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3 [버리미기재 ~ 화령재]

-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by 김기병

▶ 2008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3) 중,


○ 백두대간 26 [버리미기재 - 불란치재(510m) - 촛대봉 - 대야산(930.7m) - 밀재]


9/27일 06시 구청 앞 집결. 일행의 고희연으로 산행 계획이 조금 수정이 되었다. 가을이지만 쌀쌀한 새벽 날씨에 몸이 움츠려들지만, 상쾌한 가을 산행을 기대하며 버리미기재로 출발!


08시가 조금 넘어 아침 먹을 곳을 찾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국도변에 맛집이 간간이 보이지만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곳이 거의 없다. 마침 정자와 샘이 있는 곳이 있어 이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그 옛날 나병 환자가 샘물을 마시고 한잠 자니 병이 나았다는 솔티찬샘물을 담은 대장님의 시래깃국이 오늘의 주메뉴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산행 초입을 향해 다시금 이동.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와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벼들이 다시금 가을을 느끼게 해 주며, 투명한 강물에 비치는 돌들과, 우거진 산림이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한껏 싱그러움을 뿜어낸다.


09시 30분. 버리미기재에 도착하니 이곳이 출입통제구역이라 지키는 사람이 있다. 살짝 칠보산으로 가는 척 방향을 바꾸어 우회로를 찾는다. 09시 45분. 버리미기재 조금 못 미치는 곳에서 이번 산행이 시작된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산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지만 우회로라 초반부터 고생이 많다.


심마니들이 다닌 흔적이 있는 희미한 산길이라 나무가 많이 우거져 있고, 능선에 바로 붙으려니 경사도 심하다. 15분여 정도 걸으니 정상길에 접어들고, 이번 구간은 암릉이 많이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 많다. 미륵바위를 지나,

11시 15분. 블란치재(510m)에도 지키는 사람이 없어 안심이다. 통제구역의 도둑산행이라 스릴감과 함께 일행 중 한 명이 정찰을 겸한 선두로 고생이 많으시다. 국립공원 중 다른 등산로는 대부분 개방하고, 백두대간길만 통제를 한다는 것이 어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블란치재를 지나 촛대봉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있어 땀이 많이 난다. 쉴 때 입었던 파일재킷을 다시 갈무리하고, 조금 더 오르니,


11시 30분. 촛대봉 도착! 문경시에서 새운 철로 된 팻말이 우리가 가야 할 곳과 남은 거리를 알려준다. 바로 앞에 보이는 대야산을 바라보며 소대장님의 양주 한 병이 그새 동이 난다. 얼음에 재워 먹는 양주가 그렇게 잘 넘어가다니, 암릉이 많은 이번 구간이라 슬몃 걱정도.


12시. 출발부터 급경사의 암릉이 이어진다. 깔려 있는 줄을 잡고, 행여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발을 움직여 본다. 10분여 지나 촛대재에 이르니 다른 산악회에서 온 많은 사람들로 정체가 시작된다. 지속적인 암릉이라 오르길 어려워하는 여자분께 일행의 기사도도 발휘가 되고, 오가는 사람들 반갑게 인사를 건네니 대야산 정상이 바로 앞이다. 유난히 암릉이 많아 특히 겨울에는 오기 힘들다는 대야산이 오늘 많은 사람들로 한바탕 몸살을 치른다.


13시. 대야산(930.7m) 정상에 오르니 희양산, 포암산 등 조망이 매우 좋다.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희양산이 특히 인상적이고 푸른 하늘과 청명한 가을 날씨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대야산 정상임을 알리는 돌비석에서 간단히 기념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정상주는 조금 내려가서 전망이 좋은 곳을 잡기로 한다. 소나무 아래 아늑한 바위에서 가져온 음식을 모두 푸니, 또 한상 푸짐한 상이 차려진다. 평소보다 짧은 산행시간에 모처럼 여유가 있으니 정상주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술이 모자랄 정도다.

하산길도 무난하여 바위를 받치는 듯한 나무 막대를 비롯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특히 이번에 일행 중 한 명이 거금을 투자해 마련한 사진기가 있으니 마치 사진작가를 연상시킨다. ㅋㅋ 멋진 사진 많이 찍어주시길...


15시 10분. 밀재를 끝으로 오늘 구간은 끝이 난다. 차가 있는 곳까지 어프로치 구간이 조금 길지만 용추계곡을 끼고 있는 산림욕길이라 산행길은 편하게 이어진다. 밀재에서 한 시간여 걸으며 이번 산행도 잘 마무리된다.



