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빡스 (6)

by 노동자a

두달 전만해도 상렬은 그의 인생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었다.

김성시 본부장은 상렬과 매출 상위 10개 대리점 사장들을 해외 출장에 보내주기로 했다. 공식적으로는 출장이지만 실제로는 포상 휴가였다.

처음엔 필리핀정도 얘기가 나왔는데 일이 점점 커졌다.

결국 상렬은 거래처 사장, 지사장, 영업소장, 총무를 담당할 평사원까지 총 30명을 인솔해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다.

상렬이 기획안을 짰지만 승인은 김 본부장이 내렸다. 출장이 끝나고 일이 터졌을 때 김 본부장이 승인하지 않았느냐, 왜 나에게만 그러느냐고 상렬이 따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상렬은 30명을 이끌고 미국으로 떠났다.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다. 너무 돈을 많이 썼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 이 사달의 트리거가 된 건 마지막 날이었다.

출장을 빙자한 초호화 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러 토플리스 파티장에 갔다.

원래도 술을 코가 비뚤어지게 마시는 상렬은 완전히 만취해 이성을 잃었다. 여자를 끼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회식 때마다 개가 되었던 그는 거기서는 아주 미친개가 따로 없었다.

상렬은 아직도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의아했다. 자신이 흥을 낸 건 맞지만 자신만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 일은 출장에 ‘시다바리’로 따라갔던 평사원에 의해 회사에 알려졌다.


그 평사원으로 말하자면 압구정에서 꽤 규모있는 피부과 원장의 아들로, 출장 후 상렬의 만행을 회사에 폭로한 뒤 사직서를 내고 로스쿨에 들어갔다. 진작 로스쿨을 준비중이었고 퇴사 계획까지 있었으면서 찍소리 안하고 미국 출장에 따라간 얍삽한 녀석.

녀석이 상렬에게 맺힌게 있었는지, 그의 주장처럼 정말 상렬의 행동이 ‘정도에 어긎나고, 회사의 품위를 실추시켜서’인지는 알수 없다.

출장을 다녀온 녀석은 인사팀 동기에게 입을 열었고, 동기는 인사팀장에게, 인사팀장은 경영지원본부장에게 전했다.

그 결과 상렬은 ‘문책성 해고’를 당한 것이었다.

사유는 풍기문란과 공금유용이었다. 출장을 핑계로 여행을 갔다는 것이다.

참고로 출장 품의서에서 요청한 예산은 15억이었다. 서른명이 일주일간 미국에 가면서 인당 4천씩 12억. 플러스 활동비 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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