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4 [화령재 ~ 밀재]

-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by 김기병

▶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3) 중,


○ 백두대간 28 [화령재(320m) - 봉황산(740.8m) - 비재(325m) - 갈령]


11/22(토) 04시 구청 앞 출발 예정인데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30분여 정도 출발 시간이 지연되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TT 대간 가는 길에 차에서 간단하게 캔맥주 한잔씩 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화서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으로 김치찌개 및 순두부로 식사를 한 후,


07시 20분. 화령재(320m)에 이르러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지난 구간에 이어 고도가 낮은 구간이라 낙엽이 수북한 편한 산행길이 지속된다. 좌측으로 평화로운 마을도 보이고, 늦가을 산행의 운치를 제대로 느끼며,


08시 20분. 봉황산 산불 감시 초소에 이르니 따뜻한 날씨에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는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끝없이 이어진 산세를 바라보며 30분여 능선을 타니,

08시 55분.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황산(740.8m)에 오른다. 1,300여 년 전 봉황새가 날아들어 30여 년을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이 산은 봉황산을 알리는 작은 비석과 백두대간 안내판, 산꾼들 힘든 산행에 잠시 쉬어 가라고 원탁 의자가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멀리 속리산 자락과 하늘재까지 보일 정도로 조망이 좋아, 좋은 경치를 안주로 먹는 정상주가 유난히 감칠맛이 난다. 하산길이 언제 내렸는지 모르는 눈과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발이 많이 미끄러워 평소보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낙엽 밑에 숨어 있는 잔돌에 미끄러져 발목을 삐었던 기억이 나 특히 주의를 기울여 비재로!


10시 50분. 나는 새의 형국이라 하여 비조(飛鳥)재, 비조령이라 불렸으나 최근 들어 이름이 굳어졌다는 비재(325m)에 이르고, 도로 옆 햇볕이 잘 드는 넓은 공터에서 대장님의 시래깃국과 일행이 물어 물어 찾아가서 준비했다는 곱창 등 한 가지씩 준비한 음식에 금세 진수성찬이 만들어진다. 좋은 날씨 속에서 오전 산행에 대한 이야기와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오후 산행을 다시금 준비해 본다.


11시 40분. 왜 항상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나면 힘든 오르막이 나타나는 걸까? 급경사 오르막에 낙엽이 너무 많아 발도 많이 밀리고 오전 산행과 달리, 오르막이 계속적으로 이어지니 힘이 많이 든다. 낙엽 사이에 묻힌 고즈넉한 무덤 하나를 지나,


13시. 넓은 공터가 있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억새와 소나무 사이의 아늑한 장소라 가뿐 숨과 지친 몸도 쉬어 갈 겸 휴식을 취해 본다. 지난 구간에 이어 백두대간 중 가장 고도가 낮은 구간이라 산행 속도가 평소보다 빨라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긴다. 30여분 휴식 후, 다시 산행 시작!


14시 05분. 갈령삼거리(721m)에 이르니, 채 녹지 않은 눈과 함께 속리산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산세가 좋고, 산행하기 적당한 날씨에 이번 구간의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으니, 내딛는 발걸음에 좀 더 힘을 실어본다. 헬기장을 지나,

14시 35분.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갈령에 이르니 큰 비석과 함께 1970년대의 상징, 새마을기가 인상적이다. 먼저 도착한 선두팀이 시원한 맥주로 후미를 반기며, 7시간여의 산행이 잘 마무리된다. 이제 겨울로 접어드는 대간의 구간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새하얀 눈으로 덮힐 겨울산이 새삼 기다려진다.


○ 백두대간 29 [늘재 - 청화산(984m) - 조항산(951m) - 고모령(676m) - 밀재]


12/27(토) 03시 구청 집결! 아마 백두대간 중 가장 힘든 건 새벽 일찍 단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리라... 전날 술이라도 한잔 하노라면 특히! 그래도 끝없이 이어지는 대간의 맑은 산내음과 정겨운 풍취가 우리를 부르기에... 졸린 눈 비벼가며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오늘도 안간힘을 써본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빠른 집결시간이지만 다행히 늦지 않았다. 항상 반가운 대간팀! 2006년 3월에 처음 시작한 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이라 감회가 새롭다. 2년 9개월...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대간팀이기에 한결같이 대간을 무사히 마치도록 도와준 분들이기에 너무나 고맙다.


05시 30분. 늘재에 도착하니 별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그렇게 아름다운 별이지만, 한겨울 새벽 날씨라 많이 춥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 이른 아침을 먹을 시간에 잠시만 단잠을 재촉해 본다. 근무 후 고속도로를 달려 다들 많이 피곤한지라 1시간여의 새우잠이 사뭇 달콤하다.


