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_ 마음을 다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심을 다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by Evanesce

Devotion [ dɪ|voʊʃn ]

1. 헌신

2. 몰두, 전념


우리들 개개인의 마음에는 누구에게나 불꽃같은 순간이 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진심을 표현하고 싶은 때, 그 빛을 '헌신'이라고 부른다.


헌신은 단순히 도움을 주는 행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던지고, 상대 앞에 가장 솔직한 나 자신을 내어놓는 일이다. 조건 없는 마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손길, 내 전부를 바쳐도 괜찮다는 결심. 그것이 헌신의 본질이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처럼, 헌신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인간이기에 다시금 고민에 빠져든다. 현실 속의 헌신은 언제나 그렇게 이상적이고,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많은 것을 내주었는데, 왜 나에게는 항상 무관심으로 돌아오는가"를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생각으로 잠 못 이루며 지새운 밤, 온 마음을 담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서야 꺼낼 수 있었던 말 한마디, 작고 사소할지라도 진솔한 마음을 담아 행했던 배려들이 상대에게 아무 의미 없는 공기처럼 흩어져 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 마치 진심은 그 순수성을 잃고 마치 거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뜨겁게 피어난 꽃잎이 바람에 스치듯 흩어져 버린 것처럼, 쏟아낸 진심이 무관심으로 돌아올 때, 헌신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아름다움의 흔적조차 사라진 듯 헛헛함을 느끼기도 할 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헌신과 배려,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이 나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서 끝까지 보여주었다는 사실 그 자체라는 것을.


소박하지만 진솔하고, 투박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 작은 외침만으로도 우리는 전부를 다한 것일 수 있다. 비록 그 외침이 너무 사소한 것이어서 상대의 귀까지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미 그 고요한 울림은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건넨 마음은 상대의 반응이 어떠한지와는 관계없이, 내 안에서 그를 향해 떠나는 순간 이미 가장 순수한 빛을 내뿜는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나만의 진심일 테니까. 그래서 헌신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길이 된다.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 어쩌면 그 이상의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은 앞으로 언젠가 흔들림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될 테니까.


마음을 기울일 때 비로소 존재함을 느낀다. 그 마음에 대한 돌아옴을 당장 느끼지 못한다 한들 그때의 진심은 헛된 것이 아니다.



"진심은 이미 나를 떠나는 순간에서 빛을 발한다."



내가 건넨 마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빛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어둠을 밝힐지도 모른다. 당장에는 그 마음이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그 진심은 사라지지 않고 세상 어딘가에서 희미하게나마 반짝이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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