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by max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적 있는 흔한 질문일 것이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잠자기 전에 누워서 혹은 혼자 걷는 길에서 매년 한 두 번쯤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대답은 때마다 다를 수 있다. 나이대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내가 놓인 상황과 환경, 심지어 기분에 따라서도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긍정보단 부정적인 사고, 남의 눈치를 잘 살피는, 예민한, 생각하기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성실하지만 게으른, 감수성이 풍부하고 쉽게 우울해지는, 모든 부분에서 걱정이 많은, 겁쟁이, 변화보단 익숙함이 좋은,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단순히 어떤 사람이야!’라고 하기엔 누구에게나 여러 면이 존재한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면이 하나씩 추가되기도 하고 있던 부분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만은 명확하게 알겠다.


최근에는 육체와 정신 건강에 크게 꽂혔다. 20대에 나의 몸을 소홀히 다룬 것을 깊고 굵게 반성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큰 이유가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니 몸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몸속이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자세를 비뚤게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도 내 척추는 남들과 달라서 평생 고장 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했다. 일 년에 서너 번 걸리는 감기는 누구나 걸리는 흔한 질병이고, 종종 발목을 삐끗해서 가는 정형외과, 렌즈 알레르기로 인한 안과 방문도 아주 사소하기 그지없는 예사로만 여겼다.


이뿐인가- 다른 사람보다 쉽게 받는 스트레스는 멘털이 유리처럼 약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무력감도 이 때문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한 번씩 크게 터지긴 했지만, 충분히 회복되고 또 아프고를 반복하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불면증도 단지 조금 불편한 것이라고만 느꼈다.


이런 사소한 생각과 습관들이 나에게 어떻게 퇴적되어 가고 있으며, 미래에 얼마만큼의 충격을 줄지 그땐 몰랐다. 늘 미루기만 했던 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아주 기본적인 근간이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자신이 직접 깨닫는 순간이 오지 않는 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를 일이다.


항상 나쁜 습관은 쉽고, 이로운 습관은 너무나도 어렵다. 이로운 습관은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행위이지만 시작하는 것도 어렵고 1년, 5년, 10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때마다 변명을 하게 되고 머릿속에서는 합리화하기 바쁘다. 돌이켜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결연하게 다짐하는 것도 많았지만 끝까지 해본 적이 없다.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전투력 있게 시작했던 취미 활동마저 끝을 본 적이 없다. 이제 와서 성공한 사람 운운하는 것도 웃기지만, 대체로 '성공했다'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들은 끝을 볼 수 있는 대단한 정신력을 기본적으로 갖춘 듯하다.


그렇다고 성공한 사람 대열에 들어가는 것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지킬 수 있는 꾸준한 습관, 시작하면 무조건 마무리를 짓는다는 약속을 만들어 놓는다면 늦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쉬운 것부터라도 시작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보다 구체적이게 계획하고 숨쉬기만큼이나 당연한 습관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고, 조금씩 조금씩 생활을 변화시켜 나갔다. 결국 나는 스스로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나의 힘만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자신 리모델링’에 성취감이 생긴 것이다. 몸에 찰떡같이 붙기 전까지 이 대단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고 단언한다. 찰떡같이 몸에 습관이 밴다고 해도 세상에는 온갖 편안한 유혹이 많기 때문에 유지하기 쉽지 않다. 또 모든 게 무너져내리는 감정이 들기도 하고 그때마다 평정심을 잃고 다시 동굴에 들어가고 싶어질 때도 있다. 나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해 봐야 뭐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이것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숨쉬기’ 만큼이나 합리화가 안 되는 당연한 것을 하는 것이라는 마음. 이 작은 생각 하나 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갈 수 있는 중요한 키가 된다.


나는 어떤 사람 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남은 시간들을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를 떠올리며, 생각하고 겪은 바들을 이야기로 엮어봤다. 사람은 육체가 아프면 정신도 아프고, 정신이 병들면 여지없이 육체도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나를 돌보며 건강하게 살아보고자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만의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지만 가슴속에 뜻하는 바는 하나씩 있고 도전도 할 것이다.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고 복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보 앞서 미래에 나 자신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은 과연 어떤 방향인지 떠올리며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살아가지는 데로 가 아닌, 스스로 몸의 소리를 듣고 내면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이 글이 소중한 나를 위해 무언가 마음을 먹고 있는 모든 누군가에게 잔잔한 호수의 돌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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