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지배하는 자 -

by 해넘이

사람은 꿈을 왜 꿀까? 어떤 날은 꿈꾸지 않고 푹 잘 잤으면 싶다가도, 어떤 날은 판타지의 주인공이 되어 신나고 흥미진진한 꿈을 꾸고 싶기도 하다.


나는 어릴 때 가위에 잘 눌렸다. 귀신이 나오거나 그런 괴담에 등장할 법한 가위는 대부분 아니었다. 꿈을 꾸다 문득 정신이 들었고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꿈을 꾸고 싶지 않아진다. 다시 푹 잠들거나 깨버리고 싶다. '싫다'는 생각과 함께 불안이 밀려오고 꿈은 점점 내가 걱정하는 무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깨고 싶은데 꿈은 깨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누가 날 강한 힘으로 막고 있는 듯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에서 깨기 전까지 무섭고 불안한 상황은 지속된다.

다행히 '헉'하고 꿈에서 깬 후에도 너무 졸려서 다시 잠에 들고, 나는 꾸기 싫은 꿈을 꾸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 밤은 참 힘든 밤이 된다.


연달아 며칠, 또는 하루 걸러 하루 어떤 때는 거의 매일 가위에 눌렸다.

그런 상황은 몇 년을 반복했다. 좀 잠잠했는가 싶다가도 다시 시작되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참 고생하셨다. 밤마다 울며 깨는 아이를 보듬으셨는데 그게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끝났으니까.


보통 '가위에 눌린다'라고 하면 귀신을 떠올리기 일쑤이다. 나도 그랬다. 내가 겪는 상황이 가위에 눌리는 것이란 걸 알았고, 귀신이 무서워졌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정작 귀신이 나오는 꿈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도 너무 무섭고 싫었다. 그리고 내가 귀신을 만들어냈다는 걸 알았다.


가위는 왜 눌릴까? 가위에 눌리는 게 너무 싫어서, 편하게 푹 자고 일어나고 싶어서 가위에 대해 알아봤다. 주변에서-아마도 친구들이나 아이를 놀리려는 사람들이-귀신이라고 했고, 또 어디선가는 몸이 허약하면 잠에 깊이 들지 못해 그런다고 했다. 드문드문 기억에 잘 놀라고 한약도 많이 먹고 어른들이 걱정했던 거 같긴 하다. 그때엔 건강은 챙기려는 생각보다 꿈을 꾸기 싫었다. 관심은 귀신과 꿈으로 넘어갔다.


오히려 무서운 것과 부딪혔다. 괴담과 귀신 이야기, 미스터리한 것들을 파고들었다. 어젯밤 날 힘들게 한 그 현상에 대해 계속 파헤쳤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귀신이었는지. 나는 우리 주변의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에 빠져들었다. 무서워하면서도 '토요 미스터리'를 보고 어두운 곳에서 오히려 귀신을 떠올리며 나와봐! 그래도 나는 안 무서워! 하고 상상하고 맞섰다. 친구의 추천으로 '이야기 속으로'를 즐겨보게 되면서 나는 가위에 눌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꿈은 내가 걱정한 것들을 보여줬다. '책상 밑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 귀신이라든가 괴물 같은. 저 어둠이 형체를 갖기 시작하다가 그 형체가 점점....' 내가 생각하는 것이 잠시 후 꿈속에서 실체가 되었다. 나의 걱정을 실제가 되어 나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가위가 꼭 귀신만 나오지 않는 것도 알았다.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꿈도 싫었다. 깨고 싶었다. 무서운 것이 등장하는 꿈에서처럼 불쾌함이 계속되었다. 잠이 들든, 깨어나든 하나만 하고 싶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고 지루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싫었다. 그것이 가위 말고 '자각몽'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불쾌한 자각몽에서 깨는 나만의 방법도 터득했다. 그 꿈의 장소가 어디든 실제가 아니라 꿈이라는 걸 알았고, 진흙바닥도 개의치 않고 누워 감은 눈을 두 손으로 잡아 벌렸다. 그러면 꿈이 깼다.(그러고 보니 최근 눌린 가위에서 이 방법을 안 썼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 도서실을 제 집 드나들듯 다니던 나는 '루시드 드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꿈을 내 맘대로 꿀 수 있다! 꿈의 주인은 나이기에 귀신에게 쫓기던 상황에도 귀신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로 만들고 둘이 알콩달콩 데이트를 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학창 시절 내가 자주 했던 것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였다. 잘 안 될 때는 난다기보다 경공을 쓰듯 공중에서 통 튀어 더 높이 올라가는 정도이지만 나는 하늘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땅 위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가끔은 자각몽이 반가울 때가 있다. 그리고 동시에 깨지 않으면 좋겠는데 곧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겠구나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든 붙잡고 끝까지 즐겨본다. 눈을 떠 출근시간이면 좀 슬프다. 주말이면 너무 좋다. 내 꿈의 주인이 나라서 가능하다.


상상력이 그 사람의 삶을 만든다고 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맘껏 펼치며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 모험을 즐기는 꿈을 꾸고 일어나 생각한다.

현실이라고 다를 게 무언가. 내 삶이다. 내가 주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고, 내 삶이 된다.

나는 나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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