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발음법, 권13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는 영국식 발음 (잉글랜드 남부 발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유는 권1의 2부 2악장을 참고해 주세요.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 사용하는 발음 표기법은 권5의 간주곡을 참고해 주세요.
12장에서 19장까지 8장 동안 우리는 영어 발음법의 기초를 익혔습니다! 이젠 전체적인 규범보다 세부적인 조항을 익혀야 할 때지만, 그 전에 지금까지 익힌 것이 얼마나 쓸모 있는 시험해 봐야겠죠.
일부러 제가 말씀 드린 규칙에 잘 들어맞는 단어만 가져오는 것도 도의적으로 좀 그렇고, 무엇보다 일부러 그런 단어를 찾는 것도 귀찮으니, 무작위 단어를 골라주는 사이트에서 아무 단어나 가지고 와서 적용해 보죠!
...라고 말씀드리고 싶으나, 영어에는 워낙 예외가 많아서요, 일단은 규칙을 잘 따르는 단어들부터 차근차근 보고, 예외는 하나씩 익혀갑시다.
{연기} act
{독감} flu
{개울} stream
{해변} coast
{주인} host
이 단어들은 모두 한 음절짜리 단어랍니다! 그러면 답을 하나씩 맞춰볼까요?
[ㅏㅋㅌ] [akt]
[fㄹㅜw] [flʉw]
[ㅅㄸrㅣjㅁ] [sdrɪjm]
[ㅋㅓwㅅㄸ] [kəwsd]
[ㅎㅓwㅅㄸ] [həwsd]
어땠나요? 처음 두 단어는 쉬웠죠? 뒤에 두 글자가 왔으니 act의 a는 짧게, 반대로 뒤에 아무것도 없으니 flu의 u는 길게 발음해야죠. 물론, 이 u가 [ɑw]인지 [jʉw]인지는 약간 헷갈리셨을 수도 있지만, ou로 적히지 않았으니 후자랍니다. 아, 그리고 [jʉw] 발음이라서 [fljʉw]로 발음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면, [l] 뒤에서는 [j] 소리가 탈락한답니다.
세 번째 단어는 어땠나요? ea를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고민하셨다면, 틀렸다고 해서 슬퍼하실 필요 없답니다. 영어에서 ea는 긴 e, 즉 [ɪj] 소리가 날 때도 있지만, 짧은 e, 즉 [ɛ] 소리가 날 때도 있거든요. 별다른 규칙 없이요. 오히려 고민하지 않았다면, 영어에는 수많은 예외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단어의 oa는 처음 보셨을 텐데,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긴 o라는 것까지는 알아채셨겠지만, 이게 중세 영어의 [oː]인지 [ɔː]인지는 헷갈리셨을 테죠.
만약 '[ɔ]이 [o]보다 입을 더 벌려야 하니, oa의 a는 입을 더 벌리라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하셔서 [ɔː]을 골라 [əw]로 답을 정하셨다면, 엄청난 언어 감각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하지만 그런 감각이 없어도 괜찮답니다! 앞으로 oa가 과거에는 [ɔː], 현대에는 [əw]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만 알아두면 되니까요!
진짜 함정 문제는 바로 5번이랍니다. 분명 저건 짧은 o 아닌가요? 왜 긴 o, 정확히는 [ɔː] -> [əw]의 소리가 나는 거죠?
뭐, 영어가 영어 한 거죠,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영어 단어 중엔 똑같이 〈ost〉인데도 lost나 cost처럼 짧은 o인 경우도, most나 post처럼 긴 o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예외는? 외워야죠!
그럼 다음은 두 음절짜리 단어들을 봐볼까요? 일단은 힌트로 강세 위치를 드리겠습니다.
{선호하다} pre'fer
{떠오르다} a'rise
{통로} 'passage
{대중} 'public
{비둘기} 'pigeon
강세까지 드렸으니, 확실히 맞추실 수 있겠죠? 답을 볼까요?
[ㅍrㅣ'fㅓː] [prɪ'fəː]
[ㅓ'rㅏjz] [ə'rɑjz]
['ㅍㅏㅅㅣㅈ] ['pasɪd͡ʒ]
['ㅍㅓㅂㄹㅣㅋ] ['pəblɪk]
['ㅍㅣㅈㅓㄴ] ['pɪd͡ʒən]
보시면 아시겠지만, 함정 문제는 없었습니다. 강세가 없는 모음의 발음이 [ə]에서 [ɪ]를 오가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함정이랄 것은 없었죠.
아, 그래도 네 번째 문제, public에서 u에 강세가 놓였는데도 길게 소리나지 않는 건 이게 publ + -ic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저번 장에서 예외를 다룰 때 본 그 -ic 접미사와 같아요.
또, 다섯 번째 문제, pigeon에서 i가 짧은 이유도 그냥 예외입니다. 프랑스어를 빌려온 거라 그래요. 또, 이 단어를 통해 e를 그냥 g를 여리게 할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모음으로서는 묵음이 된 걸 볼 수 있답니다.
그럼 좀 더 어려운 단어들을 봐볼까요?
{몸짓} 'gesture
['ㅈㅔㅅㅊㅓ] ['d͡ʒɛst͡ʃə]
이 단어의 경우, 앞에 강세가 가지만 정작 음절 경계가 ['d͡ʒɛs.t͡ʃə]라서 e가 길게 발음되지는 않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뒤따르는 ture의 발음법 또한 보기만 해선 난해하죠.
