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2) 중,
○ 백두대간 6 [고치령 - 마구령(810m) - 늦은목이 - 선달산(1236m) - 박달령(970m)]
새벽 4시.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 집을 나서는데 천둥소리에 깜짝 놀랐다. 비와 강풍이 백두대간 산행의 발목을 잡지만, 대간팀의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06시 30분. 단양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는데 빗발이 점점 거세진다. 기상 상황에 따라 하산 지점을 3개로 나누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한다.
08시. 지난번에 하산했던 고치령에 도착하니 빗발이 다소 잦아진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고치령 초입의 정승들의 배웅을 받으며 산행시작! 이번 구간은 백두대간 5대 편안한 코스 중 하나라서 그런지 빗속에도 불구하고 산행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몸이 젖어 조금만 쉬어도 금세 추워지고, 또 마땅히 쉴 곳도 없어 마구령 까지 한 번에 오른다.
10시 15분. 마구령 도착! 8km를 단숨에 올랐더니 금세 허기가 진다^^; 계획보다 빨리 도착해 몸도 녹일 겸 간단하게 소주 한잔과, 돼지고기 주물럭! 다행히 빗줄기도 많이 가늘어지고, 가랑비 속에 익혀먹는 고기맛은 그렇게 좋다. 힘을 보충하고 늦은목이로 가는 길은 안개 낀 오솔길로 참 운치가 있다. 젖은 낙엽과 진흙길에 몇 번 미끄러질 뻔도 했지만, 그렇게 험하지 않은 산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12시 50분. 늦은목이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선달산에 오르기 전 넓은 공터에서 저마다 준비한 음식들을 꺼낸다. 젖은 땅이지만 항상 오후 산행을 대비해 쉬면서 먹는 음식이라 유난히도 맛이 난다. 늘 풍성하게 차려지는 식탁에, 잔을 돌려가며 나눠 먹는 소주라 그 맛은 오직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13시 40분. 이야기들이 무르익어 가는 와중에 몸이 많이 추워진다. 아직 갈길이 멀기에 선달산으로 출발!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은 구간답게 선달산 가는 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백두대간의 묘미 중 하나가 오르 내림을 반복한다는데 있지만, 역시 식사 후의 오르막은 숨이 유난히 찬다. 고도가 높아지며 짙게 낀 안개로 앞사람과 조금만 떨어져도 벌써 안갯속에서 행방이 묘연해진다. 산속에서 유난히 신비롭게 느껴지는 안개는 선달산 정상 부근에 이르자 절정에 달한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과 선달산임을 나타내는 비석의 실루엣은 정말 기가 막힌 한 폭의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14시 45분. 선달산(1,236m)에 오른다.
선달산은 강원도 영월군과 경북 영주시 그리고 봉화군이 갈라지는 지점이며, 선달산과 박달령 사이의 대간 능선은 경북과 강원도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다음 구간에는 드디어 강원도로 접어든다고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뿌듯함에 힘이 절로 난다. 백두대간이라고 씌어있는 글씨가 다시금 대간 속에 있음을 느끼게 해 주며, 정상 안내판에 전체적인 대간의 구간도를 보며 아직 가야 할 많은 산길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을 반겨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정상에서 전체적인 산의 경치를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 안갯속 풍경 또한 운치가 있기에 남은 구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박달령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군데군데 아직 채 녹지 못한 눈도 보이고, 낙엽이 채 쌓이지 않은 미끄러운 진흙길에 바람이 점점 강해진다. 틈틈이 떨어지는 체력을 간식으로 보충했지만, 빗속의 산행이라 8시간을 넘어가자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도리기재까지 가면 야간산행이 될 우려가 있어, 오늘의 하산지를 박달령으로 정한다.
17시. 박달령(970m) 도착! 널따란 헬기장에 이르자 조금씩 안개가 걷히며 주변 산세가 보이기 시작한다. 넓은 공터에 눈앞의 경치를 바라보며 한잔 하산주를 마시면 그 맛이 기가 막힐 텐데... 이런 곳이라면 텐트 한동 쳐놓고, 고즈넉이 야영을 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박달령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우리들의 하산주가 기다리는 곳으로~^^ 산행 내내 안개가 끼어 얼마큼 높이 있었는지 잘 몰랐는데 안개가 걷히니 내려가는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구불구불 비포장 도로를 1시간여 내려가니 드디어 우리들의 애마(愛馬)가! 애마가 있는 곳엔 우리들의 하산주가 있다?! 비바람과 함께한 산행이라 한 모금 하산주가 유난히 달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조선시대 우리나라 약수 중에서 물맛이 가장 좋다는 오전약수에서 약수도 받고, 풍기에선 맛난 순댓국으로 배를 든든히 하니, ㅋㅋ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다. 힘든 산행에서 그만큼의 정을 배우고, 비가 와서 유난히도 상쾌하게 느껴지던 산내음과 안갯속 경치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다음 대간길이 그리워진다. 박달령에서 이어지는 태백산 구간이...!
