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에서

by 쵸코 아빠

‘천천히’라는 말속에 진짜 지혜가 담겨있는 건 아닐까?


아침저녁, 아내를 지하철 역까지 차로 바래다주고 역에서 데려온다. 집 앞이 바로 역이지만 3호선을 타려면 한 번 환승해야 하기에 10분 정도 거리를 차로 가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라 도로는 늘 붐빈다. 골목마다 차들이 머리를 들이밀고, 내 차가 양보할 자리를 찾게 된다. 처음에는 얄밉게 느껴져 조금 막아보기도 했지만, 곧 ‘바쁜 일 뭐 있나’ 하고 양보하게 된다.


젊었을 때는 모든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능력이라 생각했다. 은행 전표를 휘갈겨 쓰고, 보고서를 빠른 시간 안에 끝내며, 승진 경쟁에서도 남보다 빨리 올라가고자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깨달았다. 빨리 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방법일 뿐이라는 사실을.


조깅을 할 때도 비슷하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라 무작정 속도를 내면 금세 숨이 차고 근육이 아프다. 결국 계획한 거리도 완주하지 못할 때가 많다. 속도를 내는 것은 과정의 일부일 뿐, 목표를 이루는 길은 반드시 빠른 것만이 아니다.


중용에 따르면,

“성급함이 없으면 멀리 이루고, 작은 성취를 쌓으면 크게 이룬다.” 했다.


셰익스피어 또한 “성급한 결론은 실패의 어머니다”라며 조급함을 경계했다. 이 말은 단순히 인생의 속도를 늦추라는 충고가 아니다. 조급함을 버리면, 과정 속에서 얻는 경험과 깨달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젊을수록 우리는 얻고 싶은 것을 빨리 얻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목표, 가야 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방법과 속도만 바뀌는 것일 뿐,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속도만 고집하다 보면 길을 잘못 들고, 정작 목표까지 가지 못할 수 있다. 천천히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차분히 하니, 길 위의 작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골목길의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 조급함 속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나는 자동차 속도를 조절하며 생각한다. 목표까지 가는 길, 빠름보다는 꾸준함, 조급함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선택하는 것이 결국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