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 [하늘재 ~ 고치령]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by 김기병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2)



○ 백두대간 4 [하늘재(525m) - 포암산(962m) - 대미산(1,115m) - 작은 차갓재(816m)]


2007년에도 계속되는 백두대간!


우리의 백두대간은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만 이루어져서 완주에 꽤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 이미 작년에 백두대간은 시작되었고, 겨우내 새싹이 긴 잠에서 깨어나듯, 우리 백두대간팀도 드디어 기지개를 켰다. 하늘재에서 시작하는 2007년의 첫 산행이라 오늘은 다들 유난히 의욕이 넘쳐 보인다.


04시. 3월이라지만 새벽 공기가 꽤 쌀쌀하다. 대간팀의 집결지인 구청에서 출발한 우리의 애마(차량)는 정겨운 얼굴들을 한 아름 태우고 출발지로 향한다. 이른 새벽이라 잠시 눈도 붙이고, 도중 휴게소에서 든든한 아침으로 힘을 비축한다.


07시. 하늘재 도착. 산에서 느끼는 시원한 공기와 산내음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산불방지 기간이라 입산이 통제되고 있지만, 대간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출발!!! 오래간만에 시작한 산행이라 발걸음에 힘이 넘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들이 지났던 지난 구간의 능선들이 정답게 아는 척을 한다.


07시 50분. 포암산 정상(962m).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있으며 경상도와 충정도에 걸쳐 있다는 포암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숨이 찰 때마다 크게 심호흡을 하니 신선한 산소에 온몸이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돌무덤 앞 포암산 비석에 유난히도 백두대간이라는 글씨가 눈에 크게 들어온다. 우리가 지나는 이 길이 기나긴 대간의 일부라는 생각에 또 한 번 마음이 뿌듯해진다. 정상에 왔으니 왠지 그냥 내려가기 아쉽다. 포천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는 막걸리 한잔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다.


앞으로 남은 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다음 목적지로! 가파른 오르막이었던 만큼 이번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880m 고지에 도착하니, 이런... 이정표가 모두 누워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던 이정표였으니, 이제 그만 쉬고 싶었던 것일까? 멀리 주흘산을 모습을 보며 잠시 경치에 취해본다. 어느새 완만한 능선길에 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산속에 있다는 느낌이 그렇게 포근하다.


지나는 발걸음만큼 어느새 내리 쬐이는 햇살은 봄기운을 물씬 풍긴다. 나는 유난히도 계절의 변화엔 무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봄이 왔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긴 시간 산행에 떨어지는 체력을 막기 위해 간간이 준비해 온 음식으로 속을 든든히 하고, 5시간여를 걸으니 대미산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크게 아름다운 산이란 대미산은 이름에 걸맞게 올라가는 경사도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점심 먹을 곳을 찾기 위한 선두는 그 오르막을 보고 경사가 시작되는 곳에서 더 나아갈 수 없었다고 한다^^;


12시. 산에서 먹는 점심은 언제나처럼 꿀맛이다. 준비해 온 음식을 모으면 어느새 남부럽지 않은 진수성찬이 되고, 운치 있는 풍경과 더불어 한잔 술에 쌓인 피로를 날려 보낸다.


13시 10분. 오후 산행이 시작된다. 발아래 수북이 쌓인 낙엽과 부엽토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푹신푹신한 감촉이 너무나 좋다. 간간이 채 녹지 않은 눈과 그위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낙엽송을 보니 자연 속에 있음이 다시금 느껴진다.

13시 50분. 드디어 오늘 구간 중 가장 높다는 대미산 정상(1,115m) 도착. 산세가 넉넉하며, 정상의 전망은 장쾌하기 그지없다는 대미산은 그 이름처럼 크게(大) 아름다운(美) 산이다. 멀리 월악산 영봉까지 뚜렷이 보일 정도로 시야도 좋고, 땀을 식혀주는 상쾌한 바람 속에서 대미산 비석을 중심으로 단체사진도 찍어본다. 산행일지에 이 멋진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행여 놓칠세라 하나라도 경치를 마음속에 더 담아두고, 내려가는 하산길엔 채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다. 몇 번 미끄러지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니 오늘의 최종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산행시간이 9시간을 넘어 몸이 많이 지칠 때쯤... 드디어,


16시 20분. 작은 차갓재 도착. 큰 철탑이 있는 이곳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동시에 다음 대간의 출발지가 된다. 다음에 오를 황장산을 뒤로하고 마을로 하산! 하루의 산행을 끝내고 먹는 하산주의 맛이 언제나처럼 기가 막히다. 마을 이장님이 직접 담그신다는 머루주와 숯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


"백두대간 속에서 자연을 배우고, 함께 하는 사람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9시간 이상의 긴 산행이었던 만큼 그만큼의 뿌듯함을 안고 서울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작은 차갓재에서 시작될 다음 대간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 백두대간 5 [죽령 - 소백산천문대 – 제1연화봉(1,394m) - 비로봉(1,439m) - 국망봉(1,420m) - 고치령]