○ 백두대간 7 [도래기재 – 구룡산(1,345m) - 신선봉(1,295m) - 깃대배기봉(1,368m) - 태백산(1,567m) - 화방재]
새벽 4시. 언제나 이 시간은 백두대간 이번 구간의 산행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넉넉한 모습으로 활기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비록 조금 졸리지만... 지난번 비가 많이 와서 지나지 못한 옥돌봉은 다른 산행으로 대체하고 이번 구간은 도래기재에서 시작! 이른 아침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지나,
08시. 도래기재 도착.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산행 시작. 초입에서 조금만 오르면 좌측은 강원도 영월, 우측은 경북 봉화로 이번 구간은 강원도로 진입하는 구간이라 더욱 느낌이 새롭다. 곧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의 그윽한 향과 완연한 봄날씨를 느끼게 해주는 빛나는 햇살을 받은 산행길이 눈이 부실 지경이다.
10시 05분. 계속되는 오르막에 숨이 찰 무렵. 구룡산(1,345m) 도착. 넓고 편평한 구룡산 정상에 서니 주위 산새가 한눈에 보인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해 멀리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길과, 지난주 역시 우리들이 지나왔던 길들을 보며 대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힘들게 오르니 그만큼의 내리막 길과 완만한 능선... 아름다운 새소리와 이름 모를 야생화에 발걸음이 참 가볍다.
11시. 참새골 입구에서 준비해 온 음식 중 절반만 꺼낸다. 일명 1/2식. 오늘도 10시간 이상 산행에 대비해 틈틈이 음식을 먹으면서 산행 후반부에 떨어질 체력을 미리 보충한다. 이번 점심의 백미는 싱싱한 쭈꾸미 무침~ 산에서 먹는 해산물이라 그 맛이 유난히도 좋다. 그 외 각자 준비한 음식과 한잔 술에 오전 산행의 피로도 풀고, 오후 산행 준비에 여념이 없다. 40분여 휴식 후 신선봉으로!
12시 20분. 푹신푹신한 소나무 오솔길과 산죽길을 지나 신선봉(1,295m) 도착. 이름처럼 멋진 봉우리를 기대했는데 비석 대신 무덤이 우리들을 반긴다. 그 옛날 누가 이리도 높은 곳에 무덤을 만들었을까? 너무나 따스한 햇살 속에서의 휴식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다. 봄이라 여기저기 파아란 얼굴을 내미는 새싹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 참나무에서만 자란다는 겨우살이도 많이 보이고, 특히 이번 구간은 산죽이 많아 가는 길이 심심치가 않다. 작은 산죽부터 사람키만 한 산죽까지. 예로부터 산죽이 자라는 토양은 신이 내린 토양이라. 바람에 하늘거리는 산죽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14시 50분.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오르막의 끝이 보일 때쯤... 깃대배기봉(1,368m)에 오른다. 7시간여 산행으로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깃대배기봉은 이정표도 명확지 않아, 선두팀과 차이가 꽤 벌어진다. 다행히 깃대배기봉을 지나면 완만한 능선길이라 태백산으로 가는 길은 한결 수월하다. 첩첩산중에 멀리 태백산 천제단이 보이고, 은빛을 발하는 닥나무와 함께 눈아래 산세가 상당히 수려하다.
16시 15분. 태백산(1567m) 천제단 도착. 넓은 공터에 큰 비석, 3개의 천제단 중 가장 규모가 큰 천왕단이 있는 태백산 정상의 모습은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자뭇 위풍이 당당하다. 완만한 듯 웅장한 눈아래 풍경 속에 우리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지난 길들을 돌아보니 또 한 번 보람이 느껴진다. "한배검"이라고 쓰여있는 천제단에서 각자 소망도 빌고, 아껴둔 나머지 1/2식을 먹고 17시경. 화방재로!
제일 처음 지난 하단과 태백산 정상의 천왕단을 지나면 마지막 천제단인 장군단에 이른다. 우리 대간팀 앞으로 남은 산행도 무사히 잘 이끌어주시길 기원도 하며 간단한 묵념. 눈이 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미끄러운 진흙길로 이어지는 하산길 속에 주목이 눈이 들어온다. 살아서 1,000년, 죽어서도 1,000년을 난다는 아름드리 주목들. 수많은 백두대간 팀들을 지켜보며,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었을 나무이기에 정이 간다. 화방재로 가는 길에 절에서 약수도 받아오고, 몇 번의 오르 내림 후 하늘로 곧게 뻗은 전나무 숲을 지나,
18시 30분.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화방재 도착! 긴 산행이었던 것만큼, 그만큼 보고, 느끼는 것도 많았던 이번 구간 역시 백두대간의 소중한 추억의 한편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산주의 달콤함과 이어지는 차속에서의 달콤한 뿌듯함도...
- To be conut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