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발음법, 권12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는 영국식 발음 (잉글랜드 남부 발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유는 권1의 2부 2악장을 참고해 주세요.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 사용하는 발음 표기법은 권5의 간주곡을 참고해 주세요.
지금까지 열심히 영어 파닉스를 알아보면서 계속해 수많은 정보를 집어넣었죠?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잠깐 쉬어가며 지금까지 알아본 규칙들의 예외와 예외 사이의 규칙과 예외 사이 규칙의 예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저번 장에서 본 예외는 〈se〉로 끝나는 단어들의 행태였죠? 이런 단어들을 모아 볼까요?
무조건 [s]로 발음
else, horse, goose
course, promise, precise
무조건 [z]로 발음
lose, choose, wise
cause, pose, please
뜻에 따라 달라짐
house, close, mouse
use, excuse, abuse
도저히 규칙성이랄 게 없는 꼬라지네요. 하지만 일단 이 와중에도 영어 역사를 되짚어 보면 조금이나마 규칙 아닌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답니다.
저번 장에서 알아본 대로, 프랑스어를 통해 영어로 들어온 단어들은 본래 단어 끝의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답니다. 이 중 〈se〉로 끝나는 단어들은 대개 동사였는데요, 라틴어 동사 끝의 -sus 같은 형태들이 프랑스어를 거치며 들어온 것이었죠.
그리고, 영어에서는 단어 끝에 오는 소리를 무성음으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일어와 똑같이 말이죠. 그러나 단어 끝에 강세가 떨어지면? 저저번 장에서 본 연음-경음 규칙에 의해 단어 끝의 무성음이 유성음이 된답니다. 즉, 단어 끝에 강세가 놓인 프랑스계 〈se〉 단어들이 모두 [z]로 발음된 것이죠.
그러나 이제 여기서 명사가 파생되며/명사가 다른 경로로 들어오며 얘기가 달라집니다. 1차 외래어인 동사와 다르게, 여기서 명사가 만들어지자 명사는 2차 외래어가 되어 원래 발음을 덜 유지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강세도 맨 앞으로 튀어나가고요.
즉, 동사가 명사로 쓰이자 강세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당시에는 강세 말고도 단어 자체의 형태도 바뀌며 이 단어가 명사라는 것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죠.
그러나 이런 단어의 형태 변화도 점차 사라져가고, 단어의 끝도 짤려나가며 영어에서는 오직 강세만으로 뜻을 구별하게 된 단어들이 남게 된 것이랍니다.
그런데, 이런 규칙이 꽤나 맘에 들었는지 영어 화자들은 게르만계 단어에도 이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답니다. 위의 예시에서 위쪽 줄은 게르만계, 아래쪽 줄은 로망스계 단어죠. 어느 쪽이든 고루고루 분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참, 뭐 같은 사례네요.
심지어 promise-compromise처럼 앞에 추가된 부분 때문에 강세의 위치가 바뀌며 모음의 발음도 변하고, 그걸 따라 자음의 발음도 같이 변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앞에 추가된 부분은 프랑스어 시절에 추가된 거라 이 변화를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어지죠. 참, 영어란.
여담이지만, advise-advice, practise-practice, license-licence 같은 단어쌍도 있답니다. 저번 장에서 봤던 것처럼 〈ce〉는 〈se〉와 다르게 언제나 [s] 소리니까, 이걸로 구분하는데 쓸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걸로 발음이 달라지는 것은 advise-advice만이고, 다른 둘은 무조건 [s]랍니다. 그럴 거면 왜 헷갈리게 이러는 거야? 아, 영국식 맞춤법이고, 미국에서는 practice와 license로 통일이라고요? 왜 〈ce〉로 통일하지 않는 거죠? 아, 영어란!
단어의 어원을 추적해 발음을 판별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도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물론 언어 감각이 좋아야겠지만요. 아래의 〈gi〉와 〈ge〉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보며 확인해 볼까요?
[g] give, gift, girl
[d͡ʒ] giant, giraffe, ginger
[g] get, gear, geese
[d͡ʒ] genuine, general, generate
어떤 발음이 게르만계고 어떤 발음이 로망스계일까요? 네, 라틴어에서 유래한 구개음화를 거친 [d͡ʒ] 발음이 로망스계, 구개음화를 거치지 않은 [g] 발음이 게르만계죠.
의외로 이 규칙의 예외는 별로 없답니다! 물론 gibberish나 gigabyte처럼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성립한답니다! 영어에 몇 없는 진짜 발음 규칙이죠!
