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2 [우두령 ~ 큰재]

-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by 김기병

▶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3) 중,


○ 백두대간 24 [우두령 - 여정봉(1,030m) - 황악산(1,111m) - 괘방령 - 가성산(716m) - 눌의산(743.3m) - 추풍령]


1박 2일의 산행일정이 무박 2일로 수정됨에 따라 8월 30일 0시에 구청 앞 집결! 오랜 휴식 후의 장거리 산행이라 걱정이 조금 되지만, 오래간만에 그리운 대간의 산내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기대감도 크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보려고 일찍 누웠지만, 평소 생활 습관이 있는지라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뒤척이다가 출발 시간이 임박해 구청으로^^;


0시 출발!~ 잘 자고, 잘 먹어야 그만큼 걷는다는 생각으로 우두령으로 가는 차 안에서 다시금 잠을 재촉해 본다. 자리가 조금 불편하지만, 차 안에서의 잠일지라도 생각보다 달콤하다.


03시. 황간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는다. 청국장, 순두부, 라면, 짜장면 등 취향도 다양하다. 자다 깨서 밥이 잘 안 넘어가지만 오늘 산행을 생각해 한 그릇 뚝딱 비운다.


04시 25분.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인 우두령(720m) 출발! 렌턴으로 어둠을 밝히니 상쾌한 새벽 공기와 많은 안개들이 우리를 반긴다. 여름이라지만 새벽의 산공기가 사뭇 차갑다. 완만한 경사에 이어 점점 고도를 높이는데 우거진 수풀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구간과 다르게 유난히 원시림이 우거져 선두팀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많은 이슬을 온몸으로 받아내니 몸이 금세 젖어간다. 앞으로 참이슬은 먹지 않는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수풀에 맺힌 이슬이 장난이 아니다. 수풀을 헤치고 나가는 길이 유난히 많아 새벽 산행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06시 10분. 여정봉(1,030m)에 오르니 주위가 조금씩 밝아진다. 눈아래 자욱한 안개에 묻힌 주변 산세가 신비롭게 느껴지니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여정봉을 지나면 어렴풋이 송전탑이 보이고, 비포장 도로 및 갈대밭, 수풀이 우거진 작은 소로를 지나면,


06시 55분. 바람재(810m)에 이른다. 헬기장에 작은 비석의 글씨가 바람에 날리는 듯 옆으로 기울여 쓰여 이곳이 바람재임을 표시해 준다. 안개사이로 주변 시야가 트이니 오늘 구간의 하이라이트인 황악산 가는 길이 멀리 보인다. 오늘은 산행거리가 길어 쉬는 시간도 많이 줄이고,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역시 오늘의 구간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아 깔딱 고개를 넘는 게 쉽지 않다. 이른 아침인데도 땀이 쉬지 않고 흐른다. 형제봉을 지나,


07시 45분. 황악산(1,111m) 정상에 오르니 비석과 함께 커다란 돌무더기가 인상적이다. 오늘의 산행은 오르내림의 고도차가 커서 생각보다 더 힘이 부친다. 오늘 구간 중 가장 높은 곳에 왔으니, 이번만큼은 얼음막걸리와 닭발로 짬을 내어 휴식을 취해본다.


08시 05분. 출발! 여전히 안개가 심하고, 직지사와 대간길의 갈림길이 많이 헷갈린다. 일행이 가져온 무전기가 빛을 발한다. "여기는 꼬뿌2~ 꼬뿌1 나오세요^^" 선두팀과 후미팀 교신이 무전기 덕에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09시 15분. 운수봉(680m)에 이르니 낮아진 고도만큼 안개가 싹 걷힌다. 아침이지만 내리쬐는 햇빛에 날씨가 금세 더워진다. 오르내림을 지속해서 반복하고,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는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니 시골의 마을 풍경과 매미소리에 묻힌 쾌방령이 우리를 반긴다.


