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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넘어 행복을 찾은 제자

장애가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by 윤호근

차별을 넘어 행복을 찾은 제자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나의 제자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 제자는 30대 초반에 입학하여 1년 공부하고 취업했다. 군대에 닭고기와 돈가스를 납품하는 회사였다. 발달장애인이지만 경계선급 장애로 비장애인들과 함께 있으면 장애인임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건실한 청년이었다.


나는 사후 지원으로 회사를 방문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온갖 기계가 돌아가고 위험한 일을 그 학생에게 시키고 있었다. 비장애인 직원들은 힘들다고 피하는 일을, 비위생적이고 힘든 일을 모두 그 학생에게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했다.


"사장님, 그 청년이 비장애인 월급을 똑같이 받는 것도 아닌데 왜 모든 일을 그 학생에게 일을 많이 시키고 있습니까?"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직원들보다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서 그렇게 시켰습니다."


"그러면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줘야 하지 않습니까?"


"월급은 꼭 시급에 맞춰 줍니다."


"사장님, 이것은 장애인 차별입니다. 전적으로 사장님의 책임이니 차별을 시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돌아왔는데, 며칠 후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회사 그만뒀어요. 너무 힘들고 월급도 적어서요."


내가 가고 난 후 사장이 그 제자에게 일을 더 시켰던 것이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그 회사는 폐업했다고 한다. 돈가스에서 철심이 들어가서 군대 납품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위생과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데, 결국 군대에서 더 이상 납품을 받지 않게 되어 폐업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제자는 공공 일자리를 선택했다. 산림, 산불감시원으로 지금도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제자 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은 결혼정보회사 대표로 계셨다.


"선생님, 제가 죽기 전에 아들 결혼을 시키려고 베트남에 가서 결혼시켜서, 아들이 혼자가 되지 않고 가정을 이루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이 세상을 떠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어머님께 부탁했다.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서 아들의 장애를 수용할 수 있는 여성으로 결혼시켜 주세요."


어머님과 아들은 베트남에 가서 결혼하고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와서 잘 살았고, 첫째와 둘째 아이까지 출산하여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님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 제자는 홀로 아이들과 베트남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가끔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점심때 만나면 밥도 같이 먹는다. 그리고 가끔 학교에 맛있는 과자를 사서 학생들에게 주라고 가져온다.


나는 그 제자를 보며 생각한다. 장애인이 아닌 것 같은데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그 제자가 본인의 일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외국인 아내,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한다.


제자의 아내도 남편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성실하게 맞벌이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차별받는 회사에서 힘들어했고, 어머님을 떠나보내는 것 또한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아내가 있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로서는 그 제자에게 행복을 빌어주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다.


차별을 겪고, 국제결혼을 하고, 홀로 서기로 독립을 하는 제자의 앞날에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이 이야기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직장 내 장애인 차별의 현실이다. 열심히 일하는 장애인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면서도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둘째, 국제결혼이라는 선택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결혼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어머님의 선택은 현실적 대안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베트남 아내가 제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어머님을 잃은 후에도 가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제자의 모습이다. 이것은 장애인도 충분히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거다.


제자는 차별을 이겨냈다. 힘든 일을 당하면서도 더 나은 환경을 찾았다. 공공 일자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고,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제자가 학교에 과자를 사 오는 모습이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후배들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다.


장애가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일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 수 있다. 제자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제자의 행복을 기도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아내와 사랑하며, 일도 안정적으로 계속하기를. 그리고 그 가정에 웃음이 끊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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