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데이트 엄마의 사회생활

아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by 여행같은일상

아이의 첫 playdate는 아이 둘의 교문 앞 대화, 상대방 엄마와 눈이 마주친 우연, 나의 용기, 그날의 포근한 공기까지 더해진 심오한 합작품이었다. 내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떻게 친구를 사귀고 놀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어디에도 우리 엄마는 없었는데 요즘 세대가 그런 건지 대한민국 엄마의 치맛바람을 이곳 영국에서 내가 휘두른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대망의 그날 남편에게 둘째의 픽업과 케어를 부탁했다. 영국에서 집에 초대받았을 때 가장 무난하다는 선물인 쿠키를 사들고 나는 첫째의 손을 잡고 그 엄마의 뒤를 따라 그 집으로 향했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던 그 엄마는 두바이에서 최근 몇 년을 지내다 이곳으로 돌아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가족이라 본인들을 소개했다. 우리도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에 두 아이는 대화라기엔 짧은 이야기들을 뜨문뜨문 이어가며 20분가량을 걸었다.


그 집에 들어선 순간 그 당황스러움이란… 겉모습과 다르게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던 데다 부엌에 가족용 식탁이 있지만 다이닝룸에는 손님 초대에 쓸 큰 사이즈의 식탁이 하나 더 준비되어 있었다. 방을 가득 채운 사진 중엔 교황께서 이 부부의 결혼서약을 해주시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내가 지금 어디에 와있는 건지 혼란의 연속이었다. 작은 사이즈지만 연못까지 있는 마당에서는 청소를 해주시는 클리너를 만나고 뱅글뱅글 계단을 돌아 위층에 올라가자 아이들의 빨래를 게고 있던 내니가 계셨다.


아이의 좀 더 편안한 적응을 위해 지금의 학교로 결정한 건데 아이의 같은 반친구들은 이런 집에서 이렇게 살고 있나 괴리감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친구들과 다른 경제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느끼고 알게 되면 오히려 상처를 받지는 않을지 지레 걱정이 앞섰다. 사립학교는 학비만 준비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


다행히 두 아이들은 성향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아이도 몇 달 사이 영어로 대화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Nursery에 다니는 그 집 막내딸과 전담 내니가 등장하셨고 오후 5시가 되자 삶은 파스타면, 오이, 파프리카, 파스타 소스가 차려졌다. 그 집의 호화로움에 비해서 소박한 밥상이었다. 친구 엄마는 우리 아이에게도 저녁을 먹겠냐고 물어보셨다. 아이는 파스타라니 그저 신이 났고 난 마음이 다급해져서 남편에게 빨리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그 집 아이들은 저녁 식사 후에는 씻고 곧 자러 갈 거만 같은 분위기였다. 영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집안의 평범한 어느 평일 저녁의 모습을 처음으로 맞닥뜨린 날이었다.


첫 플레이데이트는 무사히 끝났다. 그 후에도 나와 아이는 그 친구네 가족과는 조금 더 특별한 친밀함을 느끼는 사이가 되었고 다른 친구들과도 여러 차례 플레이데이트를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7년 전 혼자 영국에서 일을 하며 회사 동료 관계로만은 알 수 없던 이곳의 가족들이 사는 모습을 아이를 통해 접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어른도 새로운 사회를 배우고 자라며 가족은 함께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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