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칠순' 여행 3 - 경주 [하편]

#23. "일상의 발견"! - 보문호수, 월정교, 경주교동 최씨고택

by 김기병

'부스럭부스럭'


경주에서의 새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이른 새벽에 눈이 절로 떠진다.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이 행여나 깰까,

움직임은 더 조심스럽다.


천천히 객실을 빠져나와,

어제 눈여겨보았던 보문호수를 찾는다.

호수에 도착하니 여명이 비친다.


아직 7시가 채 안되어,

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스마트 워치를 보니,

오늘 경주의 일출은 07시 29분이다.


천천히 새벽 호수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호수 주변을 산책한다.


이 녀석의 이름은 '보문호반길'인가 보다.

새벽에 부지런을 떤 만큼, 경주의 상징을 발견했다!


아... '신라의 미소'로 불리며,
재해 방지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얼굴무늬 수막새'

천마총 '천마도'에 그려진,
구름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신성한 '천마'


이 새벽의 여유를 느끼려고,

오늘도 그렇게 발걸음을 서둘렀나 보다.

얼마나 걸었을까...

오늘 우리 가족의 아침을 책임져줄 식당을 발견한다.

음... 도깨비식당이라.


이름부터 심상치 않군~

이른 시간인데도 불이 환희 켜져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맛집'이다!




이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해주려니 발걸음이 급해진다.

걸으면서 왔던 길을, 이번엔 뛰어간다.

출렁출렁...

잔잔히 물결치는 호수를 옆에 끼고 달리는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금세 숨이 차고 몸이 더워진다.


헉...헉...

쌀쌀한 새벽 날씨에 여미어 두었던 옷깃을 열고,

넥워머도 벗어던진다.


해가 얼굴을 내미려 한다!

일출을 보며, 나 말고도 달리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심장이 쿵쾅쿵쾅,

오랜만에 달리기의 '설렘'이 전해진다.


오호~

호수를 끼고 달리는데, 오른쪽에 천마가 보인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네!

천마(天馬). 구름을 뚫고, 하늘을 나는 말!


'이이히힝~~'


좋아, 나랑 한번 달려보자는 거지?^^


마라톤의 결승점을 통과할 때처럼,

막판 스퍼트에 힘을 싣는다.


골~인!!!

새벽에 세워둔 나의 애마는 왠지 시큰둥해 보인다.

천마랑만 달리고 와서 그런가?


그래, 너도 달리게 해 줄게!

얼른 시동을 걸어 녀석을 달래 본다^^;


지금쯤이면 우리 가족들이 일어났을까?




천천히 체크아웃하고,

새벽에 발견한 맛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어른들은 국물이 얼큰한 한우국밥을,

아이들은 대부분 돈까스다.


배도 빵빵하니, 이제 좀 걷자^^;


식당 앞 '보문호수'는

보문관광단지 내에 조성된 약 50만 평 규모의 인공호수이다.


'보문(普門)'은 불교 용어로,

관세음보살을 가리키는 '보문보살'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너울거리는 호수 주변으로는,

8Km 정도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마음 같아서는 호수를 한 바퀴 크게 돌고 싶은데,

아까와 달리 바람이 거세다.

포근했던 어제에 비해, 날씨가 추워져~

가까이 보이는 전망대까지만 가보기로 한다.


보문호수의 멋진 배경을 뒤로해서...


나는 부모님을 찍어드리고,

어머니는 우리를 찍어주신다.

보문호수의 안내판의 문구가 자뭇 시적이다.


'천년의 역사, 피어오르다!'

바람이 점점 더 심해진다.


어우~, 춥다... 추워!

얼른 움직이자^^;




경주 여행의 다음 코스는 '월정교'이다.


월정교는 길이 66m, 폭 및 높이가 각각 9m에 이르며,

다리의 양 끝에 문루가 세워져 있다.

월정교는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목조 다리로,

조선시대에 유실된 것을...

2018년 4월에 재건하였다고 한다.


