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빠에게 바치는
"아빠, 좀 쉴까?"
"아니다 계속 가자. 괜찮다."
"지난번보다 힘들어 보이는데? 엄마, 아빠 괜찮아?"
"요즘 좀 안좋긴 했어. 아빠는 여기 좀 앉아 있으라고 하자."
오랫만에 가족여행을 떠났어요. 꽃이 가득한 가을 축제 소식에 부모님을 모시고 간 나들이 길에서 아빠는 평소보다 걷는 속도도 늦어지고 힘들어 보였어요. 그늘에서 쉬는 아빠는 슬픈 듯 웃고 있었어요.
9년 전, 아빠는 비인두암 진단을 받았어요. 생각도 못하고 있던 아빠의 암진단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어요. 아빠는 결코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병과 싸우셨어요. 비인두암 4기.. 완치가 안되는 상태였어요. 수술도 불가능한 부위에 생긴 암이라 방사선 치료만 가능했어요.
초기 치료때는 눈으로 보였던 목에 있던 멍울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어요. 곧 치료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사라졌어요. 반복되는 치료에 아빠의 목은 만신창이가 되었어요. 겉으로 보이는 부분도 목 안쪽도 다 녹아서 고통스러운 상태가 되었어요. 아빠는 그 치료도 참아냈어요. 미음이라도 어떻게라도 드시며 살아내시겠다 이야기 하셨어요. 방사선과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을 준비하라며 드시고 싶은거 다 드시게 하라는 이야기까지 하셨지만, 링겔의 도움을 받아 그 힘든 시기를 지나고 아빠는 결국 이겨 내셨어요.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아빠는 아파트 뒷산으로 등산도 다니고 약수도 떠오셨어요. 건강을 되찾기 위해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식사도 꼬박꼬박 드셨어요.
그랬던 아빠였는데, 그날따라 힘들어보이는 아빠는 더이상은 버틸 수가 없으셨나봐요.
"우리 가족 사진 찍자. 남는 건 사진 뿐이야."
"어디서 찍을까?"
"여기가 예쁘다. 아빠, 여기여기~"
늦가을 햇살이 가득했던 꽃밭, 그 가을 꽃 축제가 아빠와 다녀온 마지막 여행이었어요.
잠시 쉬고자 들렀던 한옥 카페에서 멋들어진 하회탈을 얼굴에 써보며 웃으시던 아빠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어요. 벽에 걸려있던 탈을 지나치지 않고 우리를 향해 포즈를 취해주던 아빠는 언제나 든든히 우리 곁에 계실 것만 같았는데, 우리와 함께 했던 나들이가 행복하셨겠지요.
평소보다 걸음이 느려지고 계속 뒤쳐지던 아빠는 나들이가 끝나는 순간까지 아파서 못걷겠다 이야기 없이 그저 가족을 보며 환하게 웃으셨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가 좋아하시던 육회 집을 갔어요. 그날 드신 육회가 아빠가 마지막으로 드신 음식이었어요. 아빠와 엄마는 알고 계셨던거 같아요.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아빠는 평소보다 더 맛있게, 평소보다 더 많이 육회를 드셨고 엄마는 말없이 그런 아빠를 챙겨드렸어요. 조금 더 드셨으면 마지막이 그렇게 안쓰럽지 않았을까? 잘 드시고 편안하게 가시지 못해 끝끝내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게 겨울로 들어서던 늦은 가을 함께 나누었던 시간은 사진으로 남기고, 아빠는 그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응급실에 입원을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