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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늘이 무너진 날..

아빠의 병을 발견한 그날의 이야기

by 여울

처음 아빠의 병을 발견한 것은 10년 전, 아빠의 생일을 맞이 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네가 살고 있는 지방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일정을 위해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네 집으로 출발했을 때만 해도 발견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평소와 같으셨어요. 겨울이라 목을 가리는 겉옷을 입고 출발하신 아빠는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시 쉬려고 거실로 나오셨어요. 아빠의 목에 혹처럼 불룩한 것이 보였어요. 아빠가 요즘 자꾸 목이 불룩해진다며 이야기를 꺼내셨는데 그 크기가 눈에 띄는 정도의 크기였어요.


"요즘 목에 뭐가 만져진다."

"어디 좀 봐요. 제법 큰데? 언제부터 그랬어?"

"지난달부터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라. 아빠는 아프지는 않은데 자꾸 커져서 불편하대."

"안아파?"

"응 아프지는 않아."


아빠의 목 부분이 평소와 다르게 혹이 생긴것처럼 불룩하게 덩어리가 생긴게 보였어요.


"병원은 가봤어요?"

"그럼, 이비인후과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는데.. "

"어느 병원?"

"동네에 있던 이비인후과 계속 다니다가 지난주부터 새로생긴 이비인후과로 옮겼지."

"그 병원들에서 보여주고 물어봤어요?"

"물어봤는데 모르더라고, 두군데 다 물어봤는데 귀 잘 안들리는 것만 치료해주던데?"

"그 질환이랑 관계가 있는건가? 계속 커지는 거지?"

"그렇지. 조금씩 커지는것 같아서 물어봤어."

"일단 아프지 않다니까 이번 여행은 보내고, 집에 가서 바로 큰 병원 가보자. 이렇게 커지는 건 이유가 있을것같아요."


목과 코와 귀를 다 봐주는 이비인후과를 이미 다녀오셨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오래 진료한 이비인후과도 이제 막 생겼지만 열정이 있을 의사선생님이 진료하는 이비인후과도 이미 다녀오신거라 금방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했어요.


아프지는 않고, 음식을 먹을 때도 이물감이 없이 그저 보기에 좋지 않은 정도로 생각을 해서, 모처럼 시간을 내서 나선 온 가족 여행을 즐겁게 보냈어요. 가족 모두 마음 한컨에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여행 오기 직전에도 다녀온 병원의 의사 선생님의 말이 있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지역에 있는 곤충정원도 가고, 자기부상열차도 타고, 과학관도 다녀왔어요. 신기한 것이 많다면서 좋아하던 아빠였어요.


길지 않던 여행이라 정말 하시고 싶다고 한 것을 위주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바로 집 근처에 있는 대학 병원에 방문을 했어요. 다니고 있던 이비인후과에서 소견서를 받아서 대학병원 진료는 어렵지 않았어요.


대학 병원의 이비인후과 담당 의사선생님은 진료를 시작하고 코에 카메라가 달린 진료기구를 넣어 보자 마자 표정이 심각해지셨어요.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거였어요.


계속 병원을 다니셨어서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조직 검사 결과가 아무것도 아니고 간단한 절제 수술만 하면 된다는 결과이길 바라고 또 바랬어요.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어요. 비인두암 4기라고 했어요. 비인두암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빠의 진단이 있고 얼마 후에 유명 연예인의 비인두암 초기 발견 소식을 들으며 우리 아빠는 왜 계속 이비인후과를 다니셨는데,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 생각을 하며 원망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원망을 하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암이라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고 있을 여유도 없었어요. 치료를 잘 하는 큰 병원을 알아보다 아산 병원으로 옮기는 것으로 결정을 했어요. 조금이라도 생존의 희망이 더 큰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고 가족회의를 하고 근처에 병원을 다니며 입원해서 영양제를 맞을 수 있는 암전문 요양병원이 있는 곳을 찾았어요.


아빠는 저보다 더 의연히 대처를 하셨어요. 당연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버티신 거였어요. 요양병원의 의료진들도 아빠처럼 점잖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실 정도로, 아빠는 담담히 병을 견디며 그 상황을 이겨내셨어요.


처음 검사를 진행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했을 때, 덩어리의 크기가 치료를 할 수록 작아져서 우리는 금방 좋은 소식이 생기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가져보았어요.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눈으로 보이는 크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셨어요. 얼굴 안쪽으로 이미 상당한 크기의 암 덩어리가 있다고, 비인두암은 수술도 안되는 곳이라 치료가 힘들거라고 하셨어요.


아빠의 암 투병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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