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0,000과 1:600,000 지도의 차이!
▶ 국토종단 전반부 이야기 (Main Story 1) 중,
○ 1월 13일 (예비일 – 하루 휴식!)
- 휴식을 취하며... 황간의 유적답사...
명우형, 경화, 호성형을 마중해 주고, 우리 일행은 목욕탕이 있는 사우나로.
오랜만에 형들이 와서 참 술을 많이도 먹었다. 그제도 거의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는데 어제도 역시... 평소의 리듬이 깨져 오늘 하루를 휴식을 취하며 예비일로 잡았다. (원래 계획엔 없었지만 적은 잠과 많은 술로 인해 몸이 종주 이상으로 피곤을 느낀다.)
오전은 계속 사우나에 우후엔 휴식과 식량구입. 날씨가 좋아 황간초등학교 잔디밭에서 어제 명우형이 사준 삼겹살을 구워 먹고, "어? 그런데 경화가 가져온 반찬 어딨어?" "형, 그거 다 먹었잖아요..." "......" 우하하하 우린 너무 잘 먹는다니까^^; 오랜만에 옛날 생각하면서 작은 그네도 실컷 타본다. 재미있다.
식량 구입 후 덕규랑 일철이 추가로 식량을 사러 갔을 때 학교 뒤로 보이는 능선을 탔다. 대나무 포도밭이 있는 작은 산길을 나 홀로... 능선 따라 계속 걸으니 웬 누각이 보인다.
가학루 - 조선시대 마치 학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가학루에 오르니 시가 적혀있는 비석과 함께 황간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차역, 강, 황간교, 논과 밭들... 그리고 옛날엔 여기에 향교가 있었단다. 명륜당과 대성당! 돌계단을 따라 문을 밀어보니 삐걱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창호지가 있는 옛날 기와건물... 명륜당을 정면으로 바라보니 참 기분이 묘하다. 작은 마을에 있는 옛날의 흔적들...
그리고 생각이 든다. 참 우리나라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역사의 흔적들이 너무나 많구나... 이런 작은 마을에서조차 나에게 설렘을 주는 향교 사당과 누각이 있구나! 기회가 되면 곳곳에 있는 이런 유적들을 모두 한 번쯤 찾아가고 싶다. 그리고 느끼고 싶다. 역사가 간직하는 그 여운을...
텐트로 돌아오니 반가운 일행들이 보인다. 오늘 하루 푹 쉬었으니 내일은 더 힘찬 발걸음오로 또 한 발자국 전진이다. 내가 지나는 땅들의 자취를 따라서 말이다.
○ 1월 14일 (황간 - 삼포 - 낙서) 28Km
- 1:120,000과 1:600,000 지도의 차이!
하루를 푹 쉬고 드디어 미뤄둔 구간을 다시 시작한다. 명우형이 주신 1:120,000 지도를 보니 정말 편하다. 지나는 마을과 초등학교, 거리(Km)까지 나오니 아주 위치 파악이 용이하다. 49번 지방도는 정말 차도 별로 안 다니는 마을길 같다. 덕규랑 일철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오전은 가볍게!
삼포에서 얼마 남지 않은 한 초등학교에서 떡라면에 군만두(사실 기름이 거의 없어 찐만두 수준이었지만)까지 먹으며 푹 쉬고 우후 종주... 낙서까지 12Km라는 이정표를 보며 걸었는데 오후에는 몸이 많이 무거워진다. 역시 하루를 쉬었지만 리듬이 좀 깨진 것 같다.
발에 물집도 하나 잡히고(이번 종주 2번째 물집이다. 으...) 후딱 비닐하우스 안에 텐트를 치고(하늘이 안 좋다. 내일 날씨가 좋아하 할 텐데 조금 걱정이다.) 항상 그렇지만 많은 밥을 먹고... 오늘은 3명 모두가 물집 대수술이다. 헤헤헤...
※ P.S) 길을 걷다 갑자기 일철이 흰 새를 보고 참 신기해한다. 갑자기 사진 찍어야 한다며 사진기 들고 논으로, 논으로... 일철이 과를 조류학이나 생물학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새가 잘 나와야 할 텐데...^^;
○ 1월 15일 (비닐하우스 안)
- 한 겨울에 폭우... 발이 묶이다!
새벽 3시. 천둥소리에 잠을 깨니, 이게 웬일? 비 아니야? 정말 한겨울에 엄청난 비가... 아침엔 그치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오지도 않는 잠을 자려고 눈을 붙인다.
