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우정 (10) 체육대회

by 노동자a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체육대회가 시작됐다.

서울 본사가 청팀, 지사 연합이 백팀으로 나뉘었다.

오전엔 피구, 발야구, 족구 시합을, 오후엔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시상식 순이었다.


난 피구경기에 참여했다. 운동신경도 없고 공에 대한 두려움까지 있는 나는 죽기 살기로 공을 피했다.

그 결과 청팀엔 나 혼자 남았다. 백팀엔 무려 일곱 명이나 남아있는데.

틀림없이 한 방 제대로 얻어맞고 나가떨어지겠구나, 겁에 질린 나는 미친 듯이 공을 피했다.

몇 배로 부푼 공이 나 하나를 때려눕히지 못해 사방에서 날아오는 것 같았다.

머리와 등에 땀이 줄줄 흘렀다.

숨이 턱턱 막혔다.

웅성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우르르 달려왔다.

그제야 난 상대 진영이 텅 비어있음을 알았다.


피구에서의 대활약으로, 난 남은 모든 경기에서 빠지는 특권을 얻었다.

응원석에 앉아 발야구와 족구를 구경했다. 가을 햇볕이 은근히 따가웠다.

그늘을 찾아 두리번대는데 운동장 한쪽에 나란한 버스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온 버스가 네 대, 지사에서 온 버스가 일곱 대.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모양이 다른 붉은색 관광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버스 측면에 ‘물류팀 황주희 씨 결혼식 차량, 출발 오전 11시’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열한 시 반이었다.

나는 일단 내가 타고 왔던 서울 1호 버스로 갔다. 문은 잠겨있고 운전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버스 창문을 따라 까치발로 걸어 내 자리를 찾았다. 배낭 끄트머리가 보였지만 창문이 잠겨있어 꺼낼 방도가 없었다.

그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운동장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 연수원 건물로 향했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어쩔 수 없지, 하며 마지막 무리에 섞여들었다.


오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어달리기였다. 청팀 마지막 주자는 은혜 언니였다.

백팀보다 늦게 바통을 이어받은 그녀는 놀라운 속도로 상대와의 간격을 좁혀갔다.

난 그녀가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그녀와의 앙금도 잊고 열심히 응원했다.


"청팀 이겨라! 우리 편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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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은혜 언니는 왜 여태 여기에 있는 거지? 주희 결혼식에 가기로 한 것 아니었나?

사람들 많이 데려간다고, 주희는 그렇게 말했는데......

은혜 언니가 앞선 주자를 추월하더니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청팀 응원석은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괴성을 질러댔다.

은혜 언니의 측근들 -그녀가 주희의 결혼식에 갔다면 동원되었을 사람들- 이 그녀를 하늘로 헹가래 쳤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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