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전쟁이다 4
때는 바야흐로 2020년 2월. 나는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최고의 더비인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밀라노 더비)의 현장에 있었다. 인터 밀란의 홈 경기로 열린 더비는 AC 밀란이 전반에 두 골을 넣으며 앞서갔지만, 후반에만 무려 4골을 몰아넣은 인터 밀란의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인터 밀란 응원석에서 홈팬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한 내게는 평생 잊지 못할 직관의 기억.
그러나 극적인 경기내용보다 더욱 기억에 남는 건 현지 팬들의 뜨거운 열기였다. 역전골이 터지자 인터 밀란 팬들이 관중석에서 날뛰는 바람에 같은 인터 밀란의 팬이 다치는 일이 있었고, TV로만 보던 축구 경기장의 홍염은 어찌나 매캐한지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경기 종료 후 원정 팬들이 던진 라이터 등에 여러 차례 맞은 후에는 더비에서 패한 팀의 팬들을 절대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데르비 델라 마논니나의 역사
두 팀 중 먼저 창단된 것은 AC 밀란(1899년). 영국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AC 밀란은 초창기만 해도 이탈리아인과 영국인만 영입하는 폐쇄적인 정책으로 운영되었다. 인터 밀란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01년, AC 밀란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라는 이름도 모든 국적의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팀을 뜻하는 것. 그러나 오늘날에는 양 팀 모두 국적에 상관없이 훌륭한 실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뛰는 명문 구단이 되었다.
이탈리아 세리에 A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였을 때는 두 팀이 리그 타이틀을 두고 다투거나 유럽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맞붙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2010년대에는 리그 라이벌인 유벤투스 등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나 이탈리아 최고의 팀을 꼽을 때 두 팀의 이름이 반드시 들어가며, 그에 맞는 수준의 선수들이 밀라노의 축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산 시로와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
원래의 경기장 이름은 지명에서 유래한 ‘산 시로(San Siro)’이지만 두 클럽에서 모두 활약했고(정확히는 인터 밀란의 레전드), 1930년대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전설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 ‘주세페 메아차’의 이름을 경기장에 헌정하면서(1980년) 오늘날의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Stadio Giuseppe Meazza)’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직접 두 눈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전철 노선도에서 확인한 사실은 경기장에 가려면 여전히 ‘산 시로’라는 이름의 전철역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팬들도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라는 긴 이름 대신 역사적으로 친숙하고 더 부르기 쉬운 산 시로를 애용한다고. 공식 경기에서는 주세페 메아차라는 이름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