새벽 6시 30분... 역시 빗소리에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왠지 오늘 운행에 발이 묶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닐하우스 안에 텐트를 쳤는데, 비가 비닐하우스를 때리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천둥소리... 얼마 전 군대 간 동생에게 편지를 쓰고 에라 모르겠다. 일행 3명은 다시 침낭 속으로...
라볶이(일철이 정말 못하는 요리가 없다니까^^)를 해 먹고 시간을 보냈는데도 역시 계속 내리는 비! 오늘은 안 되겠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루를 더 지내는 수밖에. 하루가 굳었지만 참 무료하다.
내리는 비를 보며 "야, 우리 고스톱이나 치자" 무겁게(?) 들고 다닌 보람이 있다. 정말 심심했으니... 일 차전 덕규가 Out 되고, 일철이와 맞고다. 오광 2번, 포고에 장난이 아니다. 오후 5시... 상황종료...
오늘 일철이 아마 가슴이 좀 아플 거다. 딴 돈 중 일부로 일철이 과자 사러 가고(왕복 4Km의 비 오는 거리를 단지 심심하고 과자가 먹고 싶다는 생각에 웃으며 가는 일철이) 덕규는 물 얻으러 마을 안으로... 밥은 내가 하면 되나? 마을에 가게가 없어서 과자 사러 간 일철이, 가게가 다 문을 닫아서 그냥 오고^^'; 물 얻으러 간 덕규는 김장김치 한 포기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하게...!
우리들을 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아 참 기분이 좋다. 정말 맛있는 김치 한 포기를 아미나이프로 다 썰고 그걸로 밥을 먹고... 비는 계속 내리고... 내일은 비가 좀 오더라도 운행을 해야겠다. 오늘처럼 많이 오진 않겠지? 눈에 선하다. 비에 젖은 걸 말리는 우리들 모습이...-.-
○ 1월 16일 (평지리 - 상주 - 문경시) 30Km
- 비에 굴하진 않았다. 그러나 젖은 신발로 발이 퉁퉁...
어제보다 많은 비가 내리진 않아, 드디어 이틀간 신세를 진 비닐하우스에서 탈출이다. 계속 내리는 비로 어택을 최대한 방수가 되게 꾸리고 텐트 밑에 까는 비닐로 군대에서 판초의 처럼 구멍을 뚫으니, 완전 비닐 쓴 기병이다.
그리고 출발, 신발이 안 좋아 양말 바깥으로 비닐을 쌓지만 무용지물! 발바닥이 계속 젖어 쉴 때 양말을 짜면 물이 주르륵-.-; 슈퍼에서 간단한 빵과 막걸리(오직 비가 온다는 이유만으로)를 먹으며 문경으로... 발이 안 좋으니 무릎도 아프고, 종주이레 가장 피곤한 하루가 아닐까?
이미 여분의 양말까지 바닥나서 오후 5시쯤... 문경에 도착하자마자 장급 여관을 잡았다. 25,000원. 아줌마~아 조금만 싸게 해 주세요. 네? 학생들이니 싸게 해주는 거라고, 대신 배고플 때 라면을 끓여 주신다는 우리 아줌마! 합의(?)를 보고 방문을 여니 이건 정말 넓고 따뜻하고 깨끗한... 정말 돈이 하나도 안 아까운(지난번 여관에서는 20,000원을 주고도 아침에 빨래한 게 다 안 말라 휘발유 버너 키고 말리느라 고생을 했다.) 기분이다.
씻고, 빨래하고, 갑자기 웬 전화? 아줌마가 라면에 (게란+파) 밥에, 김치에... 정말 라면 먹으면서 이렇게 땀 흘려 가며 맛있게 먹은 적은 처음인 거 같다. 캬! 이건 완전히 탕이라니까... 그리고 식량사고 밤에도 계속 비가 내리니 좀 걱정이 된다. 뉴스에서는 호의주의보라고...
방금 광운대 동기 유종이도 설악산에 얼음이 녹아 동계 일주일 못하고 내려왔단다. 참 날씨가... 겨울이면 겨울다워야지 말이야... 아... 하느님... 내일은 제발 비 안 오게 해 주세요... 우리 일행 고생 안 하게요...
※ P.S) 우린 정말 여관에 한번 가면 뽕을 뽑는다. 3명 모두 더운물 가득 받아 목욕하지, 밀린 빨래 다 하지, 텐트랑 침낭이랑 젖은 거 다 말리지, 비디오도 한 2∼3편씩 보지, 가끔 이렇게 라면탕까지 먹으니... ㅋㅋ 우리가 지나간 여관에는 풀 한 포기 안 날 거다. 쓰레기 봉지도 잔뜩, 흙과 모래도, 그리고 우리는 잘 모르지만 뭔가 모를 냄새(?)도 가득...^^;
- To be conut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