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서 진화하는 슈퍼 가족
첫 학기이다 보니 대다수의 아이들이 울면서 등교하는 게 다반사였으나 우리 아이는 다행히도 금방 웃으며 등교하게 되었다. 그렇게 맘 졸이던 첫 학기의 중간이 지나며 중간고사도 아니고 중간 방학이라는 너무나 생소한 시간이 다가오자 난 두려움에 하프텀캠프를 알아보고 아이를 등록했다. 아이는 가기 싫다 했지만 아이들을 학기 중간에 쉬게 한다는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한 초보 엄마는 과외 활동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여름이 지나 서늘해지는 계절로 향하다 보니 가을 학기에는 아픈 아이들이 속출한다. 이곳에서의 첫겨울로 향하는 시점이었으니 우리 가족도 아픈 건 당연했다. 둘째의 돌사진을 위한 돌상을 준비하며 우선 나부터 아파서 몸져누웠다. 내가 아니면 아이의 돌사진은 없을 거란 걸 알기에 해열제 먹고 밤새 풍선 불고 냉동떡도 해동해서 올리고 아침엔 한복을 곱단이 입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5일의 캠프 일정을 예약해 놓았던 큰 아이는 이틀째 수영 활동을 한 후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서 나는 다시 해열제로 버티며 죽을 끓여먹이고 하프텀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챙겨야 했다.
영국의 학사 일정은 총 3학기제이다. 쉽게는 가을학기 (9-12월) 봄학기 (1-3월) 여름학기 (4-7월)라고 부른다. 새 학년은 가을 학기에 시작하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방학을 했다가 신년이 되면 다음 학기가 이어진다. 봄학기를 지나 부활절 연휴에 다시 2-3주간의 방학을 했다가 4월 중하순경 학년의 마지막인 여름 학기를 시작하고, 7월부터 시작하는 두 달의 여름 방학이 끝나면 새로운 학년이 되는 식이다.
캘린더의 큰 연휴 일정에 맞춘듯한 학사 일정이다 보니 가을학기가 가장 길고 봄과 여름 학기는 비슷하거나 여름 학기가 조금 더 짧다. 날씨 또한 겨울 학기가 해가 짧아지고 날이 추워지며 축축해지다 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가장 힘든 학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연말을 맞이하며 크리스마스 콘서트와 아기예수의 탄생이야기인 Nativity라는 연극을 준비하며 보낸다.
큰 아이가 첫 콘서트와 연극 공연을 앞두고 한 학기를 마무리해 갈 때, 한국에서 일본 그리고 일본에서 영국으로의 이주로 고단했던 그 해가 저물던 12월, 누구보다 힘들었을 막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GP라고 부르는 1차 진료소에서는 막내의 지속되는 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이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걸 본 엄마의 직감으로 ER 즉,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축 처진 둘째를 내가 안다 보니 남편이 운전을 해야 했고 자연히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던 큰 아이도 잠옷을 입은 채로 함께 따라나서야 했다. 그곳에서 아이가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입원을 권유받았고 그날 밤 나는 아픈 막내와 함께 병실에 남고 남편은 큰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서 다음 날 아이의 등교부터 공연 참석까지 모두 혼자 해야 했다.
오롯이 우리 넷뿐이기에 우리는 모든 걸 우리의 힘으로 해내며 슈퍼맨 슈퍼우먼 슈퍼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