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빡스 (12)

by 노동자a

상렬이 두식, 만원과 아침에 만나 해지고 헤어진지 어느새 열흘이 되었다.

열흘 전만해도 두 사람을 피해다닐 생각이었다.

누가봐도 그들은 낙오자였으니까.

주류에서 밀려난 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쓸모없는 노인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들과 어울리면 자신도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상렬은 갈 곳이 없었다.

혼자 밥먹는 것도 싫었다.

이미 그의 처지를 알았으니, 다시 만나도 창피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점심은 주로 근처 백반집에서 먹었다.

간판도 없는 걸 보면 무허가 식당이 분명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백수 셋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반갑기만 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근처에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도 있다고 했는데 두식과 만원은 아직 그런 곳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여태 남은 자존심이있다는 게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상렬의 생각보다 아주 밑바닥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오늘도 정오가 되었다.

평소처럼 백반집으로 가려는 만원과 상렬을 두식이 붙잡았다.


"감자탕이나 먹으러 가지."


근처에 유명한 감자탕집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가격이 백반집의 세 배였다.

만원과 상렬이 꺼리는 표정을 짓자 두식이 지갑이 든 가슴팍을 툭툭 쳤다.


"아들이 왔었어."

"형님 용돈 받으셨군요?"


두식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원은 제 일처럼 기뻐하며 상렬의 어깨를 툭 쳤다.


"형님 아들이 아주 효자야. 형님이 자식 농사를 참 잘 지으셨어."

"자네도 마찬가지지. 딸이 아버지라면 끔찍이 아끼잖아."


그랬구나.

그래서 두 사람이 놀고 먹을 수 있었던 거구나.

그 생각을 못했네.

상렬은 처음으로 이 무리에서 제일 못나보였다.

이 무리에서는 가장 젊고, 백수된 기간이 제일 짧았기에,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믿는 구석이 있는 건 두 노인이었다.

제 아이들은 돈벌이 하려면 멀었다.

결국 저 두 노인이 간 길을 나도 가게 되는 걸까.

생각에 잠겨 두 노인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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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간판이 달린 감자탕집은 넓고 쾌적했다.

옆 테이블과의 간격이 넓었고 음식은 정갈하고 맛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당에서 천천히 식사를 마친 그들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만원이 그런 말을 꺼냈을지도 모른다.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형님."

"아이구, 뭘 커피까지. 그럼 공원 근처 카페로 갈까?"

"아휴 거기는 맛이 없어요. 스타빡스로 갑시다."

"스타빡스?"


한발 물러나 있던 상렬이 끼어들었다.


"스타벅스 말씀하시는 거죠?"

"어어, 그렇지. 가자고. 형님 가십시다."

"커피 한잔을 뭐 비싼데서 먹을라고... 그냥 싼데로 가지."

"제가 예전에 한번 마셔봤는데 맛이 다릅니다. 일단 가 보세요."


만원이 두식의 팔을 잡아 끌었다.

상렬은 추레한 세 남자가 괜히 무안이나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향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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