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늘 무언가를 채우려 한다. 배를 채우고, 일정을 채우고, 추억을 채운다. 그러나, 마음을 채우는 일에는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을까.
요즘 방송의 트렌드는 먹방과 여행인 듯하다. 소문난 맛집이나 유명한 요리사의 음식을 맛보는 장면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데이트 소재도 없을 것이다.
해외여행지도 마찬가지다. 이국의 풍경, 유적, 도심의 거리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어느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요르단 페트라의 모습은 신비로웠다. 거대한 암벽 속에 남겨진 건축물의 경이로움도 놀라웠지만, 그 문명을 이룩한 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붙들었다.
이처럼 우리는 입과 눈을 채우는 데에는 아낌없이 관심과 흥미를 쏟는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마음을 채우는 일에는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가?
내가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공채 동기 한 명이 있다. 그는 오랜 직장생활을 마치고 “문피아”라는 온라인 플랫폼에 소설을 연재했다. 국정원 말단 직원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에게 이런 상상력이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유쾌하고 재주 많은 친구였기에 부럽기도 했고, 나 또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다. 아마 그 덕분에 지금 내 생각들을 이렇게 글로 풀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본 것을 기억해 내고, 그 기억 속에서 생각을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담을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좋다, 싫다”의 감각을 넘어서, “맞는가, 그른가”를 따지는 사고로 나아간다. 결국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다듬고, 또렷하게 빚어내는 시간이다.
고전에서도 글쓰기의 가치는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글쓰기는 생각을 명확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글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게 하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한다.” — 맹자
“글을 쓰는 것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이렇듯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도구다. 일생 동안 내가 쌓아온 것들을 글로 남겨본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시대에, 여기에 생각을 채우는 즐거움을 더해보자. 그것이야말로 오래 남는 기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