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미의 연결을 고려해 구조를 파악하라
※ 이번 글은 <6화 제대로 된 요약을 못한다, 왜? ②>의 말미에서 언급한, 정해진 설명 방법에 꼭 들어맞지 않는 글에 대처할 수 있는 문해력을 다룹니다. 즉, 글의 내적 논리를 따라가야 하는 설명글(또는 주장글)의 핵심을 요약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과 대처법에 대한 글입니다.
일반적으로 설명글은 그 글에 적용된 설명 방법을 고려하여 요약하면 글의 핵심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러나 설명 방법이 중층적으로 적용된 글 또는 설명 방법을 엄밀히 따르지 않은 설명글을 독해할 때에는 핵심을 반영한 요약이나 정확한 이해에서 비켜나기 십상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사례글을 통해 알아보자. 이번 글에서는 우선 ‘설명 방법이 중층적으로 적용된 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중학교 2학년 A에게 <다음> 글을 읽으면서 무엇에 대해, 어떤 설명 방법으로 설명한 글인지 파악하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난 후 사헬 지역 사막화의 직접적 원인은 무엇이고, 궁극적 원인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A는 전체 지능 102로 평균 수준, 언어 지능 111로 평균 이상 수준, 추론 지능 109로 평균 수준의 학생이다.
<다음>
사헬은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사하라 사막 남쪽 변두리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매년 10킬로미터씩 사막이 늘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우선은 가뭄이 장기화되는 이상 기후 현상이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지나친 토지 이용도 원인이다. 인구가 늘면서 숲과 초원을 없애고 농토로 바꾸었고, 한 줌의 풀만 있어도 소와 양을 풀어 길렀다. 이처럼 지나친 목축과 경작이 사막화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켰다.
그런데 사막화로 인한 고통은 그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지만, 원인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있지 않다. 커피, 카카오 등 플랜테이션이 발달하면서 선진국 자본가들이 아프리카에서 많은 땅을 사들였다. 토착민들은 생활 터전을 빼앗기고 보다 열악한 곳으로 옮겨 몰려 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다한 경작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 역시 선진국들이다. 지구 온난화의 시작은 산업 혁명이었는데 산업 혁명은 선진국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공장들이 화석 연료를 태우며 만드는 물건들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 출처 : 『유럽은 왜 빵빵할까』(조지욱 지음, 나무를심는사람들 펴냄), 88~91쪽 발췌
A는 글을 다 읽고 난 후 사헬 지역 사막화의 원인에 대해 ‘나열’ 방법으로 설명한 글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사헬 지역 사막화의 직접적 원인은 이상 기후 현상, 사람들의 지나친 토지 이용, 플랜테이션 발달, 산업혁명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헬 지역 사막화의 궁극적 원인은 답하지 못했다.
A의 이 답변은 약 55% 수준에서 적절하다. 우선 ‘무엇’에 대한 글이냐를 올바로 파악했고, ‘나열’이라는 설명 방법을 인식했으며, 사헬 지역 사막화의 직접적 원인을 과도하게 파악한 반면 궁극적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0% 적절한 답변은 무엇인가. 이 글은 나열 외에 ‘원인-결과’ 방법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원인-결과’가 이중 구조로 적용되었다. 즉, 직접적 원인 두 가지가 궁극적 원인 세 가지의 결과로 구성된 ‘이중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의 핵심은 설명글의 서술 순서를 뒤집어야 올바로 파악된다. 이를 도식 조직자*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 도식에서 보듯, 이 글의 핵심은 ‘원인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원인의 층위가 이동하며 연결된다는 점을 읽어내지 못하면, 독자는 끝까지 읽고도 핵심에서 벗어난 요약이나 이해에 이르게 된다.
A의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A가 정보를 많이 놓쳤다는 사실이 아니라, 글이 요구하는 독해의 방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글은 원인을 나열하는 설명문이 아니라, 인과의 층위를 이동시키며 의미를 재배치하도록 요구하는 글이다. 그러나 많은 독자가 문장에 드러난 정보의 개수에 주목할 뿐, 그 정보들이 이전 내용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따져 읽지 않는다.
즉, 이런 글에서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이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글이 요구하는 사고의 깊이와 독자가 사용한 독해 전략이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의미의 연결을 따라 읽지 않으면, 끝까지 읽고도 핵심에서 벗어난 요약에 도달하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며 학생 A의 답변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우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읽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의미의 연결’이 더욱 불명확한, 즉 설명 방법을 엄밀히 따르지 않는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충분히 친절하지 않은 글을 독해할 때 남는 잔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도식 조직자 : 도식 조직자는 글에 드러나지 않은 의미의 연결 구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어, 독자가 글의 핵심에 도달하도록 돕는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