○ 백두대간 27 [큰재 - 회룡재(340m) - 개터재(380m) - 윗왕실재(400m) - 백학산(615m) - 신의터재 (280m) 1박 - 윤지미산(538m) - 화령재]


11/07 24시.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듯 우리 백두대간팀이 다시 뭉쳤다. 오래간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라 늦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피곤하지 않다. 그 이전에 얼마의 술을 마셨든, 그렇지 않든, 항상 출발하는 그 얼굴들이기에, 반갑기 그지없다. 언제나처럼 출발하는 차 안에서 살포시 잠이 들고,


11/08. 03시 30분. 황간 휴게소에서 정말 이른 아침을 먹는다. 잠에서 채 깨지 않아 비몽사몽이지만, 가야 할 산행길이 길고도 멀기에, 들어가지 않는(?) 동태 내장탕으로 힘을 비축한다. 그 이른 새벽에 소주를 찾는 우리 팀 꼬뿌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05시 50분. 큰재에서 이른 출발이다. 늦가을답게 날씨가 쌀쌀하고 폐가와 무덤들을 지나면서 막 동이 틀 무렵이라 살짝 겁이 난다. 편편한 산길 우측으로 상주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거리가 가까워 처음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에 머리칼이 쭈뼛선다.


그 고요한 새벽 산길에.. 단지 렌턴 불 하나에 의지해 조용히 걷고 있는 산길에 사람 소리가 들리니...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두려움은 곧 사라지고, 수북한 낙엽길 위로 떨어지는 여유로운 나뭇잎을 느끼며 오랜만의 산행을 몸으로 느낀다.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일기예보에 없는 비가 내린다. 몸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


07시 08분. 회룡재(340m)에 이르니 , 산행하기 좋은 날씨에 늦가을의 경치가 제대로 느껴진다.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덥지도 않은 산행하기에 적당한 날씨다.


07시 45분. 개터재(380m)에 이르는데, 백두대간 구간 중 가장 고도가 낮은 코스답게 완만한 능선길에 산행 속도가 빠르다. 새벽부터 렌턴을 비추고 걷는 산길이지만, 계절이 바뀌는 이 풍취를 그 누가 알까? 집에 있었으면 아직 꿈속에 있을 나이기에 이 상쾌한 산길이 그지없이 반갑다.


09시 15분. 윗왕실재(400m)에서 우리 대장님의 장어가 빛을 발한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산행이라 이른 점심의 여유에 코펠에 익는 장어와 대장님이 손수 준비하신 양념이 깃들이니 산꾼이 좋아하는 소주 안주로 적당하기 그지없다. 준비해 온 그 많은 소주들이 익어가는 장어와 함께 쉬~ 동이 난다. 술 한잔에 장어 한점 통제에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남은 장어 머리와 양념에 밥을 비벼도 역시나 모자란다. 정말 맛있어~~~ 이전에 이 구간을 지난 분들은 먼저 야영지를 물색하러 떠나고, 처음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다시 출발!


10시 10분. 단풍과 낙엽, 솔잎길 사이로 산내음을 물씬 느끼며 산길을 걷는다.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에 낮은 고도지만 점점 지쳐간다. 오후에 가까워지면서 날씨도 점점 더워지지만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과 상쾌한 산내음, 수북한 낙엽을 밟는 소리에 산행의 피로를 다시금 잊는다.

11시 05분. 금일 산행 코스 중 가장 높은 고도인 백학산 정상(615m)에 오른 이 작은 비석과 아담한 벤치,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주변 경치가 우리들을 맞는다. 정상 주변 나무엔 어느새 잎사귀가 얼마 남지 않은 게 겨울이 금세 찾아올 듯하다. 낮은 고도인 만큼 도로와 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그만큼 아기자기한 풍경을 느끼며 다시금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시골길의 풍경이 물씬 느껴지는 무밭과 사과밭을 지나니 불현듯 욕심이 동한다.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주위엔 아무도 없고, 잘 익은 사과가 눈앞에 펼쳐지니 이를 어쩌나... 한참 고민 끝에 잘 익은 사과 하나를 품에 안는다. 그 많은 사과 중에 하나쯤이야... 한참을 고민하는 마음과 달리 다른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사과 서리라... 그 옛날 배고픈 시절... 비록 겪어보지 못한 아득한 서리의 추억이 이런 게 아닐까?


11시 40분. 대포리(400m)에 이르고 이차선 도로를 지나 개머리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아늑한 가을 산길이 변함없이 이어진다. 어쩜 이리도 오르내림이 완만할까... 지금껏 지나온 대간길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게 사뭇 신기하다.


