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빡스 (5)

by 노동자a

담배를 다 태우고도 상렬은 화장실에 계속 있었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사내방송이 시작될때까지도 화장실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 식사 전 손을 씻는 남직원들은 별로 없었지만, 방광을 비우는 놈들은 많았는데.


아마도 문밖에 준태가 서 있을지 모르겠다. 양손 검지를 이마 옆에 올려 뿔난 모양새를 해보이며, ‘여기 오 팀장 있어. 열폭중.’라고 입모양으로 떠들고 있는지도.


그런 상상까지 하다보니 치욕스러워 더는 숨어있을 수 조차 없었다.

벌컥 문을 열고 나간 그가 멈칫했다.

수많은 직원들이 엘레베이터 앞에 모여 있었다.


씨발, 몇분만 더 숨어있을껄.


상렬은 어린애처럼 비상구로 뛰어갔다.

철문이 닫히자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 팀장님 얼굴 봤어?"

"눈마주쳤는데 못 본척했어."

"아휴, 안되셨네."

"안되긴 뭘. 다 자업자득이지."

"하긴. 평소에 잘했으면 저렇게 초라하게 짤리진 않았을 거야."


상렬은 15층에서 1층까지 미친듯이 뛰어내려갔다.

23년간 충성했던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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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듯한 두통과 타는듯한 갈증에 눈을 떴을땐 해가 중천이었다.

어제 정오 무렵 직장에서 도망쳐나온 상렬은 명동에서 상암동까지 걸어서 귀가했다.

허리와 다리가 끊어질 것 같고 발바닥은 감각이 없었지만, 무너진 자존심 때문에 몸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집앞 구멍가게에서 소주 두병, 맥반석 계란, 오징어와 땅콩을 사서는 집으로 왔다.

이 나이가 먹고 보니, 아무리 속이 상해도 빈속에 깡소주 붓는 객기는 겁이 났다.

맥반석 계란 세알을 급하게 까먹고,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람은 평생 자기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자리에 가만히 누워있자니 지난 두 달의 일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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