저번 장에서 만난 예외는 divine [ㄷㅣ'vㅏjㄴ] [dɪ'vɑjn]이 divinity [ㄷㅣ'vㅣㄴㅓㅌㅣj] [dɪ'vɪnətɪj]가 되는 예외였습니다. 뒤에 -ity가 붙었더니 갑자기 강세를 가지고 있던 i가 약하게 소리납니다! 왜죠? 원래 접미사는 발음을 안 바꾸지 않았나요? 도대체 왜 약해진 거죠?
이러한 현상을 영어에서는 삼음절 연화trisyllabic laxing, 또는 삼음절 단화trisyllabic shortening라고 합니다. 이름대로 아주 간단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발음 규칙인데요, 두 개 이상의 음절이 뒤따른다면, 경음이 연음(또는 장모음/복모음이 단모음)이 된다는 규칙입니다. 완전 이름대로죠.
자세한 설명 전에 일단 예시를 볼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지연시키다} impede: [ㅣㅁ'ㅍㅣjㄷ] [ɪm'pɪjd]
{장애물} impediment: [ㅣㅁ'ㅍㅔㄷㅣㅁㅓㄴㅌ] [ɪm'pɛdɪmənt]
{감사한} grateful: ['ㄱrㅔjㅌfㄹ] ['grɛjtfəl]
{감사} gratitude: ['ㄱrㅏㅌㅣㅊㅜwㄷ] ['gratɪʧʉwd]
{신성함} divine: [ㄷㅣ'vㅏjㄴ] [dɪ'vɑjn]
{신성} divinity: [ㄷㅣ'vㅣㄴㅓㅌㅣj] [dɪ'vɪnətɪj]
{발음하다} pronounce: [ㅍrㅓ'ㄴㅏwㄴㅅ] [prə'nawns]
{발음} pronunciation: [ㅍrㅓ'ㄴㅓㄴㅅㅣj'ㅔjʃㅓㄴ] [prə'nənsɪj'ɛjʃən]
{도발하다} provoke: [ㅍrㅓ'vㅓwㅋ] [prə'vəwk]
{도발적인} provocative: [ㅍrㅓ'ㅂㅗㅋㅓㅌㅣv] [prə'vɔkətɪv]
보이시듯, 본래 강세 뒤에 음절이 0/1/0/0/0개 있다가 2/2/2/3/2개로 늘어나자 강세 음절의 발음이, 심지어 강세가 있는데도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음절 연화라는 이름이 대개 뒤에서부터 셌을 때 세 번째 음절이 약해지기 때문에 붙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삼음절 연화는 굉장히 오래되고, 그만큼 영어에서 거의 무조건 적용되는 변화입니다. 본래는 고대 영어 말기 '받침에 자음이 두 개 이상이면서 동시에 뒤따르는 음절이 두 개 이상'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만 일어나던 변화가, 중세 영어부터 앞의 조건이 사라지며 더 많은 단어에 적용된 것이죠.
이런 오랜 역사 덕분에 pronounce의 경우처럼 발음을 표기에 반영하기도 한답니다. 오히려 이럴 때만 반영하는 덕분에 헷갈리지만요. 어원을 밝힐 거면 끝까지 밝히던가, 왜 이도저도 아닌 거에요?
물론, 규칙에 예외가 없으면 영어가 아니죠. 당연히 삼음절 연화에도 예외는 있답니다.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건 -ness가 붙었을 때입니다.
{외로운} lonely: ['ㄹㅓwㄴㄹㅣj] ['ləwnlɪj]
{외로움} loneliness: ['ㄹㅓwㄴㄹㅣjㄴㅓㅅ] ['ləwnlɪjnəs]
그리고 당연히 개별 예외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obese-obesity가 있죠. 이 단어는 거꾸로 obesity에서 obese가 유래했기 때문에 규칙을 따르지 않는답니다. 이런 역사를 우리가 알 수는 없으니, 외우는 수밖에 답이 없답니다. 어차피 원어민도 이런 역사를 모르고 그냥 예외를 외운 채 사니까요.
사실, 삼음절 연화가 있으니 이음절 연화, 단음절 연화도 있답니다. 이음절 연화의 경우는 대개 삼음절 연화 이후 마지막 음절이 사라진 경우(묵음 e와 동일)나 고대 프랑스어에서부터 발음이 짧아진 경우고, 단음절 연화는 여기서 다루기는 힘들지만, 영어가 게르만조어였을 시절의 흔적이랍니다.