잔잔히 흐르는 물결 위로,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월정교를 천천히 거닐어본다.


문루에 이르면,

가파른 계단이 나오고...


문루 2층에는 월정교의 복원 과정 영상물,

출토 유물과 디지털 전시관이 설치되어 있다.

아~ 문루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홍보관이 있었구나^^


우리 막내는 문루에는 관심이 없어,

마냥 다리를 걷고 있는데...


우와~

아이의 사진을 담고 보니,

'모델이 워킹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 아닌가?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눈에는,

"콩깍지가 씌인다"더니...


근데 아무리 봐도,

진짜 모델의 포즈와 비슷한 거 같다^^;

경주의 남천(南川)을 건너는 방법은 총 3가지가 있다.


1. 통일신라시대의 다리를 복원한 월정교,

2. 최근 새로 생긴 현대식 보행교,

3. 두 다리 사이에 있는 정감 있는 징검다리!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갈 때는 월정교로,

되돌아올 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징검다리였다.




경주에서의 어느 흐린 날...

남천에 비친 월정교의 실루엣은 운치가 있다.

강을 건너기 위한 징검다리 사이로,

행여나 발이라도 빠질라...

막내들은 작은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발을 내딛고 있다.


어쩜... 내딛는 다리도 같은 쪽일까^^

무섭지 않지?

괜찮아, 걱정하지 마.


너희들의 뒤에는 든든한 할아버지가 있고,

앞에는 아빠가 잘 지켜보고 있으니까!


월정교의 예쁜 경치에,

3대(代)의 정겨운 풍경이 소소하게 더해진다.




경주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아버지가 추천해 주신 경주 '교촌마을'이다.


교촌마을은 경주시 교동에 위치한 전통 한옥 마을로, 최부자집을 중심으로~

한옥과 문화유적이 어우러진 역사적 장소이다.

그럼 어디 한번 들어가 볼까?


교촌마을의 중심 '최부자집'이란 곳을^^

경주 최부자집은 부를 유지한 최씨 가문의 고택으로,

신라 문인 최치원의 후손인 최진립 장군의 후예들이 세운 명문이라고 한다.


부불삼대(富不三代)라는데...

조선 시대, 최부자집은 경주에서 무려 12대(약 300년) 동안이나 이어졌다고 한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2.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3.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4.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5.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6.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최부자집의 육훈(六訓)을 보니,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속설을 깨고...

장기적으로 재산을 지킨 내력이 이해가 된다.


최부자집의 기운을 듬뿍 받아,

우리 가족들에게도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다.


못내 아쉬우니,

최부자집의 입구를 나오며 사진 한컷 찰칵!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즈넉한 골목길을 천천히 거닌다.

당시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이 길을 바쁘게 움직였으리라...

경주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 막내는 주야장천(晝夜長川) 달린다.


막내의 달리기가 끝날 무렵,

경주로의 '칠순여행'도 막을 내린다.


비록 최초의 계획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 보문호수와, 월정교, 최부자집을 만났다.


"누군가 여행의 시작은 계획이 틀어졌을 때부터라고 했던가?"


우리는 이곳을 다시 찾을 핑곗거리 하나를 남겨두며,

1박 2일의 소중한 경주 여행을 마친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돌아온다.


2025년 성탄절에는,

'부모님의 칠순여행, 경주 이야기'를 완성해 드렸다!


천년 고도 경주는,

우리 가족 3代에게 멋진 추억을 한가득 안겨준 곳이다.


사랑스러운 손주들이 고사리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한껏 소리친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많이많이 사랑해요^^!"



[부록 1] '일상의 발견' #18 - '부모님의 칠순' 바로 가기!


[부록 2] '일상의 발견' #21 - '부모님의 칠순 여행' 1 바로 가기!


[부록 3] '일상의 발견' #22 - '부모님의 칠순 여행' 2 바로가기!


- To be continued -




[브런치북] 행복을 찾아, 일상으로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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