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빡스 (11)

by 노동자a

"다시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어."


만원이 마시다 남긴 소주를 두식이 비웠다.


"맞아. 어딜가든 변두리였지."

"일용직도 했어."

"일용직이요?"

"물류센터 상하차 같은 건 하루 일당이 쏠쏠하거든."

"형님이랑 거기서 만났어."

"하지만... 그건 오래 할 게 못 돼."

"아무래도 몸이 힘들죠?"


상렬이 미약한 희망과 커다란 근심이 뒤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수틀리면 물류센터라도 나가자는 희망과, 평생 사무직만 했던 제가 몸쓰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근심이었다.


"몸도 힘들지만, 젊은 애들의 구박이 견디기 고역이더군."

"구박이요?"

"거기 관리자들은 대부분 젊어. 녀석들이 보통 싸가지가 없는게 아니야."

"위아래도 없는 녀석들 집합소라니까."


두식이 거들었다.


"시스템 개선하면 금방인 걸, 사람들더러 더 빨리 움직이라며 노예처럼 부리고 말이야. 멍청한 것들. 시스템 개선하면 간단한 걸 사람을 갈아서 쓰기나 하고."


확실히 IT 출신이라 그런 게 먼저 눈에 들어온 듯했다.

두 노인의 말을 들으며 상렬의 가슴에 애매하게 피어올랐던 희망은 싹 사라졌다.

저는 죽어도 젊은 애들의 지시를 받으며 일은 못할 것 같았다.


두식과 만원은 출근시간에 나와 수퍼 앞에서 장기를 두고 점심을 먹은 뒤 또 장기를 두거나 신문을 읽고 헤어진다고 했다. 그게 벌써 몇 년 째라고 했다.

상렬은 두 노인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 헤어졌다.

말 많은 노인들 덕분에 하루를 때우기는 했지만, 내일 또 만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내일은 다른 길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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