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빈 책상에 멀뚱히 앉아있었다.
잠시 후, 화장을 고치고 온 희주 언니가 나를 불러 첫 번째 임무를 주었다. 난 그날 오후 내내 사무실 구석에 앉아 사무용품을 정리했다.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서류, 볼펜,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등을 차곡차곡 정리하다 ‘윤호식 꺼’라고 쓰인 호치키스를 발견했다. 점심시간에 소개받은 팀원 중 윤호식을 기억해냈다. 그는 당시 마흔세 살로 나이는 팀장급이었지만 입사가 늦어 평사원인 남자였다. 나보다는 스물네 살이 많은 분이다 보니 선배님이라 불러야 할지, 윤호식 씨라고 불러야 할지 헷갈렸다.
두 호칭 모두 불손한 느낌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또 악수를 두었다.
“아저씨... 이거요.”
윤호식 씨가 나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맞은 편에 앉은 희주 언니가 벌떡 일어났다.
“소연아, 아저씨가 뭐니? 윤호식 씨라고 불러야지. 호식 씨, 미안해요. 내가 교육할게요.”
주눅이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와중에도 난, 희주 언니는 어쩜 저렇게 우아하게 말하지? 하며 감탄했다.
6시 반이 되자 희주 언니가 나더러 함께 퇴근하자고 했다.
우린 강남역까지 함께 걸었다.
그녀는 나를 강남역 지하상가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로 데려갔다.
그리곤 벽을 가득 채운 액세서리 중에서 엄지손가락 크기의 호랑나비 핀 한 쌍을 골랐다.
계산을 마친 그녀가 나비 핀 한 개를 나에게 주었다.
"하나씩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