또 이음절 연화는 영국식 영어보다 미국식 영어에서 흔하지만 삼음절 연화는 영국식 영어에서 더 흔하다는 사족도 있지만, 그런 건 다 나중으로 미루고 예시만 보고 넘어가죠!
{남쪽} south: ['ㅅㅏwθ] ['sawθ]
{남쪽의} southern: ['ㅅㅓðㅓㄴ] ['səðən]
{그늘} shade: ['ʃㅔjㄷ] ['ʃɛjd]
{그림자} shadow: ['ʃㅏㄷㅓw] ['ʃadəw]
{-에} out: ['ㅏwㅌ] ['awt]
{완전} utter: ['ㅓㅌㅓ] ['ətə]
{바보} fool: ['fㅜwㄹ] ['fʉwl]
{바보짓} folly: ['fㅗㄹㅣj] ['fɔlɪj]
{뿔} cone: ['ㅋㅓwㄴ] ['kəwn]
{뿔형의} conic: ['ㅋㅗㄴㅣㅋ] ['kɔnɪk]
{의미하다} mean: ['ㅁㅣjㄴ] ['mɪjn]
{의미한} meant: ['ㅁㅔㄴㅌ] ['mɛnt]
{읽다} read: ['rㅣjㄷ] ['rɪjd]
{읽은} read: ['rㅔㄷ] ['rɛd]
{물다} bite: ['ㅂㅏjㅌ] ['bɑjt]
{물은} bit: ['ㅂㅣㅌ] ['bɪt]
마지막 예외 규칙은 바로 강세를 옮기는 접미사랍니다! 네, 맞아요, 접미사는 강세도 옮긴답니다. 정확히는, 일부 접미사는 강세를 옮기죠. 이건 위의 삼음절 연화와도 공유하는 특징이랍니다.
강세를 옮기고 삼음절 연화를 일으키는 접미사는 1급 접미사level I affix로, 어근(단어의 뿌리)에 더 깊게 붙은 접미사들입니다. 이에 반해 강세를 옮기지 않고 삼음절 연화도 일으키지 않는 접미사는 2급 접미사로level II affix, 어근에 더 얕게 붙은 접미사들이죠.
1급 접미사는 2급 접미사와는 다르게:
로망스(프랑스어, 라틴어) 계열입니다.
2급 접미사는 게르만(독일어) 계열입니다.
강세를 옮길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삼음절 연화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홀로 설 수 없는 어근에도 붙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어는 영어로 넘어왔으나 어근은 넘어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perceive, receive, conceive의 -ceive 같은 어근이 있습니다.
자음 교체를 일으킵니다(예: eletric -> electricity, c의 발음이 k -> s로 변함).
2급 접미사는 자음 교체를 일으키지 못합니다(예: dog -> doggish, g의 발음을 보존하기 위해 g를 더함).
2급 접미사와 1급 접미사의 구분이 생긴 이유는, 1급 접미사는 이미 단어에 붙은 채로 영어에 들어왔기 때문에 영어 입장에서는 접미사보다는 단어의 일부처럼 느껴지지만, 2급 접미사는 영어의 접미사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떼고 붙일 수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2급 접미사의 경우 구어체에서 원래 없는 단어여도 그때그때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어를 문자나 SNS 같은 곳에서 적을 때는 하이픈〈-〉을 사용하죠(예: violin -> violin-ish).
그럼 왜 2급 접미사는 강세를 안 움직이는지 알 수 있네요! 원래 영어에서 강세는 맨 앞에 오는 것, 뒤에 오는 접미사는 원래부터 강세랑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1급 접미사는 단순히 단어의 일부로 인식된 것이 아니라, 강세가 단어 끝에 오는 로망스 계열에서 온 것이죠. 덕분에 강세를 맨 뒤에 있는 자기 자신한테 옮기지는... 않고요! 자기 바로 앞으로 옮긴답니다. 보통은요.
2급 접미사로는:
-ness, -hood, -ship, -dom, -er
-less, -ful, -ish, -like, -y, -ly
-(e)d, -(e)s, ing
등이 있습니다.
1급 접미사로는:
자기 앞 음절에 강세: -ic, -ity, -t/s/xion, -(i)al, -(i)(a)n
자기 앞앞 음절에 강세: -ate, -ise, ist, ism
자기에 강세: -ese, -ee, -esque
등이 있습니다.
이번 장까지 읽으셨다면 영어 발음법에 있어 기본적인 규칙은 어느 정도 익히게 되셨을 겁니다! 그러니 다음 장에는 지금까지 익힌 규칙만으로 처음 보는 영어 단어들을 읽어보러 가봅시다! 쪽지 시험의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