10시 30분. 쾌방령에 도착해 산장 앞에서 점심을 먹는다. 돌탑과 정승들이 아기자기하게 지키고 있는 괘방령 산장은 1박 2일로 들어왔을 때 하루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대장님의 우거짓국과 준비해 온 음식들로 금세 푸짐한 식탁이 차려진다. 오후 산행을 위해 체력도 비축하고, 허기진 배를 든든히 채운다.


11시 10분. 몸에 이상이 생긴 일행을 뒤로하고, 나머지 8명은 다시금 대간길로 접어든다. 식사 후 첫 오르막이라 역시 숨이 많이 차고, 날씨가 점점 더워져 땀도 많이 난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평탄한 산길에는 그윽한 라일락 향기와 정겨운 매미소리,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과 상쾌한 산내음에 다시금 힘을 내어 본다.


12시 50분. 그 예전 약수산 산행 때처럼 쉬~보일듯한 정상이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행 시간이 8시간을 넘으니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오르막 오르기가 쉽지 않다.


13시 20분. 가성산(716m)이라고 쓰인 작은 비석이 그렇게나 반가워 보인다. 힘들게 오른 정상이니만큼, 조망이 좋다. 멀리 경부고속도로와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는 마을들, 높은 하늘의 구름과 주변 산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오후 산행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갈길이 바빠 여유 있게 쉴 시간은 없다. 한잔 술이 생각나면 아주 간단히~ 지친 발걸음은 더욱 부지런히! 오르내림을 반복하여 헬기장을 지나니,

14시 40분. 눌의산(743.3m)에 오르니 조망이 가성산 못지않게 빼어나다. 햇빛이 뜨거워 오래 쉬지 못하고 바로 하산. 오늘 산행의 끝무렵이라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소주도 한잔하고 추풍령으로! 내려오는 길은 완만한 능선길이 지속되지만 생각보다 길어 발바닥에서 열이 난다. 말 그대로 열나게(?) 걸었더니, 막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다. 달콤한 하산주에 알탕 생각에 절로 힘이 나나보다.


15시 50분. 추풍령 도착! 장거리 산행이라 힘들었던 만큼, 그만큼의 뿌듯함은 백두대간이라 가능할 듯하다. 날씨가 더워 흘린 땀으로 지친 몸은 알탕으로, 추풍령에서 유명하다는 할매갈비에서 특이한 양념을 한 갈비에 소주 한잔을 하산주로, 다음 구간을 기약하며 서울로~! 무박 장거리 산행,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백두대간 25 [추풍령 - 사기점고개(360m) - 작점고개(340m) - 용문산(710m) - 국수봉(763m) - 큰재]


이번 대간은 평소보다 1시간 빨리 출발 시간이 잡혔다. 새벽 3시까지 구청 집결! 1시간의 차이가 그렇게 크다니... 평소와 달리 빨라진 시간에 늦는 사람이 생긴다. 정시 출발 시간이 지나고,


9/6일 03시 30분. 지난번 구간에 이어 추풍령으로 우리들 애마에 몸을 싣는다. 덜컹이는 차속에 스르르 눈이 감기니, 집에서 못 잔 잠에 다시금 빠져본다.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06시 30분. 추풍령에 도착하니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윈드재킷이나 비에 대한 준비가 없는 대원이 많아 걱정이다. 추풍령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잠시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다 가기로 결정!


06시 40분. 마을길 초입부터 이번 산행이 시작된다. 이번 구간은 백두대간 전 구간 중 가장 고도가 낮은 구간이라 완만한 능선의 편한 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비는 지속적으로 오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내리는 비를 많이 막아주니, 걷기에 나쁘지 않다. 오히려 비와 함께 더욱 싱그러워진 산내음과 안개 자욱한 산세가 산행의 운치를 더한다. 비와 함께 날씨는 흐리지만, 바람이 없어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난다.


