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3) 중,
○ 백두대간 22 [빼재 - 삼봉산(1,254m) - 소사마을]
2008년! 해가 바뀌었다. 햇수로 3년째 우리들의 백두대간은 계속 이어진다.
이른 새벽. 3월의 새벽은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묻어난다. 대간팀 집결지인 구청 광장에서 정시 출발. 새벽 4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와 차를 세우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교차한다. 이번에 새로 대간팀에 합류한 일행이 있다. 간단히 인사하고 팀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 집이 멀어 기사실에서 밤을 지센 보람이 헛될 뻔 한 아찔한(?) 순간이다. 새로운 사람에 더욱 새로운 기분으로 3월 백두대간을 다시 시작해 본다.
이른 새벽이라 채 잠에서 깨지 않아, 흔들리는 차의 진동이 어릴 적 자장가처럼 들린다는 생각이 들 무렵... 오늘의 산행을 위한 든든한 아침, 기사 식당이 우리들을 반긴다. "반딧불 기사식당" 소박한 가게 이름이지만, 푸짐한 아침상에 다슬기 해장국 맛은 기가 막히다. 이른 아침이지만, 맛깔난 음식에 소주 한잔이 절로 생각나 이른 반주에 산행을 위한 힘을 비축해 둔다.
08시.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을 오가는 고개인 빼재에서 이번 구간이 시작이 된다. 원래 가기로 한 구간이 국립공원이라 출입이 어려워 산행 코스에 약간 변동이 생겼다. 시작부터 급경사에 쉬 숨이 찬다. 소주를 부족하게 먹어서 힘이 드나? 아니면 너무 많이 먹어서? 다행히 처음의 급경사를 제외하곤 평탄한 산행길이 이어진다.
3월이지만 소복이 쌓인 눈과, 차가운 칼바람은 겨울산의 풍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뽀도독, 뽀득... 눈 밟는 소리와 바로 머리 위로 비치는 태양이 유난히 정겹다. 가까이 덕유산 설경과 일행의 양배추를 안주삼아, 3년간 묵혀 뒀다는 오미자, 솔방울 주의 향기가 그윽하게 스며든다. 입안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그 맛이 참 감칠맛이 난다. 3년 전에 이 술을 드럼통에 담아뒀으면, 아마 대간이 끝나는 그날까지 매번 맛볼 수 있었으리라... 산아래 아늑한 마을이 참으로 포근해 보인다.
10시 20분. 삼봉산(1,254m)에 오른다. 봉우리가 세 개여서 삼봉산이라 불리는지, 있음 직한 비석과 산의 유래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눈서리가 날리고, 아직 채 봄이 왔음을 실감하지 못하게 하는 상고대와 서릿길 사이로 설경과 옹기종기 마을의 전망이 좋다.
아찔한 로프도 타고, 오늘 가야 할 대덕산을 마음에 담아두며, 오후 산행의 분기점이 될 소사재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에 눈이 참 많이도 쌓여있다. 3월에 이렇게 많은 눈이라! 제대로 된 겨울산을 찾았다는 생각에 아이처럼 설렌다. 미끌미끌~ 글리세딩도 해가며, 이번 울타리 시산제때 받은 체인 아이젠을 제대로 써먹는다.
먼저 간 사람들이 디딘 발자국을 그대로 디뎌 보지만, 많은 눈에 푹푹 빠지는 걸음이 여의치 않다. 소로 사이로 채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새하얀 눈에 눈이 부시다. 올겨울 눈 중 가장 많은 눈을 밟으며 다시금 겨울 산행의 묘미를 느껴본다.
11시 45분. 소사마을에 이르니,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다. 지나온 눈길 대신, 작은 마을의 소로와 논밭에는 봄을 맞이하려는 새싹들의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간단한 맥주와 소주 한잔, 대장님의 구수한 시래깃국이 보글보글 끓는데 선두팀이 채 도착하지 않았다. 많은 눈에 길이 엇갈려 다른 길로 접어들어 걱정이 앞선다.
14시. 선두팀 합류. 일행이 너무 고생을 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 일행의 부상과 선두팀 합류에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금일 산행은 소사마을에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오늘 못 간 길은 다음에 가면 되고, 우리 대간팀에겐 많은 날이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그리고 유명한 송어횟집으로!
