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위에 서있는 인간의 운명
어느 날 문득, 나는 길 위에 서있다. 두 갈래로 나뉜 길 앞에서 나는 발끝을 잠시 멈추어 섰다.
왼쪽으로 가면 무엇이 있을지, 오른쪽으로 가면 어떤 풍경이 기다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바람만이 나의 선택을 재촉하는 듯 나뭇가지를 스치며 소리를 냈고, 나는 오히려 그 소리를 대답처럼 붙잡으려 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처럼 크고 작은 갈림길 앞에 놓이곤 한다. 때로는 사소한 선택이 하루의 빛깔을 바꾸고, 때로는 한 거름이 인생의 결을 완전히 뒤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우리의 내면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얽히며 마음은 좀처럼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곤 한다. 이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진동이 곧 내면의 갈등이다.
많은 이들은 미래를 예측하려 애쓴다. 하지만 미래란 아직 짜이지 않은 직물과도 같아, 아무리 손끝으로 당겨도 그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만, 혹여 그 끝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그 실을 당겨보려 한다. 그러나 예측의 그물에 걸린 마음은 점점 지쳐가고, 현재의 나를 놓치며, 아직 오지 않은 그림자만 붙잡으려 한다.
사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확실성은 저 멀리 있는 별빛이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박동이다. 미래가 주는 답은 늘 불투명하지만, 지금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만큼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명확하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이 점점 기울어지는 방향, 이유 없는 이끌림을 느끼는 쪽, 혹은 억눌린 나 대신 새로운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선택. 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내가 가진 유일한 확실성이다.
갈등이 괴로움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러한 갈등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일 때, 마음은 길을 가리킨다. 정답은 완벽하게 주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는 알게 된다. 내가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길, 내 영혼이 가고자 하는 길이 어디인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멀찌감치에서 바라본다면, 어쩐지 커다란 숲과 비슷하다. 길은 이리저리 갈라지고, 겹쳐지고, 가끔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어디가 입구이고 어디가 출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 속에서 그 사람은 어느 길이 옳고, 또 어느 길이 잘못된 것인지를 먼저 알아보고 싶어 하지만, 사실 발을 내딛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막상 한 걸음을 내딛고 나면 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숲이 미리 길을 내준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발자국이 그 자리에 길을 남기는 것이다.
갈등을 안고 있을 때, 지금 내 마음이 조금 더 기울어지는 쪽으로 한 걸음 걸어가 보자. 남이 대신 걸어줄 수 없는, 내 체온과 호흡이 배어있는 길, 그것이 결국은 나만의 길이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