08시 40분. 작은 공터에 이르니 이곳이 사기점고개(360m)란다. 해발고도가 400m도 안되다니, 백두대간에 이런 곳이 있나 싶다^^; 부침개에 솔잎주 한잔 걸치니 그 맛이 기가 막히고, 한 시간여 산행을 계속하고 도로를 지나니 비가 점점 많이 내린다. 변함없이 완만한 능선길과 도로를 2개 더 지나,

10시 05분. 작점고개(340m) 도착. 경상북도 김천시와 충청북도 영동군의 경계가 되는 이곳은 작은 비석과 소나무, 운치 있는 정자와 잔디밭에 돌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참 아기자기하게도 모여있다. 정자에서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니, 금세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북어찌개와 닭발, 족발, 각종 반찬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어지는 산행에 대해 작전을 짜본다. 쉬 그칠 비가 아니라, 산행을 지속할지, 다음을 기약할지... 참으로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하루 종일 비를 맞게 되면 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대원들의 건강 문제가 염려되 대장님은 하산을 고려하는데, 일행 중 한 명은 혼자서라도 산행을 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다. 마침 비도 잦아지는 듯하고, 우리가 의리가 있지...ㅋㅋ

11시 15분. 남은 구간을 가기로 결정하고, 다시금 출발! 단, 소주는 두고 가기로 했는데, 분위기가 조금씩 챙겨 가는 듯하다^^; 배를 든든히 하고, 경사가 완만한 오솔길을 걸으니 산내음이 청량하기 그지없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가 언제쯤 그칠까를 생각하며, 애꿎은 일기예보 탓을 해본다.


12시 05분. 산중턱에 작은 집이 하나 지어져 있다. 심마니들이 지었다는 이곳은 유사시 몸을 피하기에 손색이 없다. 바닥엔 스티로품까지 깔려 있어 밤에도 춥지 않을 듯... 아니 그보다 심마니가 있다는 것은 주위에 산삼이... 산삼은 다음(?)에 캐기로 하고 용문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땀이 많이나, 땀과 빗물에 자주 시야가 가려진다. 사기점 고개와 작점 고개가 모두 해발 고도가 낮아, 용문산까지 오르는 길이 생각보다 힘에 부치고, 길까지 기니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이 잦아진다.


13시. 용문산(710m)에 오르니 헬기장과 작은 비석이 이곳이 용문산임을 알려준다. 구름에 싸인 지나온 길이 모두 보이고, 해가 뜨면서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아껴둔 시원한 얼음 막걸리 맛이 더워지는 날씨에 더욱 기가 막히다.


국수봉 가는 길은 매미소리와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고마운 그늘에 생각보다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오후 들어 다행히 비도 그치고, 나무 계단길이 잘 나있어 발걸음에 더욱 힘이 실린다. 거리상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국수봉이지만, 오르내림이 심하고 땀이 많이나, 아마도 여기가 오늘 구간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14시 10분.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국수봉(763m)에 오른다. 작은 비석과 백두대간 안내판 및 이정표가 있는 작은 돌 공터인 이곳은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눈아래 김천의 경지정리가 잘된 벼밭과 마을들, 구름 사이로 우리가 지나온 길들 과 저 멀리 앞으로 가야 할 속리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경치에 취해서인지 소주 한잔에 취해서인지 선두팀과 중간팀이 내려가고 후미팀 출발이 생각보다 늦어진다.


15시. 후미팀도 출발! 지속적인 내리막길에 벌써부터 이른 단풍을 준비하는 나무들도 보이고, 하마터면 비로 인해 못 갈 뻔했던 하산길이라 속도를 조금 올려본다. 무전기로 교신하니 벌써 선두팀 및 중간팀은 큰재에 도착했다고.


15시 55분. 큰재에 도착! 파랗게 익어가는 벼들이 곧 황금색을 물들일 생각을 하니, 내 마음도 어느새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고도는 낮았지만, 오전에는 비로, 오후에는 땀으로 젖은 몸이라 알탕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차에서 바라 보이는 저수지가 그렇게 시원해 보이고, 마침 적당한 곳에서 기다렸던 알탕~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오늘 힘들었던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본다. 그리고 순댓국에 하산주! 서울로 돌아오는 차속에서는 변함없이 눈이 감긴다. 한 구간, 한 구간 백두대간의 일부가 끝날 때마다 뿌듯함에 지나온 길을 다시금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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