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빡스 (13)

by 노동자a

"자자, 들어오세요, 형님. 동생도."


스타벅스는 동네에서 가장 큰 빌딩 1층에 입점해 있었다.

두식은 이런 곳에 와본지가 20년이 넘었고, 만원은 작년 쯤 비슷한 곳에 가보긴 했지만 자신이 나서서 주문을 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온 것처럼 매우 긴장이 되었다.

상렬은 스타벅스 커피를 종종 마셨다. 기획팀 서무 손다정에게 법인카드를 주면서 '커피 사와서 팀원들 한잔씩 줘.'라고 하면 다정이 꼭 이곳에서 사왔다. 커피 맛이 다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여기 잔을 들고 마시면 성공한 느낌이랄까? 제법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카드 영수증은 손다정이 회계처리를 하기 위해 바로 가져가서 상렬이 확인한 적은 거의 없지만, 한잔당 5천원이 넘었던 것 같다.


"자. 주문을..."


셋은 카운터 앞에 섰다.


"메뉴가?"


혼잣말하듯 앞에 있는 직원에게 묻자 직원은 상냥하게 웃으며 위쪽을 가리켰다.

고개를 들어 메뉴판을 본 순간 만원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라테가 제일 무난하지 않겠습니까, 형님."


그때 상렬이 나섰다.

웬만하면 아는척 하지 않고, 조용히 커피나 마시려고 했지만

만원의 얼굴이 너무 창백해서 나서지 않을수가 없었다.


"어? 어어, 그래."

"우리 셋다 라테요."


상렬이 조용히 말했다.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차가운 걸로 드릴까요?"

"따뜻한 거요."

"사이즈는 뭘로 하시겠어요?"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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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사무실에서 손다정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킬 때는 카드만 주면 됐고,

어쩌다 카페에 가도 부하직원들이 알아서 척척했다.

만원이 곧 쓰러질 것 같은 상태라 나섰지만, 그렇다고 상렬이 이런 상황에 능숙한것도 아니었다.

달라진 처지 때문에 갑자기 위축된 걸수도 있다.

아직 대기업 팀장이었다면. 똑같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자신은 멋들어진 슈트를 입고 있을테고 무엇보다 제 목에는 누구나 아는 사원증이 걸려 있을 테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같이 온 사람들도 초라하지 않은가.


"톨로 드릴까요?"


상렬이 옆에 있는 컵 사이즈를 보고 막 대답을 하려는 찰나 눈치빠른 직원이 먼저 물었다.


"네."

"드시고 가시죠?"

"네."

"카드 이쪽에 꽂아주시면 됩니다."


상렬이 옆을 보자 만원이 카드를 내밀었다.


주문을 마친 셋은 구석자리로 가 앉았다.

동그란 테이블에 의자 세개가 있는 자리였다.

4인석 테이블도 많았지만 거긴 젊은 애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어서 좀 그랬다.


"여기가 커피가 맛있다고?"


한시름 돌렸을 때 두식이 물었다.


"그렇죠, 맞습니다."


셋이 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음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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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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