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_ 마음의 심연에서 의식으로

무의식의 언어를 이해로 바꾸는 과정

by Evanesce

Consciousness [ kɑːnʃəsnəs ]

1. 의식(지각, 판단 기능이 정상인 상태)

2. (무엇에 대한) 자각, 의식

3. (한 사람이나 단체의) 생각


인간의 마음은 겉으로 보이는 의식의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의식의 일부일 뿐, 그 아래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대한 층위가 겹겹이 쌓여 있다. 잊힌 기억, 억눌린 감정, 받아들이지 못한 욕망 따위가 모두 뒤섞여 있다. 이러한 무의식의 세계가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조용히 움직이고, 때로는 이유 없는 불안이나 슬픔으로 형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자기 이해의 출발은 언제나 이 숨겨진 영역을 인식하는 데 있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데려오는 과정, 바로 여기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곤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우울함, 설명할 수 없는 불안, 혹은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는 후회스러운 행동들과 같은 감정과 패턴은 단지 일시적인 기분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내면 깊숙이 자리한 무의식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 S. Freud



결국 우리가 외면한 감정과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심연에서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를 움직이고 있지만, 그저 우리는 이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억눌린 감정은 마치 마음속에서 휴전 중인 전쟁과 같다. 겉으로는 평온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전부터 쌓인 불안과 상처, 외면했던 욕망이 서로를 견제하며 언제든 다시금 치고 올라와 전투를 벌일 것처럼 계속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과 불안의 요소들을 의식으로 불러올 때, 비로소 불완전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조금씩 마음의 평화를 정착시키며 내면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이 무의식을 의식으로 가져오는 과정의 본질이다.


억압된 기억과 감정을 인식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일 수 없다. 불편함이 따르고, 때로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불편을 회피하지 않고서 마주하는 순간, 자신이 왜 그렇게 반응하였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마음은 서서히 균형을 되찾는다. 진정한 변화는 바로 이 '이해'의 지점에서 시작된다.



"무의식을 탐구하는 것은 자아를 이해하는 길이며, 이를 이해하는 것은 두려움과 맞서는 일이다." - S. Freud



무의식을 인식하는 일은 단순히 자신을 분석하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과의 대화이며, 잊고 지냈던 내면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일이다. 우리 안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둠이 왜 거기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순간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때로는 글로 기록하거나 혼자서 조용히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고, 가까운 이와 대화하며 솔직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도 무의식의 조각은 하나씩 표면 위로 떠오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감정을 억누르거나 판단하지 않고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름 붙이는 순간, 우리는 처음으로 감정의 정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길러 억눌린 내면을 조금씩 의식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드러나면, 우리는 감정의 근원을 알게 되고, 이유 없는 불안의 그림자가 조금씩 사라진다. "이 감정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시키기 위한 신호였구나."라며 마음이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게 된다.


삶은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다. 무의식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진짜 '나'라는 존재로써 살아가기 위함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건너오는 과정이 느리고 때로는 아플지라도, 그 안에는 회복의 가능성이 있기에, 무의식의 언어를 이해로 바꾸는 일은 자기 자신을 구해내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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