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4)

by 노동자a

이튿날, 나는 전날과는 달리 머리를 풀어 내렸다. 그리고 희주 언니에게 받은 나비 핀을 오른쪽 귀 위에 꽂았다.

출근해서는 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꾸만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복도에 하이힐 굽이 깡깡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희주 언니가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난 언니를 보자마자 머리를 살짝 돌려 오른 통수에 붙은 나비 핀을 보여주었다.

언니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눈꺼풀이 꾹 눌리는 윙크를 나에게 보냈다.

그녀의 파마머리에도 호랑나비가 앉아있었다.


당시 나에겐 희주 언니가 조직 내 어떤 사람보다도 - 팀장이나 사장보다도 - 크게 보였다.

희주 언니가 내 사회생활에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내린 결론을 이렇다.

첫인상으로는 사람을 파악할 수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리고 시간! 시간이 답이다. 시간이 흐르면 인간은 누구나 본성을 드러내게 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애석하게도 세상엔 절대악이란 게 있다.

사라져 주는 것이 이로운 존재들.

그들은 엄청나게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마치 공룡시대부터 대대손손 이어져 온 바퀴벌레들 같다.

그들이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만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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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긴가민가했다. 희주 언니가 날 괴롭힐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녀가 회의 때마다 나를 밖으로 내보내거나, 점심시간에 따돌린다 해서 심각하게 여기진 않았다.

그러다가 입사한 지 삼 년쯤 지났을 때였다. 본부 송년회 자리에서 그녀가 목청 높여 말했다.


“이소연, 아빠가 무슨 일 한다고 했지? 참, 아빠 없다고 했지. 그럼 엄마는? 엄마는 있을 거 아냐. 엄마도 없어? 여러분, 소연이 앞에서 가족 얘기하지 말아요. 불쌍하잖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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