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학교에서나 당할법한 왕따를 회사에서 당했다.
그만 보면 어깨를 조아리고 아부떨던 놈들, 어떻게든 잘보이려고 애쓰던 놈들이 그를 깡그리 무시했다.
부하직원들은 그래도 나았다.
경쟁자였던 동료들은 대놓고 비난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술먹고 사고를 쳐? 회사 이미지 생각 안하나?"
"그러게 팀원 관리 좀 잘하지. 얼마나 리더십이 없으면 팀원이 팀장을 인사팀에 꼰질러?"
이제 다 끝났다.
끝난 줄 알았다.
회사에서 망신 당하고 왕따 당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집에서 말이다.
회사에서의 일이 너무 급작스럽게 돌아가서 해고 후를 준비하지 못했다.
해고 당한 뒤 며칠은 출근하는 척 나와 거리를 배회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목적지도 없이 서성거리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고 시간이 안 갔다.
차에서 잠을 자는 것도 고역이었다.
거짓 출근을 한 지 일주일 만에 넉다운이 된 상렬은 새날이 밝았을 때 침대에서 밍기적거렸다.
지각하겠다고 재촉하는 아내에게 휴가를 냈다고 해버렸다.
"갑자기 휴가를 냈다고요?"
휴가내서 애들이랑 시간 좀 보내라고 사정할 때는 들은 척도 안하던 양반이 상의도 없이 덜컥 휴가를 냈다니.
아내는 믿지 않았다.
"잘렸어요?"
"내가 왜 잘려?"
화풀이 하듯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아내는 놀라 한발 물러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언제 짤렸어요?"
발끈하는 상렬의 반응에 해고당한 게 진짜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잘린 게 아니고 관뒀어."
"왜요?"
"언제까지 조직의 부품일 수는 없잖아. 나도 내 사업해야...."
"그런 생각은 젊었을 때 해야지! 나이가 몇인데 지금 와서! 애들이 이제 고등학생, 중학생인데 어쩌려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가 소리를 질렀다.
사업 얘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들을 가치가 없는 허술한 핑계라는 걸 눈치챘거나.
등교 준비를 하던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싸우는 소리를 다 들었고, 아빠가 회사에서 해고당한 것까지 알게 되었다.
아빠가 불쌍한 건지 눈을 잘 마주치지 않던 아이들은 며칠이 지나자 노골적으로 불편한 티를 냈다.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거실을 차지한 상렬을 보고는 멈칫해서 도로 들어가 버리는 식이었다.
마치 자기들 구역에 멋대로 침범한 불청객 대하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