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과 밝음이 수놓은 무늬
낮과 밤, 빛과 어둠, 따뜻함과 차가움이 언제나 짝을 이루며 존재하듯, 세상은 수많은 대비와 대조 속에 놓여 있다. 만약, 어느 한쪽만을 붙잡으려 한다면 그 반대편이 지닌 가치를 알 길은 없어진다. 끝없이 낮만이 이어지는 세상에서 햇살은 공기처럼 무미건조해지고, 밤이 주는 고요와 쉼의 의미는 사라져 버릴 것이며, 반대로 밤만이 계속된다면 새벽이 열어 주는 찬란한 기적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터이다.
삶은 언제나 서로 다른 것이 맞부딪히며 더 깊어진다. 종이 위 글자만 가득한 가득하다면 읽는 이의 숨은 턱 막히고, 여백만 남아있다면 아무런 이야기도 흘러가지 않게 된다. 글자가 여백 위에 놓여야 의미가 부여되고, 여백이 글자를 감싸야 문장이 살아나듯, 우리의 삶도 빛과 어둠이 서로를 받쳐주며 완성된다. 여백 없이는 문장이 존재할 수 없듯, 어둠 없이는 빛 역시도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한쪽만 좇는 태도는 꽃잎만 바라보다 뿌리를 잊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화려한 꽃은 순간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 뒤에는 늘 흙 속의 뿌리가 있다. 습하고 무거운 땅을 버텨낸 힘이 있기에 꽃은 피어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드러난 것에만 마음을 사로잡히지만, 보이지 않는 것 속에서 더 큰 의미가 길러진다. 결국 뿌리와 꽃, 기쁨과 슬픔, 빛과 어둠과 같은 대비와 대조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사람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성공은 실패의 그림자를 딛고서야 빛을 내고, 웃음은 눈물의 흔적을 지나야 깊어진다. 진심 어린 사랑 또한 상실과 외로움을 경험한 이에게 더욱 단단해지며, 시련은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준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야 진정한 값어치가 생겨날 수 있다.
때로는 원치 않는 그림자가 우리 곁에 드리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그림자가 있기에 햇살은 눈부시게 빛날 수 있다. 고통 속에서 행복의 무게를 알게 되고, 상실을 겪어야 곁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삶은 직조물과 같아, 어두운 실과 밝은 실이 교차할 때에서야 무늬가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색의 천은 단조롭지만, 서로 다른 색이 얽히며 비로소 무늬가 살아나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각각의 무늬를 띄며 빚어진다.
삶의 많은 순간들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뜻하지 않은 상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쉽게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없다면 기쁨의 순간이 이토록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불행은 행복의 그림자이자, 동시에 행복을 드러내는 빛이 된다. 그것은 서로를 대립하는 관계이면서도, 결국은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은 한쪽만의 진실이 아니라, 서로 맞서면서도 기대는 두 면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어느 날 고통이 다가와도 그것을 단순한 불운이라 여기지 않고, 다가올 기쁨을 위한 대비라 여기며 조금은 더 담담히 받아들여 보자. 반대로 행복을 누릴 때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결국 삶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이다. 어느 한 면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반대의 모습 덕분에 더 선명해지는 무늬 속에서 존재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삶에 드리운 대비 속에서 진실로 깊어지고 빛을 내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삶은 우리에게 온전한 풍경이 되어 다가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