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해외 이주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건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교육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큰 아이가 4살 생일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영국의 학제는 Early years (3-5세)부터 시작한다. 의무 교육은 아니지만 아이가 만 3살이 되면 Pre school, Nursery 또는 Childminder 등을 선택해서 사회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15시간의 지원을 받는다. Pre school 은 보통 학교에 함께 있는 경우가 많고 2살 반 또는 내년에 reception 가는 아이들이 다닐 수 있다. Nursery는 어린이집 같은 개념으로 어린 아기들부터 다닐 수 있는 곳도 있고 Childminder는 가정 어린이집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일본에서는 4월 1일이 기준이었는데 영국에서는 8월 31일을 기준으로 학교 가는 나이가 정해진다. 5월생인 첫째는 일본에서는 학교를 가려면 7살 생일이 지나고도 1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큰 아이에 속했는데 여기서는 생일이 지나자마자 9월에 금방 입학을 하게 되는 작은 아이그룹에 속하게 되었다.
임시 숙소에서 우리의 거주지로 옮긴 후에 주소가 정해지고 의무 교육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primary school 배정신청서를 council에 제출했다. 1월에 마감해서 이미 4월에는 학교가 다들 정해지지만 이사 오는 사람들은 이후라도 신청할 수 있고 대개는 정원 미달 학교 위주로 배정을 해준다고 한다. 인기 있는 곳은 모두 찼다는 뜻이다 보니 이런저런 인연으로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학교에 대한 고민이 커져만 갔다.
주어진 3년의 시간 동안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고 부모를 따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까지 와서 적응하느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여리고 몸집이 작은 첫째에 대한 우리 부부의 애잔한 마음이었다. 남자아이들의 몸싸움에서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어 확실히 아이에 대한 밀착케어가 가능한 사립학교를 찾아 입학을 알아보고자 방문하였다.
마침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대학의 도시 옥스퍼드였고 좋다고 알려진 대학 부설 초등학교를 찾아보니 단 두 곳이었다.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학교의 교육철학 그리고 분위기를 추측하며 그중 한 곳을 먼저 방문했고 바로 registration fee를 내고 입학 신청을 하였다. 우리가 원하던 영국 교육의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곳이었고 믿거나 말거나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고 했다. 아이의 생일즈음 결정된 사항이니 입학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지만 운이 좋았다.
교복을 구입하고 매일같이 왕복 1시간의 거리를 아이 등하교를 시키며 첫 달은 무척이나 마음 졸였다.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언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혹시라도 혼자만 동아시아인인 탓은 아닌지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하곤 했다. 아이의 의사소통엔 아무 문제가 없고 reception 아이들은 아직 사회적으로 잘 어울리거나 누군가를 따돌리는 나이대는 아니라는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나서 비로소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우리와 외양적으로도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사는 언어도 다른 나라에 이주하자마자 학교에 입학한다는 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꽤나 스트레스였고 나는 이맘때쯤 두 아이를 출산하며 늘었던 몸무게가 다 빠졌다. 교문 앞에서 아이의 하교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날 우리 아이가 옆 친구와 대화하는 걸 보게 되었고 마침 그 친구의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기회다 싶어 나는 용기를 내서 다가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