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자 2-4 이작가, 다시 그라운드로
우승컵은 어제 내린 눈이다.
- 리누스 미헬스 -
벌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가게를 열었다. 이날은 대회 준비를 위해 평소보다 일찍 가게를 닫고 퇴근할 예정이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늦은 새벽까지 손님들이 찾아왔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맙소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지각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쩐지 몸이 개운하더라니. 자대배치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등병처럼 재빠르게 준비하고 집을 나섰지만,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첫 경기에 출전할 선수명단 제출이 끝나 있었다.
새벽까지 일하고 왔다는 것을 알기에 팀원 중 누구도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부끄러웠다. 이런 날 무슨 핑계가 변명이 될까. 하지만 지각은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언제라도 경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몸을 푸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완도군축구협회장기 친선축구대회’의 개막전이자 신화 FC의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전반에만 두 골을 실점하고 말았다. 예선 첫 경기에서 패하는 바람에 대회 내내 힘겨웠던 지난 대회의 악몽이 떠올랐다. 경기장 바깥에서는 응원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되었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나를 포함한 팀원 모두가 만회골을 위해 투지를 불태웠고, 덕분에 우리는 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신화 FC는 후반에만 3골을 넣으며 기적적인 3:2 역전승을 거뒀다. 나도 한 골을 넣었는데 그것이 팀의 세 번째 골이자 결승골이 되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속죄골이었다.
이후 남은 예선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우리는 지난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그날은 일찍 가게를 닫았고, 충분히 잠을 잤다. 다음 날은 지각하지 않았다.
8강전 상대는 지난 대회 결승에서 우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군외 FC로 결정되었다. 경기는 디펜딩 챔피언과 복수를 다짐하는 팀의 맞대결답게 많은 관심을 모았고, 경기 양상도 아주 흥미로웠다.
초반 주도권은 세 골을 먼저 넣은 우리의 것이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머리와 오른발로 한 골씩 총 두 골을 넣었다. 하지만 상대는 포기하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후반전에만 연이어 두 골을 득점하며 3:2까지 추격한 것이다. 경기는 막판까지 난타전 양상으로 흘러갔지만, 결국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우리의 펠레 스코어 승리로 끝났다.
준결승전에서는 주말마다 우리와 연습 경기를 갖는 완도 FC를 상대했다. 8강도 그랬지만, 특히 준결승이 대회에서 가장 치열하고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던 경기였다. 나는 이 경기에서 왼쪽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하며 귀중한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완도 FC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상대의 슈팅은 자주 우리 골대로 향했고, 몇 차례 골키퍼와의 1:1 찬스도 허용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이 있었고,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행운도 따랐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렸을 때는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 경기는 우리의 1:0 승리.
지난 대회에 이어 신화 FC는 다시 결승에 올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리라. 힘들었지만 기분 좋게 선발 투입을 받아들였고, 이로써 나는 이 대회에서 팀이 치른 여섯 경기 중 무려 다섯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게 되었다. 사실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팀 선수들도, 상대 팀 선수들도 이틀 동안 강도 높은 경기를 여럿 치르느라 지쳐 있었다. 이쯤 되면 정신력 싸움이었다.
상대인 청해 FC도 아주 훌륭한 팀이었고, 결승전 경기도 8강이나 4강만큼 박빙이었다. 나는 머리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이번에는 교체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체력을 쥐어짜 뛰었다. 종료 휘슬이 불렸을 때는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 승리, 그리고 우승이었다.
우승 회식은 축제 분위기였고 나는 가게 문을 닫고 저녁 내내 팀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온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도록 뛰어서인지, 아니면 기뻐서였는지 평소 쓰기만 했던 소주도 달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우승의 맛인가!
누군가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라 했지만 어떤 눈은 녹지 않고 쌓여서 만년설이 되기도 한다. 내게는 동료들과 함께 거둔 이 우승이 그럴 것이다. 평생 안주로 삼고 또 삼아야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어김없이 지옥의 근육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