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풍요로운 인생을 위한 "일상의 발견"! - 열여섯번째 에피소드
학교 다닐 때는 대학 산악부로...
주야장천(晝夜長川) 산에 다녔었고,
지금은 직장 동호회의 일원으로,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
나는 언제나 '기록 담당'이었다.
그때의 경험은...
800km 국토종단 이야기와,
700km 백두대간 산행기,
3,180m 일본 북알프스 트레킹 보고서의~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
나의 소중한 순간은 한 편의 글이 되어,
오랫동안 기억의 한 켠을 차지할 것이다.
음... 간만에 기록가의 정신을 한번 발휘해 볼까?
불현듯 우리 동호회의 내장산 산행을~
한번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달 산행은 정읍에 있는 내장산이다.
정읍은 지난주 23년 만에 만난 국토종단 삼인방 중,
일철이가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다는 곳이다.
일철이의 고향에 오니,
새삼 지난주에 함께 걸었던 문경새재가 떠오르며~
후배가 생각이 난다. 오늘도 잘 지내고 있지?^^
내장산국립공원은,
1971년 우리나라 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호남 5대의 명산 중 하나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8경 중 손꼽히는 곳으로~
전체 면적은 81.708k㎡에 달한다.
신선봉(763m)을 주봉으로 하는 내장산은,
산 안에 감춰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하여...
안 내(內), 감출 장(藏) 자를 사용하며,
가을 단풍으로 특히 유명한 곳이다.
11월 말의 새벽 공기는 여전히 차다.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세워보지만,
쉬 추이가 가시지 않는다.
오늘은 왠지 새벽의 버스정류장이 외로워 보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 덩그러니 홀로 서있다.
내장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다.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집결지가 헷갈렸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서야...
시간에 맞춰 겨우 탈 수 있었다... 못 갈뻔했다^^;
어스름이 서서히 밝아지나 했더니,
어느새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차 안에서 마시는 모닝커피 등의 간식은 별미다.
아기 이슬이의 '찌리리' 효과를 제대로 느껴본다.
아주~ 푹 잠에 빠져들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어느새 내장산에 도착했다.
내장산국립공원의 커다란 안내판을 보며,
오늘 우리가 갈 길을 되짚어본다.
내장사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가을'답다!
계곡을 곁에 두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흙길엔,
멋들어진 조형물과 단풍잎들이 한가득하다.
지금 한껏 피어오른 타는 듯 붉은색의 단풍은...
내장산의 명물답게~ 강열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절정에 이르면 행여나 금방 떨어져 버릴까...
염려가 많은 노란색의 단풍은,
은근한 수줍음을 감추고 있다.
땅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행여나 아플까~ 살포시 한번 밟아본다.
내 발과 맞닿은 울긋불긋 낙엽들에겐,
'가을의 소리'가 들린다.
'바스락바스락', '사각사각'...
귀를 좀 더 기울여보면,
아름다운 새소리와 청량한 물소리도~
함께 들어볼 수 있다.
자연이 건네주는 작은 속삭임은,
언제 들어도 다정하고 정겹다.
내장사로 가는 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큰길과 작은 길로 나뉜다.
두 길이 모두 예쁘지만, 우리는 작은 길을 택한다.
소로의 오솔길은 아기자기 꽤나 운치가 있지만...
연못 위에 세워진 정자인,
우화정의 앞모습은 보지 못해 조금 아쉽다.
우화정은 단풍이나 물안개 속에서 보면,
하늘로 오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못에 비친 정자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주변 경치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발걸음을 자주 멈추니,
나는 어느새 가장 후미가 되어버렸다.
좀 늦어질지언정...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굳이 발걸음을 재촉하진 않는다.
내장사를 바로 앞에 두고,
쉬기 좋은 곳에서 점심을 위한 자리를 편다.
각자 조금씩 준비한 음식들을 내어 놓으니,
금세 푸짐한 한상이 뚝딱 차려진다.
오늘 식탁의 하이라이트는,
어제 완도에서 올라왔다는 신선한 회와 전복, 뿔소라이다.
'산속에서 귀한 바다 생물들을 보게 되다니...!'
가을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의 입들도 덩달아 호사(豪奢)를 누려본다.
다행히 준비해 온 와인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배가 든든하니 우리는 다시 걸을 수 있다.
내장사 바로 앞,
단풍이 좋은 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내장산에 우리의 발자취를 남겨본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사천왕상을 지나,
내장사에 들어가면...
귀여운 동자와 작은 못을 만나볼 수 있다.
복전함을 지키는 동자의 표정이,
사뭇 편안해 보인다.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테지...
절에 왔으니,
나도 대웅전 앞에서 경건히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아 본다.
내장사에서 내려가는 길에 억새 군락을 만난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가을 억새가,
시원한 내장산의 바람을 받으며~
살랑살랑 춤을 춘다.
"산에서는 억새, 물가에는 갈대"라 했으니...
아마도 억새가 맞을 테지...^^;
백양사로 가는 길은 제법 거리가 있다.
내장산국립공원의 면적이 약 81k㎡라고 하더니, 30여분을 버스로 달려야 백양사다.
누군가 바위 위에 쌓아 놓은 작은 돌들은...
저 멀리 내장산의 봉우리와 무척이나 닮았다.
저 봉우리가 내장산의 주봉이라는 신선봉일까?
왠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문을 지나 백양사 가는 길은,
잘 정비된 수변테크를 포함한 평탄한 산책로이다.
내장사에서는 작은 계곡을 끼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졌는데,
백양사 가는 길은 물길이 더욱 커져...
작은 연못을 이루고 있다.
단풍이 그대로 비치는 연못의 풍경이,
역시나 '가을'답다!
내장산이 한국 8경 중 하나라는 말이,
다시금 납득이 되는 순간이다.
'내장산은 산세가 워낙 크다 보니,
연못마저도 품을 수 있었구나... '
아름다운 연못을 뒤로하며,
천년고찰 백양사 입구에 위치한 누각인
쌍계루가 보인다.
쌍계루는 가을의 경치 속에 왠지 더 고즈넉해 보인다.
내장산국립공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봄 백양, 가을 내장"이라고 한다는데...
우리는 한 번의 가을에 '백양'까지 보고 간다.
이번 내장산에서는 주봉을 오르는 대신,
내장사와 백양사를 둘러보았다.
지금의 나는...
산에 가면 무조건 정상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내가 아니다.
산은 다만 산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는 걸,
그땐 왜 알지 못했을까?
오늘 동료들과 함께 2025년의 마지막 가을 풍경을,
내장산에서 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내장산의 가을은, 지금껏 그 어느 곳보다...
멋진 가을의 경치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마음으로 남긴 기억이 조금씩 흐릿해질 무렵...
글로 아로새긴 기억이 보다 선명해질 때가 오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25년이 보여주는 마지막 가을 풍경을,
좀 더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
이제 곧 겨울이다.
다가오는 겨울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 겨울에 과연 나는...
어는 산에 오르고 있을까?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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