06시 30분.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졸린 눈을 다시금 부릅떠본다. 일행이 준비한 김치찌개는 너무나 맛있지만, 새벽 추위에 덜 데워진 찌개 탓에 생각보다 아침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먹은 만큼 걷는다고 했기에 안 들어가는 아침을 겨우 마치고,


07시 05분. 청화산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걸으면 땀이 날 텐데, 날씨가 너무 추워 땀대신 눈물, 콧물이 앞을 가린다. 배낭 깊숙한 곳에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바라클라바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07시 35분. 백두대간 중원지에 이르니 백의민족의 중흥을 바라는 비석과 제단과 함께 속리산 자락이 한눈에 보인다. 주변에 소나무가 아름답고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비록 춥지만 날씨가 좋아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새삼 산행기분이 난다. 음지에 소복이 쌓인 흰 눈과 헬기장을 지나,


08시 40분. 청화산(984m)에 오른다. 조선의 빼어난 인문지리학자인 이중환은 청화산에 올라 주변을 굽어보며 이곳이 최고의 복지라고 했을 만큼, 청화산은 내선유동과 외선유동을 위에 두고, 앞으로는 용유동을 가까이 두고 있는데, 수석이 기이함은 속리산보다 훌륭하다고 하니 과연 청화선인이라 칭했던 이중환의 극찬이 실감이 난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 문경시 농암면, 충북 괴산군 청천면등 3개 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청화산은 소나무가 그렇게 많아 겨울에도 푸르게 보이는 산이라 그 유래가 여기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양지바른 곳에서 과메기를 안주로 소주 한잔하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함께 새삼 부러운 것이 없다.


시야가 트여 조망은 좋지만 조항산 가는 길이 눈 쌓인 급경사 내리막 길이라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 많다. 11시가 넘어서자 점차 따뜻해지지만, 북향인 곳은 여전히 쌓인 눈과 함께 한기가 느껴진다. 헬기장을 지나,


12시 10분. 조항산 오르기 전 마지막 급경사인가 보다. 오르막이라 숨이 차고 쉬~ 힘이 들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경치도 좋고, 흰 눈과 낙엽이 쌓인 운치 있는 산행길이 이어진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왜 이리 허기가 지는지... 알고 보니 공동 음식은 우리 후미팀에, 행동식은 대부분 선두팀에 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마늘쫑에 소주 한잔 하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해 본다. 코펠도 있고, 버너도 있고, 시래깃국과 두부, 곱창이 가득한데 이걸 먹어 말어? 하지만 우리를 기다릴 선두를 생각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지난 백두대간 동안 한 번도 찢어진 적이 없는 쓰레기봉투도 찢어지고, 날씨도 춥고 배도 고픈데, 흩어진 쓰레기 수습하니 왜 그리도 서러운지. 자일을 쓰는 급경사 내리막에 눈으로 인해 특히 미끄러운 구간을 통과하니 드디어 선두를 만난다.

12시 35분. 골산 다운 풍채가 돋보이는 조항산(951m)에 오르니 흙과 바위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산뜻하고 아름답다. 특히 선두팀의 행동식과 곱창, 시래깃국 등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지니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 하긴 옛날부터 배고플 때 밥 먹여 주고, 힘들 때 먹는 소주 한잔이면 그 어떤 힘든 구간도 별 탈 없이 끝마치던 생각이 나니, 이놈의 단숨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도 그 단순함에는 변함이 없으니, 아마 평생을 산에 다닐 운명인가 보다.


13시 30분. 백두대간 중에서 암릉이 가장 많은 구간답게 급경사의 내리막에 눈 쌓인 내리막이 신경이 많이 쓰인다. 북향이라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고, 준비해 온 아이젠으로 미끄러운 구간을 보완해 가며,

14시 15분. 고모령(676m)에 이른다. 고모샘에서의 시원한 약수 한잔으로 지친 몸을 달래고, 밀재로!

지속적인 오르막에 힘이 점점 빠지는데, 그 오르막이 끝이 없는 느낌이다.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인 곳은 낙엽을 벗 삼아, 햇볕이 들지 않는 북향인 곳은 눈을 벗 삼아 하염없이 오른다.


14시 50분. 무명봉에서 긴 오르막을 탓하며 소주 한잔에 한숨을 돌려본다. 추운 날씨라 조금만 쉬어도 몸이 금방 차가워진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는 법. 무명봉을 지나니 지루하게 이어지는 하신길이 심심할 정도로 이어진다. 한 시간여 산행을 하니,


15시 55분.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밀재에 도착! 원래대로라면 좌측으로 빠져야 하지만, 산림감시원이 있다는 정보에 우측, 용추계곡을 따라 다시금 하산. 산행시간이 10시간 가까이 되니 몸이 많이 피로하다. 한겨울 시원한 산내음과 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음으로 변해버린 용추계곡의 절경이 사뭇 대조를 이룬다. 여름이었다면 그 깊은 계곡물에 알탕을 제대로 했을 텐데... 하산길이 길어지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한 시간여 내려와,


17시 05분. 드디어 주차장 도착^^ 에누리 없는 10시간 산행에 반가운 막걸리와 소주, 김치찌개가 우리를 반긴다. 날씨는 춥지만 백두대간 전용 복장으로 단체사진도 찍고(일본 북알프스에선 하지 못했기에 더 의미가 있음) 지나간 산행을 되돌아보며 이번 산행도 무사히 마친다.


2년 9개월 동안 백두대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와주신 대장님 이하 모든 대간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한결같이 아껴주신 모든 분들의 좋은 추억들, 오랫동안 큰 힘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백두대간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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