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파악하다_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글쓰기’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좋다', '싫다'를 말하며 산다. 어떤 연예인이 좋고, 어떤 음식이 맛있어 좋고, 어떤 계절·색깔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싫고, 어떤 음식은 맛없어 싫고, 어떤 행동은 지저분해 싫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있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다.
생각해 보니 '싫어'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부정적인 것에 더 몰두하면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날 문득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소소한 고찰을 시작했다. 가족처럼 너무 당연한 것들을 제외하고, 내 생활과 밀접한 것들 중에서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글쓰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변함없이 좋아해 온 것이자,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나의 사랑이다. 책 속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좋았던 한 아이는 자연스레 글쓰기에 빠져들었고, 결국 성인이 되어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았다.
물론 취미로 글을 쓴다고 해서 직장생활의 출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취미글과 취재글은 목적과 깊이가 다르다. 무엇보다 추구하는 바가 달라 새로운 훈련이 필요했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다. 지금은 그때 기본기를 다져주신 선배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
주변에는 취미가 직업이 되면서 오히려 싫어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마냥 즐겁던 취미에 데드라인과 압박이 생기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때로는 질책까지 받다 보면 자연스레 지칠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취재글은 나의 생각보다는 취재한 바를 바탕으로 알아듣기 쉽게 명확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하므로 부담이 컸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아이템 고갈과 ‘글쓰기 기계가 된 것 같다’는 느낌 속에서 슬럼프도 겪었다.
일로서의 취재글과 온전히 나의 글쓰기는 온도가 다르다. 그래서 상사와 마찰이 있을 때면 “적성에 안 맞나?”라는 생각에 직종 변경의 유혹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무리 마지막 순간에 놓이더라도 내 선택은 글을 쓰는 것을 놓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누군가에게 유익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운 좋게도 글쓰기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소중한 일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특히 작가가 되기 위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글이 나를 치유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내 마음과 생각을 솔직하게 마음 놓고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형언할 수 없는 자유를 느꼈다. 덕분에 직장인으로서 맞닥뜨리는 권태기도 예전보다 빨리 흘려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가끔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이 익숙한 행위 자체가 더없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글을 쓰는 동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아쉽기도 하다. 이 일이 내게 꼭 맞는 옷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지만, 안타깝게도 적절하게 떠올릴만한 게 없다. 그저 계속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