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빡스 (8)

by 노동자a

허기가 져 더는 방에 누워 있을수도 없었다.

집은 텅 비어있다. 애들은 학교에 갔고 아내도 나갔다.

상렬이 해고 당한 걸 안 뒤로 며칠간 아내는 자기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일을 구하러 나간다며 들으라는 듯 말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가족 모두가 상렬과 한 공간에 있으면 전염병이라도 옮는 것처럼 굴고 있다.

회사에서 당한 왕따를 집에서도 당하게 되다니.

이 와중에 주린 배를 채우겠다고 주방을 서성이는 자신이 짜증나고 서러웠다.

밥통에 밥이 있고 냉장고에 반찬이 있지만, 스스로 차려서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인지 당기지가 않았다. 내손으로 차리려면 차라리 라면이 낫다. 뭔가 밥을 차려먹는 건 비참하다.

상렬은 선반을 뒤졌다. 봉지라면도 있고 컵라면도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결국 방으로 들어가 외투를 걸쳤다.

생각해보니 군대를 제대한 뒤 라면도 제 손으로 끓여 먹어본 적이 없다.

비참하긴 마찬가지 일 것 같았다.




요즘 날씨가 이렇게 좋았나?


바깥은 놀라울 정도로 화창했다.

너만 빼고 다 잘 돌아가. 날씨조차도. 라는 것처럼.


어슬렁어슬렁 골목을 걸을 때 한 중년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멈칫한 여자가 슬쩍 묵례했다.

부하직원들에게 인사를 받던 습관으로 고개를 까딱하자,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상렬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지나갔다.

이웃 같은데 누군지를 모르겠다. 애들 친구 엄마는 아니겠지? 설마 선생?

별 것도 아닌 일에 예민해졌다. 백수라는 게 들통나서일까?


무거운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소주가 당겼다.

정오를 겨우 넘겼을 뿐인데.

낙오자 되는 거 한 순간이네.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발은 소주가 있는 슈퍼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슈퍼 앞 평상에 두 노인이 마주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

그들은 상렬이 앞을 지날때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빤히 쳐다보았다.

상렬은 시선을 피하며 슈퍼로 들어가서는 소주와 오징어, 과자 한 봉지를 사서 나왔다.

두 노인은 또 하던 말을 멈추고 상렬을 빤히 보았다.

머리가 하얗고 눈이 부리부리한 노인이 대뜸 물었다.


"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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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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