물이 맑은 1급수에서만 양식이 가능하다는 송어회를 안주로 산행의 피로를 풀고, 서울로! 소사마을에서의 다음 산행은 더 따스해진 날씨를 벗 삼아 오를 수 있으리라. 가는 길에 갓 올라온 쑥이 많아야 할 텐데...
○ 백두대간 23 [소사재 - 조점산 삼도봉(1248.7m) - 대덕산(1,290m) - 덕산재 - 부항령 – 부항령 - 삼도봉(1,176m) - 황룡사]
산불방지로 오랜 입산금지 기간이 해제되고 오랜만에 다시 백두대간을 찾는다. 산행을 위해 짐을 챙겨 나오는 발걸음이 오랜 휴식을 취한 뒤라 그런지 가볍기 그지없다.
5/24일 04시. 어김없이 출발지에서 정시 출발이다. 1박 2일의 산행이라 평소보다 준비할 게 조금 많다. 어두운 고속도로 위로 라이트를 비추며 지나가는 차소리를 자장가 삼아 부족한 잠을 채운다.
06시 30분. 지난번 다슬기 해장국의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반딧불 식당을 찾는다. 언제나처럼 푸짐하게 잘 차려주는 주인아저씨의 인심이 변함없다.
08시 05분. 소사재 출발!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에 새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흐린 날씨가 산행하기에 적당하다. 항상 재에서 끝을 내고, 그 재에서 다시 시작하니 처음 오르는 오르막에 쉬 숨이 찬다. 다행히 처음 오르막 이후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5월의 아침 바람과 고랭지 채소밭의 푸른 배추들이 참 시원한 느낌이다. 완만한 경사가 끝나고 지속적인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니 눈아래 마을 경치가 한눈에 보인다. 오늘 구간 중 가장 난코스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09시 50분. 조점산 삼도봉(1248.7m)에 오르니 조망이 기가 막히다. 작은 공터의 작은 돌비석만이 이곳이 삼도봉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1,000m 이상의 산답게 안개를 동반한 주변의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작은 나무들 사이로 운무를 동반한 오솔길이 참으로 정겹다.
10시 30분. 대덕산(1,290m)에 오른다. 넓은 공터와 헬기장이 있는 이곳 대덕산은 전북, 경남, 경북에 걸쳐 있는 영산으로 예로부터 유명하다고 한다. 북쪽으로 삼도봉이, 동쪽으로는 수도산, 서쪽으로 덕유산, 남쪽으로 또 다른 삼도봉이 위치하며 주변의 산세가 심한 안개에 가려져 더 신비로워 보인다. 이렇듯 신비한 경치를 바라보니 어찌 술 한잔 생각이 나지 않으랴... 각자가 준비한 맛난 음식과 아름다운 경치를 안주삼아 한잔 마시는 소주맛이 유난히 달게 느껴진다.
한 시간여 휴식을 취하고 덕산재로! 중간중간 곰취도 따면서 내려오는 산길 위로, 어느새 떨어진 철쭉이 마지막 분홍빛을 발한다. 한참 어여쁘게 꽃을 피우다가 져서도 우리 대간꾼 가는 길에 환한 웃음을 보태주니 그 공이 어찌 작다고 하겠는가... 향긋한 오월의 아카시아 향을 느끼며, 편안한 내리막길을 지나,
12시 55분. 덕산재(644m)에 이른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라면과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오후 산행을 준비한다. 산에서 먹는 음식이라 하나같이 맛나지 않은 게 없으니, 부른 배에 오후 산행이 새삼 걱정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여 식사 후 출발하는 첫 오르막은 역시나 힘에 부치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향긋한 산내음과 갈수록 편안해지며 푹신푹신하게 지속되는 소로가 참 아기자기하게도 이어져 있다.
16시가 지나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이슬비를 머금은 숲 속 원시림이 지친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완만한 산행길이 계속 이어지며,
16시 15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부항령에 도착! 내일 가야 하는 산길을 돌아보며 삼봉 터널로 향한다. 알탕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고, 민박집으로! 저녁으로 먹는 시래깃국과 숯불에서 지글지글 익혀먹는 삼겹살 맛이 기가 막히다. 내일 구간을 위해 미리 밥도 준비하고, ㅋㅋ 노래 연습도 조금 한 후 취침! 간만의 산행이라 눕자마자 잠이 밀려온다...
