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남매를 키우며 세운 몇 가지 규칙
어릴 때 난 동생 한정 싸움꾼이었다.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 일들로 남동생과 치고받고 싸우던 시절.
동생은 나보다 3살이 어렸다.
"아이스크림 네가 먹었냐?"
"냉장고에 있어서 먹었는데.."
"내 걸 왜 네가 먹어!!!! 아 진짜 짜증 나."
니꺼내꺼가 분명한 나와,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는 동생.
난 그 애를 생각이 짧다고 얘기했고, 그 애는 나를 개인주의가 심하다고 얘기했다.
지금은 싸우지 않는다. 서로를 한 명의 어른으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몰랐던 어릴 땐 정말 많이 싸웠다.
우리가 너무 많이 싸우니 엄마는 힘들었는지, 2가지 규칙을 세우고 실천했다.
첫 번째로, 뭘 사든 똑같은 걸 2개씩 살 것.
하나만 사면 싸우니까 무조건 각자 것을 사준다.
두 번째로, 체벌 시 몇 대 맞을지 서로 정하게 하기.
초등학생이던 나와 유치원생이던 동생이 또 싸우자, 엄마는 참다 참다 파리채를 들었다.
파리채는 엄마의 체벌도구.
엄마가 조용히 파리채를 거꾸로 들면 우리는 일순간 눈치를 보고 싸움을 멈췄다.
엄마는 우리를 나란히 앉혀놓고 왜 싸우는지를 먼저 물었다. 얍삽한 동생은 항상 자기가 먼저 잘못한 부분은 침묵하고 내가 잘못한 부분만을 강조했으며, 나도 내 잘못 보다는 늘 저 놈이 더 잘못했노라 언성을 높였다.
엄마는 우리의 이야기를 모두 듣곤 각자 잘못한 점을 하나씩 짚어주었다.
"넌 동생이 되어서 누나한테 대들고, 넌 누나면서 동생한테 양보를 하지 않았어."
그리곤 파리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
"넌 동생이 몇 대 맞아야 하는지 얘기하고, 너도 누나가 몇 대 맞아야 하는지 정해서 얘기해. 누나먼저 말해."
파리채 손잡이로 맞는 건 엄청나게 아팠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저 동생이 괘씸하고 미워서 맘 같아선 백 대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런 맘으로 예전에 열 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는 내 대답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떻게 또 동생을 열 대나 때리라고 해? 한 대 면 되지? 둘 다 한 대 씩이야."
그랬다.
우리에게 각자 몇 대 맞을 거냐고 물어봐도, 답은 늘 한 대.
나는 그 경험으로 터득한 눈치를 발휘했다.
"한 대요."
"그래, 너도 누나 몇 대 맞을지 정했어?"
"... 두 대요."
예상대로 엄마는 그 말에 더 화가 난 모양이었다.
"아니, 누나는 한 대라는데 두 대? 넌 네가 잘못한 건 모르고 너보다 누나가 더 잘못했다는 거야?"
엄마, 걘 원래 그렇게 얍삽한 애예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결국 나도 한 대를 맞았다.
내가 중학생이 되고, 우리 집엔 체벌이 없어졌다.
부모님이 내가 좀 더 어른이 되었으니 존중해 주기로 무언의 약속을 한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잘못해도 대화로 해결하려 했을 뿐, 파리채를 드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 집 체벌 기간은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과 함께 끝났다.
엄마는 왜 우리에게 서로 몇 대 맞을지 정하라고 했을까?
엄마 마음속에 늘 정답이 있었던 걸 보면, 그저 우리가 서로의 잘못 보다는 각자의 잘못을 깨우치길 바라서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