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잖아. 본인이나 직계가족 경조사 아니면......”
주희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이러라고 내가 너한테 그 긴 시간 공들인 줄 알아? 난 너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결혼식에 직장 동료가 안 오면 내 꼴이 뭐가 되겠니? 비정규직이라 회사에서 신경도 안 쓴다고 해? 여자들 사이에는 우정도 없다고 해?”
울부짖는 주희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팀장한테 말이라도 꺼내 볼까? 고민하는데, 티슈에 코를 풀고 눈물을 닦은 주희가 시뻘게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너 진짜 한심하다. 왜 그렇게 벌벌 기면서 살아?”
“뭐?”
“너, 이 회사 십 년 다녔어. 근데도 할 말 못 하고 바보같이 구니까 사람들이 널 무시하는 거야. 은혜 언니가 그러더라, 넌 세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불쌍한 애라고. 우리와 달리 결핍된 환경에서 자라, 더불어 살 줄 모른다고. 잘 들어. 은혜 언니는 온다고 했어. 걱정 마. 은혜 언니가 사람들 많이 데려올 거야. 그 언니 인기 많잖아. 못 어울리는 사람은 떨어져 나가는 거지.”
주희가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받아쳤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은혜 언니가 사람들 잔뜩 데려가면 들벅들벅하니 잔칫집 기분 나겠다. 그럼 난 굳이 눈치 봐가며 단합대회 안 빠져도 되고. 정말 잘 됐다.”
금요일 저녁 일곱 시. 영업본부 전원은 양평 연수원에 집결했다.
연회장에서 P 상무의 개회사를 듣고 저녁을 먹었다.
밤 아홉 시엔 강당에 모여 외부 강사의 고객관리 강의를 들었다.
여강사는 TV에도 나오는 유명한 쇼핑호스트로 상당한 미인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일까요? 거래처? 동료? 아니죠.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를 최고로 모셔야 해요. 내가 행복해야 내 거래처, 내 동료, 내 가족 모두 행복합니다.”
강사의 목소리는 옥구슬처럼 까랑까랑했지만,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직원들의 눈과 어깨는 점점 아래로 꺼졌다.
자정이 다 되어 맥주 파티가 시작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P 상무에게서 소주 한 잔을 하사받은 직원들은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