그나마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ture를 tu와 re로 자르고, 전자는 받침 없이 기니 [tyː] -> [tjʉw]이 되며, 이후 여기의 [tj]이 [t͡ʃ]이 된 것입니다. 후자는 [ə˞]을 거쳐 [ə]이 되었고, 이후 강세가 없으니 전부 다 약화하며 [t͡ʃə]만 남은 것이죠. 복잡하죠?
{색} 'colour/'color
['ㅋㅓㄹㅓ] ['kələ]
이 단어에도 심각한 예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강세가 있는 모음이, 받침도 없는데 길게 소리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어 끝의 our/or (영국식/미국식)이 또 ə의 다른 표기라는 것도 알아야 이 단어를 제대로 발음할 수 있죠.
{캠페인} cam'paign
[ㅋㅏㅁ'ㅍㅔjㄴ] [kam'pɛjn]
이 단어는 오히려 위와 반대입니다. 강세가 없는 모음이 멀쩡히 자기 소리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이 단어를 정확히 발음하려면 또 ai가 긴 a를 나타내고, 따라서 [ɛj] 발음을 해야 한다는 것과 gn의 g는 묵음이므로 발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답니다. 묵음은 12장, 긴 모음은 13장에서 다뤘죠.
정말, 영어 발음이란 너무 어렵지 않나요? 예외와 세세한 규칙으로 점철되어 있으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이제는 문장 단위로 한 번 시험해 봅시다!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조금 생각해 보셨나요? 어떻게 발음하셨나요?
['oː l 'hjʉwmən 'bɪjɪŋz ɑː 'boːn 'frɪj and 'ɪjkwəl ɪn 'dɪgnətɪj and 'rɑjts]
['ㅗːㄹ 'ㅎjㅜwㅁㅓㄴ 'ㅂㅣjㅣㅇz ㅏː 'ㅂㅗːㄴ 'frㅣj ㅏㄴㄷ 'ㅣjㅋwㅓㄹ ㅣㄴ 'ㄷㅣㄱㄴㅓㅌㅣj ㅏㄴㄷ 'rㅏjㅌㅅ]
비슷하게 발음하셨나요? 한 단어씩 봅시다!
먼저 all ['oː l], 그냥 예외라고 인식하셔도 되고, a + l이 되며 길어졌다고 인식하셔도 되긴 합니다만, 그냥 외워두세요.
다음으로 human과 beings는 특별히 짚고 갈 만한 점은 없네요. 하지만 are의 경우 본래 발음은 [ɑː]이 맞지만, 문장에서는 보통 약해져 [ə]이 되는 일이 흔하답니다. 아니, 보통은 약화된 상태로 발음되죠.
마찬가지로, free와 equal은 딱 생긴 대로 발음하지만, and도 보통은 약화되어 [ənd], 나아가 [ən]으로 발음한답니다. 당연히 [ɪn]도 보통은 약화되죠. 그래도 얘는 [ən]보다는 [ɪn]이 될 때가 많답니다.
그 뒤의 dignity와 rights도 딱히 언급할 만한 점은 없네요. 아! rights의 gh는 여러 단어에서 묵음으로, 앞서는 모음을 길게 해주는 역할만 해준다는 점을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는 것과 영어에서 [ts]은 한꺼번에 발음나기 때문에 한국어 [ㅊ]과 정말 비슷한 소리가 난다는 점이 있네요.
이걸로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법 단막극은 끝입니다! 영어 발음에 자신이 생기셨나요? 아니면 예외로 가득한 영어를 보고 정이 뚝 떨어지셨나요?
사실, 영어를 가장 잘 발음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듣고 많이 연습하는 것밖에 없답니다. 워낙 예외가 많기 때문에 직접 부딪히는 수밖에 없거든요. 원래 이 단막극을 계획할 때는 영어 발음의 세부 규칙과 주된 예외도 모두 적을 예정이었지만, 지금 보니 그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 발음법의 세칙을 아무리 적어 봤자, 결국 한 군데 모아 놓은, 보기 힘들고 이해도 안 가는 기나긴 표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건 위키백과 같은 곳에 잔뜩 있답니다. 그래서, 이 앞에서 다룰 건 단순히 글로 보기보다는 직접 부딪히며 해보는 편이 훨씬 낫답니다.
지금까지 창언창안에서 다룬 내용은, 영어를 들었을 때 이게 정확히 어떤 발음이 실제로 어떻게 소리난 건지 스스로 분석하실 수 있게 배경지식을 늘리는 내용이었답니다.
지금까지 창언창안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영어의 음운론, 즉 영어의 말소리 체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여러분이시라면 분명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이 단어가 왜 예외고, 어떤 면에서는 규칙을 따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규칙을 어기는지 알아채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직접 규칙성을 발견하실 수 있겠죠.
원래는 영어의 모든 것을 담겠다고 오만하게 시작한 단막극이지만, 결국에는 영어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만 수박 겉핥기로 건들고 끝난 이번 단막극입니다. 그래도 이런 난잡함 속에 여러분의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될 점이 있기를 기원하며, 이번 장을 마칩니다! 다음 장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