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_ 마주한 두 갈래 길 앞에서

갈림길 위에 서있는 인간의 운명

by Evanesce

Conflict [ ˈkɑːnˌflɪkt ]

1. (심리적 또는 의견들 간의) 갈등

2. 물리적 충돌

3. 상충하다


어느 날 문득, 나는 길 위에 서있다. 두 갈래로 나뉜 길 앞에서 나는 발끝을 잠시 멈추어 섰다.


왼쪽으로 가면 무엇이 있을지, 오른쪽으로 가면 어떤 풍경이 기다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바람만이 나의 선택을 재촉하는 듯 나뭇가지를 스치며 소리를 냈고, 나는 오히려 그 소리를 대답처럼 붙잡으려 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처럼 크고 작은 갈림길 앞에 놓이곤 한다. 때로는 사소한 선택이 하루의 빛깔을 바꾸고, 때로는 한 거름이 인생의 결을 완전히 뒤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우리의 내면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얽히며 마음은 좀처럼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곤 한다. 이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진동이 곧 내면의 갈등이다.


많은 이들은 미래를 예측하려 애쓴다. 하지만 미래란 아직 짜이지 않은 직물과도 같아, 아무리 손끝으로 당겨도 그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만, 혹여 그 끝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그 실을 당겨보려 한다. 그러나 예측의 그물에 걸린 마음은 점점 지쳐가고, 현재의 나를 놓치며, 아직 오지 않은 그림자만 붙잡으려 한다.


사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확실성은 저 멀리 있는 별빛이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박동이다. 미래가 주는 답은 늘 불투명하지만, 지금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만큼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명확하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이 점점 기울어지는 방향, 이유 없는 이끌림을 느끼는 쪽, 혹은 억눌린 나 대신 새로운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선택. 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내가 가진 유일한 확실성이다.


갈등이 괴로움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지금의 마음을 존중하라"



우리가 이러한 갈등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일 때, 마음은 길을 가리킨다. 정답은 완벽하게 주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는 알게 된다. 내가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길, 내 영혼이 가고자 하는 길이 어디인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멀찌감치에서 바라본다면, 어쩐지 커다란 숲과 비슷하다. 길은 이리저리 갈라지고, 겹쳐지고, 가끔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어디가 입구이고 어디가 출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 속에서 그 사람은 어느 길이 옳고, 또 어느 길이 잘못된 것인지를 먼저 알아보고 싶어 하지만, 사실 발을 내딛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막상 한 걸음을 내딛고 나면 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숲이 미리 길을 내준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발자국이 그 자리에 길을 남기는 것이다.


갈등을 안고 있을 때, 지금 내 마음이 조금 더 기울어지는 쪽으로 한 걸음 걸어가 보자. 남이 대신 걸어줄 수 없는, 내 체온과 호흡이 배어있는 길, 그것이 결국은 나만의 길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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