작은 차갓재에서 이어져야 할 백두대간이지만 구간사정으로 다음 구간을 앞당겨 이번 구간은 소백산 구간이다. 언제나처럼 새벽 4시에 대간으로 향하는 차를 타고 출발! 아직 채 어둠이 걷히지 않아 , 새벽 공기가 꽤나 쌀쌀하다. 오늘 구간은 백두대간 중에서도 가장 긴 구간이라 설렘과 함께 조금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죽령으로! 단양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07시 10분. 죽령에서 이번 구간이 시작된다. 살짝살짝 내리던 비가 죽령에 이르자 어느새 눈으로 바뀐다. 소백산이 눈이 많은 구간이라 눈이 쌓여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눈이 내릴 줄은^^;;;


09시. 소백산 천문대 도착.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쌓여 있어 걷는데 힘이 유난히도 많이 든다. 하얀 눈이 사박사박 밟히는 소리와 온통 눈으로 덮인 산길, 나무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눈서리는 완전히 겨울의 풍경이다. 절기상 지금은 분명히 봄인데... 봄에 겨울을 느끼며, 제1연화봉으로 가는 길을 자연탐방로로 잡는다. 신갈나무, 풀푸레나무, 기타 이름 모를 나무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참 운치 있게 이어진다.


09시 50분. 제1연화봉(1,394m) 도착. 목재계단으로 올라오는 곳 양옆으로 철쭉이 유난히도 많다. 언젠간 분홍빛으로 산전체를 물들일 철쭉이 지금은 온통 흰옷을 입고, 아직 찾아오지 않은 봄에 시샘을 내듯, 몰아치는 칼바람이 유난히도 매섭다.


10시 30분. 주목군락 산림초소. 하얀 눈길에 웬 통나무 산장이 있나 했더니 알고 보니 산림초소이다. 유난히도 많이 쌓인 눈과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 속의 산행이고 보니, 산림초소라기보다 반가운 휴식처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잠시 바람을 피하고, 이만한 장소가 없어 1/2식^^ 가져온 식량 중 절반만 이곳에서 먹기로 한다. 눈 속의 산행이라 다들 허기가 많이 졌다. 순식간에 준비해 온 음식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소주 한잔에 금세 새로운 힘을 보충한다. 신발과 장갑이 많이 젖어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금방 몸이 추워져,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으로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목재계단 양옆은 마치 끝없는 평야를 연상시키듯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설원평야...


11시. 소백산 정상 비로봉(1,439m) 도착. 정상에 오르니 주위가 온통 새하해 참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날씨가 화창해 멀리 봉우리까지 한눈에 보이는 산행도 멋있지만, 이렇게 온통 눈과 안개로 주위가 교묘하게 가려지는 산행도 꽤나 운치가 있어 좋다. 다시 목재계단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드니 이곳은 유난히도 눈이 많다. 많은 눈에 아이가 눈썰매를 타듯 글리세딩도 하니, 설산에 있다는 게 다시 한번 실감이 난다.

12시 20분. 국망봉(1,420m)에 오른다. 산행 시간이 5시간을 넘어가자 슬슬 몸에 피로가 쌓인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대원중 2명이 무릎에 무리가 생겨 많이 힘들어 보여 걱정이 앞선다.


15시. 아껴두었던 나머지 식량을 꺼낸다. 산행 시작할 때부터 내리던 눈은 그칠 생각을 않는다. 다행히 한쪽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위가 있어 근처에 소박한 식탁을 꾸린다. 나머지 식량으로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고, 눈 오는 날 산에서 그렇게 달콤하게 넘어가는 소주 한잔에 몸을 녹이니 다시금 힘이 난다.


16시 30분. 마당치를 지나 산행시간이 10시간이 지나자 다리가 절로 풀린다. 내려가는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어, 아이젠을 신어도 자꾸만 넘어진다. 아이젠 사이로 뭉쳐진 눈이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고, 고치령까지 1시간여 남은 거리가 하염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체력이 다하고, 정신력으로~ 특히 아픈 무릎을 이끌고 투혼을 불사르며 구간을 완주하는 모습에 마지막 힘을 짜내어본다. 아침에는 그렇게 예쁘게만 느껴지는 눈들이 이제는 질린다는 생각이 들 때쯤...


18시 10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고치령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의 끝임을 말해주는 도로와 먼저 도착해 맞아주는 사람들이 반갑기 그지없다. 총 11시간... 눈과 함께한 산행에 온몸이 젖고, 온 힘을 소모하고, 특히 아픈데도 불구하고 함께한 여러 사람들이 있기에 이번 산행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지친 만큼 하산주로 먹는 토속막걸리와, 이곳에 오면 한 번은 꼭 들려야 한다는 순흥묵집에서의 토속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백두대간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고, 길었던 만큼 우리가 지나온 새하얀 능선길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으리라... 유난히 길었던 하루의 산행과, 고치령에서 이어지는 다음 백두대간을 생각하며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뿌듯하다^^!



- To be conut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