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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다는 것은 용기있는 행위야.

틀려도 괜찮아. 지우고 다시 하면 되니까!

by 파도

불교의 '모래 만다라 의례'를 아시나요?

티벳의 불교 스님들이 의식과 몸을 정화하기 위한 수한 수련이에요.

매우 커다란 전통문양 모래로 그리고 만다라 봉헌 예식 후에

모래를 흐트러뜨리곤, 지워버립니다.

모래 만다라는 4~5명이 모여서 큰 탁자위에서 민드는데요,

길게는 몇 날 며칠이 걸린답니다.


출처: 법보신문, ‘대비관음불 모래 만다라’를 조성하는 티베트 스님들. 사진=삼학사


이 ‘모래 만다라’이야기는 TV에서 우연히 스쳐서 봤던 것인데,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이장면이 뇌리에 오래 남았습니다.
모래로 만든 만다라를 며칠씩 공들여 만들고,
그걸 의식이 끝나면 아무렇지 않게 싹 쓸어내리는 장면이요.


그 순간 문득 생각했어요.
“아, 이건 내가 매일 하는 ‘다시 그리기’와 닮아 있구나.”


스케치를 지우고, 채색을 덮고,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가끔은 파일을 통째로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과정.
그건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나만의 ‘모래 만다라 의례’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수양의 길을 걷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그림 그리기 시작할 때는 한 번 그은 선을 지우는 게 그렇게 두려웠는데,
지금은 그걸 지워야 다음 선이 온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지우는 건 실패와 포기가 아니라 용기더라고요.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더 넓고 발전된 국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순간이 자주 생기면 좋겠습니다.
해오던 일을 번복해도, 기록을 지우고 다시 써도,
언제든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많이 느끼셨으면 해요.


이런 마음을 담아 만든 캐릭터가 저의 ‘문’ 입니다.

그래서 문의 대사는 “틀려도 괜찮아. 지우고 다시 하면 되니까!” 구요.


지우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문!


지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정을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문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수없이 고쳐썼답니다.

무언가의 시행착오를 겪고 계실까요?

혹시나 새로 뒤집어엎고 시작해야하는 일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여러분의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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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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