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덕질하다가 IP를 만들 줄은 몰랐다지.
문구류러버의 심장은 평생 이런 것일까요?
문구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제 첫 문구는 ‘팬시(Fancy) 문구’였습니다.
각양각색의 캐릭터 연필, 반짝이는 스티커, 칸칸 열리던 필통, 귀여운 지우개….
그 시절의 저는 자라나는 문구러버의 새싹, 어린 수집가였죠.
그러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서 운명처럼 2B 연필을 만났습니다.
그간 쓰던 B, HB 연필과는 다른 질감! 너무나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2B연필과 짝을 이룬 미술용 지우개에도 입문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문구와 그림 세계에 정식으로 입장한 시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뒤로 제 발걸음은 문방구와 화방을 넘나들었습니다.
팬시에서 미술용으로, 취향의 무게가 한 톤 깊어지던 순간이었어요.
연필에서 펜으로 취향의 축이 옮겨간 건
고등학교 때 학원 선생님이 “지우지 말고 그려봐”라고 했던 말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저의 펜 인생 1타는 바로 마하펜.
저렴하면서도 필압없이 쭉 나오는 질감이 매력적인 펜입니다.
사각사각하면서도 진득한 잉크감—
10년 넘게 공책에 꽂아 다니는 든든한 존재죠.
마하펜의 가장 대척점에 있는 펜은 역시 만년필이겠죠.
현재 만년필의 종착지는 까렌다쉬 849 메탈입니다.
메탈 답게 살짝 차가운 촉감이 특징이고 디테일이 살아있죠.
돌아보면 저는 문구를 수집한 게 아니라 문구들이 저를 끌어준 것 같아요.
팬시 문방구에서 시작해 화방을 거쳐, 지금은 취향이 잉크처럼 제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이 도구들은 제게 늘 "세상을 향해 어떤걸 보여줄거야?"하고 물어왔죠.
연필은 기록 자체의 시작이었고, 펜은 제 취향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으며, 만년필은 기록과 창작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해줬습니다. 지우개는 저에게 수정이라는 '상냥함'을 알려주고, '불안'을 덜어줬죠.
저는 지금도 새로운 도구를 만날 때마다 그 안에 작은 가능성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꿈도 그렇게 하나씩, 손끝에서 차근차근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