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힘들면 그냥 go

힘든 순간은 계속되지 않는다

by dropfairy

"조금 힘들면 그냥 go, 너무 힘들면 잠시 stop."

요즘 내가 달리기를 할 때 스스로에게 외치는 말이다.


4킬로, 6킬로쯤 뛰다 보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조금 참고 그냥 뛰면 잠시 후에는 힘들지 않게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또 다리가 무거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조금 전 이겨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냥 뛴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10킬로를 뛸 수 있다.


"엄마도 동호회에 가입해 보는 게 어때?"

작년 가을, 수시 접수를 끝낸 아들이 권했다.


중학생 때는 남자친구를 만들라고 하더니 이제는 동호회도 가입하란다. 아들바라기 엄마가 부담스러운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고 한편으로 내 생각해 주는 씀씀이가 기특하기도 하다.


아들 말에 마음이 싱숭생숭 들떠있던 차, 홍조처럼 물드는 하늘을 보니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집 근처 냇가를 따라 걷다 러닝 하는 사람들을 보며 흉내 내듯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무리 지어 달리고 있는 우리 동네 러닝크루를 알게 됐다.




가입은 했는데 같이 뛸 자신이 없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오운완"이라고 올라오는 기록을 보니 내가 나가면 민폐만 될 것 같았다. 채팅방에 고민을 털어놨더니 루미라는 닉네임의 여자분이 자기도 비슷하다고 같이 뛰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하여 첫 참석을 누르고 함께 뛰는 러닝을 시작했다.


출발 장소에서 호만천 구름다리를 돌아오면 1.5킬로가 된다. 2바퀴를 돌았을 때 이미 숨이 헉헉 차올랐다. 3바퀴째는 다리가 제멋대로였다. 걷다 뛰다 4바퀴를 돌고 사색이 되어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 화요일, 정기 러닝이 있는 날이다. 딱 3킬로만 뛰었던 루미 님이 또 참석을 눌렀다. 루미 님이 나오면 나도 콜.


겨울이 되니 추워서 나가기 싫고 여름에는 밖에서 뛰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 달 내 인증 횟수를 채우지 못해 줄줄이 강퇴당하는 회원들을 보니 오기가 생겼다. 한 달에 4번, 인증 횟수라도 채워보자.


그 사이 루미 님은 무릎이 안 좋다고 겨우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루미 님이 방장님 와이프란다.


루미 님 내조 덕분에 정기러닝에 참석했고 계절 동안 크루와 함께 러닝을 했다. 장경인대 통증으로 걷기도 힘들 땐 잠시 쉬고, 나아지면 또 달리면서 이제 1시간 안에 10킬로를 달릴 수 있다.




너무 아프면 잠시 멈추고 회복하는 게 맞다. 기를 쓰고 버티면 몸이 그만큼 더 손상된다. 조금 아파도 뛰어갈 수 있다면 힘들어도 뛰는 게 좋다. 그래야 이제까지 없던 너머의 나를 만날 수 있다.


힘든 순간은 계속되지 않는다. 힘들어도 힘을 내서 조금 더 go 하면 잠시 후에는 웃게 된다. 고비가 올 때마다 나를 이겨 본 경험이 나를 조금씩 더 멀리 가게 만든다.


조금 힘들 땐 아무렇지 않게 그냥 달릴 것, 너무 힘들 땐 잠시 멈출 것. 내 인생의 완주 지점까지 기록경신, 목표달성을 일구며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다.


재미있거나 의미 있게 내 길을 채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