13시 20분. 개머리재(295m)에 이르니 고도가 많이 떨어졌다. 고도는 낮지만 하늘을 찌를 듯 높게 곧게 뻗은 노란색의 낙엽송이 운치가 있다. 다시금 마을길이 나오고, 비닐하우스를 비롯, 사과를 한참 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새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생각에 정신이 없을 무렵...


14시 10분. 드디어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인 지기재(261m)에 도착! 선두팀이 많이 기다리는 눈치다. 이차선 도로를 지나 무덤 앞... 허기가져, 아까 서리해 온 큼직한 사과를 한 입 베어문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하는 녀석들일까... ㅋㅋ 나중에 선두팀을 만나고 보니 사과 서리 한 사람을 잡으러 다니는 무서운 놈들이라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녀석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리한 사과를 베어문 우리는 참 순순했다^^;


다행히 선두팀이 사과를 사서 녀석들이 우리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간담이 서늘하다. 요즘 사과 서리 잘못하면 지금까지 없어진 사과를 전부 배상해야 한다나?~ 괜스레 대간팀을 비롯, 대장님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어던 우리는 하여간 순수했다... 왼쪽 소나무 길과 하루 종일 봐도 지겹지 않은 낙엽길을 지나,


16시 50분.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신의터재(280m)에 이르니 돌비석과 돌거북, 작은 쉼터가 우리를 반긴다. 야영을 위해 구간을 돌아간 팀이 멋지게 세동의 텐트를 치고 우리들을 맞이한다. 새벽부터 시작된 산행에 지친 몸을 쉬기에 아늑한 산에서의 야영이 그만이라... 대장님의 시래깃국과 준비해 온 삼겹살, 오손도손 이야기로 우리들만의 작은 파티가 이어진다. 산행에서의 에피소드, 텐트 치면서 있던 이야기 등 재밌는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리고...


18시가 조금 넘어 취침. 겨울에 성큼 다가선 만큼 해가 떨어지는 시간도 빠르다. 준비된 텐트 3동에 적당히 엇갈려 꿈나라에 빠진다. 지난 설악에서 비닐 하나에 차가운 바람을 견디던 때와 다르게 텐트 한동이 그렇게 든든하다. 어느새 잠에 빠지고...

11/09일 새벽 02시 30분.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일찍 잤으니 일찍 일어나는 건 당연하지만 너무도 이른 시간이라 정신이 없다. 얼른 침낭을 개고, 텐트를 정리하고, 이른 아침 라면으로 식사를 마치니 벌써 출발 시간이다.


03시 40분. 이틀째 산행에 옷깃을 여민다. 땅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신기하게도 전날 많은 시간을 걸었지만 다리에 알이 베기지는 않았다. 밤이라 길을 잘못 들고, 맞는 길을 찾는데 낙엽과 표식기가 비슷하여 지금 생각해 봐도 헷갈리기 그지없다. 어두운 밤에 렌턴 불빛 하나에 의지하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에 서글픈 생각이 불현듯 밀려온다. 비를 먹은 낙엽과 돌, 나무뿌리가 생각보다 미끄러워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평소 이상의 신경과 힘이 쓰인다.


06시 40분. 윤지미산(538m)에 이르니 오늘 구간 중 가장 높은 고도이다. 대부분 1,000여 m를 웃도는 대간 구간을 생각했을 때 이번 구간은 역시 완만하다. 돌무더기에 작은 비석, 그리고 작은 공터에서 새벽 산행과 내리는 비로 인해 지금껏 취해보지 못한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시간이 지나 서서히 밝아지는 주변 경치에 다시금 힘을 내보지만, 급경사의 미끄러운 내리막길은 다시금 진땀을 빼게 만든다. 한참(?)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스레 걷다 보면 어느새 국도가 보이고, 비포장 도로를 지나면 쫙~ 트인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이어진다. 새벽길... 탁 트인 도로를 지나는 차들의 속도는 빠르기 그지없다.

08시 05분. 화령재에 이르니 백두대간임을 표시해 주는 커다란 비석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새빨갛게 물든 단풍나무와 정자, 넓은 공터가 우리를 반기는 이곳에서 이번 산행의 구간을 마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더 가야 하지만, 새벽에 맞은 비와 오랜 산행시간, 평소보다 빠른 산행속도로 많이 지쳤기에 다음을 기약해 본다.


멀리 보이는 속리산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에 산행의 피로를 풀고, 대간길에 유명한 맛집으로...! 40여 Km를 지난 만큼 맛집에서 먹은 순댓국 한 그릇이 유난히도 맛이 있다. 금요일 24시부터 시작된 야영 생활과 야간 및 새벽 산행, 특히 늦가을 비까지 더해진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 산행이다. 다음엔 더 멋진 산행을 항상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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