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사회는 기획팀장이 맡았다. 그는 허리를 구십 도로 굽히며 P 상무를 단상으로 모셨다.
먼저 우승팀 시상이 진행되었다. 청팀 대표 서울 영업팀장이 P 상무 앞에 다소곳이 섰다.
P 상무가 우승컵을 전달했다. 기획팀에서 제작했다는 우승컵은 내 키보다 컸다. 과하다 싶었다.
행운상 추첨이 이어졌다. 본부 전원의 명함이 담긴 투명박스에서 무작위로 열 명을 뽑아 백화점 상품권을 나눠주었다.
마지막은 MVP 발표였다. MVP는 P 상무 및 영업팀장들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이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기획팀장은 강조했다.
부상은 최신형 스마트폰과 이 박 삼 일간의 특별 휴가라는 말에,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기획팀장이 입으로 두구두구두구하며 드럼 소리를 냈다.
P 상무는 손에 쥔 쪽지를 슬쩍 열어보며 짓궂은 표정으로 뜸을 들였다. 여기저기서 재촉의 아우성이 일었다.
“흠흠. 발표하겠습니다. 영업본부 단합대회 Most Valuable Player...... 서울 영업팀 강유리!”
그날의 주인공은 경쟁자를 따돌리고 역전승을 거둔 은혜 언니가 아니었다. 패색 짙은 경기에서 끝내 목숨을 부지한, 적이 전멸할 때까지 간신히 살아남은 나였다.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나는 단상에 올랐다. P 상무와 눈을 맞추고 악수를 했다.
왼손에 최신형 스마트폰을, 오른손엔 ‘2박 3일 특별휴가’라고 쓰인 큼지막한 보드지를 들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단상에서 내려오는 계단이 뭉실한 구름 같았다.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야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나는 서울 1호 버스에 올라 내 자리에 앉았다. 창문으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직방으로 쏟아졌다.
눈이 부셔 커튼을 닫으려는데, 저만치 떨어진 곳에 붉은색 관광버스가 서 있었다.
'저 버스가 왜 아직도 있지?'
나는 배낭을 챙겨 들고 붉은색 관광버스로 달려갔다.
닫혀있는 앞문을 두드리자 기-잉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뭐요?”
중년의 버스 기사가 물었다.
“대구 결혼식에 가는 차 맞죠? 아직 안 가셨네요?”
“누가 타야 출발을 하지, 빈 차로 어딜 가요?”
“아무도 안 타서 지금까지 기다리신 거예요?”
“기다리긴 뭘 기다려. 결혼식 끝난 지가 언젠데. 이 차는 벌써 다른 스케줄 잡혀서 대기 중이라오. 에이, 한숨 자고 있는데 깨우고 그래.”
나는 터벅터벅 걸어 1호 버스로 돌아왔다. 그 사이 버스 좌석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대는데, 동료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오, 우리 MVP!’, ‘유리씨 보기보다 악바리던데? 끈기 있어!'
‘오늘 P 상무님한테 눈도장 제대로 찍었겠다. 부러워.’
‘축하해요. 잘했어, 우리 편!’
익숙지 않은 관심과 칭찬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마침 빈 자리 하나가 눈에 띄어 얼른 앉았다. 그때까지 내 손엔 최신형 스마트폰 상자가 꼭 들려있었다.
괜히 무안해진 나는 상자를 넣으려고 배낭 지퍼를 열었다. 전날 아침, 구겨지지 않도록 얌전히 개어 넣은 푸른색 투피스, 하얀 블라우스, 고탄력 팬티스타킹, 굽을 갈아 낀 하이힐, 청첩장, 축의금 봉투가 배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눈꺼풀 너머로 붉은 햇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숨을 곳 없는 부끄러움에 감은 눈에 힘을 꽉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