5/25일. 새벽 02시 05분 기상! 졸린 눈을 비비며 2일 차 산행을 위한 준비가 분주하다. 이른 새벽 아침이 잘 들어가지 않지만, '먹은 만큼 걷는다...'는 경험이 안 들어가는 숟가락을 억지로 놀린다.
03시 20분. 삼봉 터널에 이르니 바람도 많고 서늘하다. 반달아래 이슬을 가득 머금은 풀들을 보니 다시금 쉬고픈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물회나 먹으러 가자는 말에 귀가 번쩍 트인다...! 하지만... 풀어지는 마음을 다잡고 2일 차 출발지인 부항령으로!
03시 40분. 부항령 도착! 20여분의 어프로치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렌턴이 비치는 곳에만 그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들... 풀들... 돌들이 새벽 산행의 운치를 더한다. 어두운 하늘 속 반달은 어찌 그리 밝을까... 조금 피곤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의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다.
가다 보니 어느새 선두팀과 갈라지는데... 우리가 가는 길에 표식기도 있고, 대장님의 독도에도 우리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아 언뜻 걱정이 앞선다. 얼마를 기다리니 다행히 선두팀 합류! 알고 보니 원래 대간길과 우회로가 있어 두 길이 다 맞는 길이라. 하지만 선두팀이 지난 길은 경사가 그렇게 급하고 힘이 많이 들어 고생이 더 심했다고 한다.
05시.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며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이 상쾌하기 그지없고, 헬기장을 지나 자욱한 운무에 가려진 장엄한 산세는 사뭇 웅장하다. 급경사의 내리막 후 아늑한 길 따라 끝없이 이어진 진녹색의 능선이 장관이다. 어제와 달리 맑은 하늘과 높은 산아래 펼쳐지는 산안개가 잘 어우러진다.
수많은 봉우리를 지나며 어느새 후미가 선두로, 선두가 후미로 바뀌고,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삼도봉을 향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동안 힘이 많이 떨어진다. 배도 고프고... 얼른 삼도봉이 나와야 다시금 체력을 회복할 텐데 생각보다 발이 빨리 움직여주지 않는다. 어제 산행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아 주변의 멋진 경치를 볼 여유가 없다.
07시 35분. 드디어 삼도봉(1,176m)에 오른다. 소백산맥의 큰 축으로 충정, 전라, 경상도가 이곳에서 갈린다고 하여 삼도봉이라 불리는 이곳은 넓은 공터와 헬기장, 큰 기념탑을 가지고 있어 그 이름에 걸맞게 손색이 없다. 특히 세 마리의 거북 위로 세 마리의 용들이 각각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향해 한껏 그 위용을 뽐내고, 용들 머리 위로 하늘을 향한 커다란 여의주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예전 1차 대간팀이 2박 3일로 무거운 짐을 메고, 텐트를 치며 산내음 속에서 야영을 했다는 헬기장을 보니, 어느새 그때의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어제에 이어 두 번째 삼도봉은 운무에 슬며시 가려지고, 다시 열리는 석기봉 및 민주지산의 산세가 기가 막히다.
1,000m의 고도에서 능선을 휘돌며 올라오는 구름과 눈아래 조망이 멋지게 펼쳐지니 소주 한잔이 절로 생각이 난다. 산행 시작 후 바쁜 일정으로 입 한 모금 대지 못했던 한잔술이 아름다운 경치와 대장님의 그 옛날 젓가락 장단 노래와 어우러지니 흥이 절로 난다. 이어 나머지 대원들이 모두 합류! 간만의 장기 산행이라 모두 지쳐있어, 원래의 계획을 수정해서 민주지산 쪽 물한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결정,
09시 30분. 전체적으로 1,000m가 넘는 산들이 분수령을 이로고 있어 첩첩산중을 이루는 삼도봉을 떠나니 편안한 계단길에 화창한 날씨와 오월의 신록이 끝없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10대 계곡 중 하나라는 물한계곡에서 알탕으로 산행 피로를 풀고 황룡사를 지나며 이번 구간이 마무리된다. 1박 2일의 산행이라 힘이 들었던 만큼 많이 느끼고, 산행 후의 뿌듯함에 서울로 돌아오는 마음이 참으로 가볍다. 다음 산행을 기대하며...
- To be conut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