상자를 들고 주변 미용실을 방문해 나름 프리젠테이션이란걸 했다.


“운동화 판매를 위해 별도 매장도 인력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미용실 한쪽에 운동화를 비치해 놓기만 하세요. 그럼 고객들이 알아서 신어보고 돈을 낼 겁니다. 왜냐면 이 제품은 미용실 주 고객층인 중장년여성용 기능성 운동화거든요.”


그러나 대수의 열띤 프레젠테이션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얼씨구나, 계약합시다.’ 하지를 않았다.

마케팅 부족이라고 생각한 대수는 전단을 제작해 달래와 영에게 길에 나가 돌리게 했다.

그날도 둘이 전단을 돌리러 나갔다가 영이 먼저 돌아온 날이었다.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미용실에서 신고도 안 하고 운동화를 팔면 어떡합니까? 민원 들어오잖아요.”


공무원의 목소리에 짜증이 실려있었다.


“사장님 지금 안 계시는데...... 미용실에서 운동화 팔면 안 돼요?”


영의 어눌한 말투에 공무원이 과장된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의 다른 미용실이랑 신발가게 생각도 하셔야죠. 영세업체들만 모인 데서 그러면 시비붙어요. 아무튼 사업자등록증에 품목 추가하시라고요.”


달래가 돌아오자마자 영은 공무원의 말을 전했다.

달래는 말이 없었다. 그 표정이 예사롭지 않아 영도 입을 다물었다.


desperate-2293377_1280.jpg


월요일 연재
이전 11화영 어시스턴트 (6) 서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