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발음법, 권14
There once was a man from Nantucket
Who kept all his cash in a bucket.
But his daughter, named Nan,
Ran away with a man
And as for the bucket, Nantucket.
낸터킷 사람이 있었네
전 재산 양동이 담았네
근데 딸인 낸이
남자랑 튀었지
양동인 낸터킷이라네
이 시는 리머릭limerick이라고 불리는 영시(영어 시)의 한 갈래랍니다. 굉장히 교양 있어 보이는 셰익스피어나 바이런의 시와는 다르게, 리머릭은 조금 더 토속적이고 순박하고 민요적인 느낌이 강하죠.
마치 시조 "태산이 높다 한들 하늘 아래 뫼이로다"와 민요 "어기야 디여차 어허야 디야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의 차이 같은 것이죠. 둘 다 시이지만, 주는 느낌이 조금씩 다르니까요.
이 분석은 창언창안 외전 8장부터 20장까지 다룬 영어 발음법의 에필로그 같은 느낌인데요, 좋은 영어 발음을 위해서는 각 단어의 발음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장 전체를 어떤 흐름으로 소리 내야 하는지가 무척 중요하답니다.
그래서 이 분석을 통해 영어는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영어 문장을 말할 때는 어떤 흐름으로 말해야 하는지 알아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딱딱한 시보다는, 리머릭 같이 좀 더 가벼운 시로 익히는 게 훨씬 재밌죠!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는 영국식 발음 (잉글랜드 남부 발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유는 권1의 2부 2악장을 참고해 주세요.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 사용하는 발음 표기법은 권5의 간주곡을 참고해 주세요.
There once was a man from Nantucket
{낸터킷에서 온 한 남자가 있었다}
(잉글랜드 남부식) [ðɛː 'wəns wəz ə 'man frəm nan'təkɪt]
(잉글랜드 남부식) [데ː '원스 워즈 어 '만 프럼 난'터키트]
(미국식) [데어 '원스 워즈 어 '맨 프럼 낸'터킷]
Who kept all his cash in a bucket.
{모든 현금을 양동이에 담는 사람이었다.}
(잉글랜드 남부식) [hʉw 'kɛpt oːl hɪz 'kaʃ ɪn ə 'bəkɪt]
(잉글랜드 남부식) [후 '켑트 올 히즈 '카시 인 어 '버키트]
(미국식) [후 '켑트 올 히즈 '캐시 인 어 '버킷]
But his daughter, named Nan,
{하지만 그의 딸, 낸이라는 이름의,}
(잉글랜드 남부식) [bət hɪz 'doː tə nɛjmd 'nan]
(잉글랜드 남부식) [버트 히즈 '도ː터 네임드 '난]
(미국식) [벗 히즈 '더러 네임드 '낸]
Ran away with a man
{남자와 도망갔네}
(잉글랜드 남부식) [ran ə'wɛj wɪð ə 'man]
(잉글랜드 남부식) [란 어'웨이 위드 어 '만]
(미국식) [랜 어'웨이 위드 어 '맨]
And as for the bucket, Nantucket.
{그리고 양동이는, 낸터킷}
(잉글랜드 남부식) [ənd 'az foː ðə 'bəkɪt nan'təkɪt]
(잉글랜드 남부식) [언드 '아즈 포ː 더 '버키트 난'터키트]
(미국식) [언드 '애즈 폴 더 '버킷 낸'터킷]
이 시의 배경은 매사추세츠의 한 섬인 낸터킷을 배경으로 한 시인데요, 사실 낸터킷이 어떤 곳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답니다. 이 시의 펀치라인(농담의 절정부)은 맨 끝의 낸터킷과 {낸이 가져갔다}라는 뜻의 "Nan took it" [nan tʉk ɪt] [난 터크 이트] [낸 툭 잇]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언어유희거든요.
뭐, 농담은 설명해 봤자 별로 재밌진 않지만, 그래도 민요라 그런지 아빠 전 재산을 들고 남자랑 튄다는 자극적인 내용이니, 지루한 시보다는 재밌는 편이죠.
시라면 무릇 운율이 있어야겠죠. 시의 리듬 말이에요. 한국어의 시조를 예로 들자면,
태산이 높다 한들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태산이.높다 한들|하늘 아래.뫼이로다
오르고.또 오르면|못 오를 리.없건마는
사람이.제 아니 오르고|뫼만 높다.하더라
3에서 4음절과 4음절이 묶인 쌍이 총 6번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둘은 조금 박자가 다른데요, 앞의 것은 뒷부분이 너무 길고, 뒤의 것은 앞뒤가 바뀌어 4.3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3.4|3.4|3.4|3.4|3.5|4.3을 맞추는 것이 시조의 박자감이죠.
한국어는 각 음절이 가지는 무게감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운율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각 음절이 가지는 무게감이 강세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영어에서는 어떻게 운율을 만들었을까요?
There once was
a man from
Nantucket
Who kept all
his cash in
a bucket
And as for
the bucket
Nantucket
굵게 쓴 부분은 강세가 떨어지는 음절입니다. 총 9음절을 세 개씩 묶어 세 묶음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죠. 이렇게 묶은 한 묶음을 영어로는 feet, 한국어로는 음보音步(소리의 걸음)로 번역합니다. 시를 읊는 것을 걷는 것에 비유했을 때, 한 걸음에 해당하는 분량인 것이죠.
위 세 줄의 음보를 보면 모두 세 음절로 되어 있고, 비강세-강세-비강세의 형태를 가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약강약 음보를 영어로는 amphibrach, 그리스어로 {양쪽이 짧다}는 뜻이라는 단어로 부른답니다.
또, 이 세 줄은 모두 -ucket [-어킷]으로 끝나는 라임(각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라임은 원래 엄격하게 따지면 "강세가 있는 음절의 첫소리 이후에 오는 모든 소리"랍니다. 즉, 각 문장의 마지막 부분이 모두 강세 뒤가 -ucket [-어킷]으로 끝나며 같은 소리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각운을 맞추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셋째 줄과 넷째 줄을 보면 이런 음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각운도 다르고요.
But his daugh-
ter named Nan
Ran away
with a man
똑같이 세 음절씩 묶어보면 두 묶음이 만들어지고, 약약강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네요. 이런 음보를 영어로는 anapaest {반격하다}라고 합니다. 또, 각운이 -ucket [-어킷]에서 -an [-앤]으로 변한 것도 볼 수 있죠.
영시에서 들여쓰기는 분위기의 전환을 나타내는 도구인데요, 이 경우에는 음보와 각운이 변화하는 것을 나타내는 데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시는 어떤 운율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먼저 1, 2, 5줄을 봅시다. 약강약의 세 음보로 이루어져 있죠? 이 경우 약강약삼보격이 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하면 amphibrachic trimeter이죠.
앞의 amphibrachic은 amphibrach의 형용사 형태, tri- 부분은 3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의 meter는 feet을 세는 단위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한국어로는 보격步格(걸음의 형식)으로 번역합니다. 즉, 약강약-3-보격이라는 뜻이랍니다.
그러면 3, 4줄도 어떻게 부르는지 아시겠죠? 네, 약약강이보격, 또는 anapaestic dimeter입니다. 물론, 이런 보격을 굳이 알아둘 필요는 없지만, 시의 보격을 설명하는 글을 보고 '이 시가 어떤 운율을 가지고 있구나'를 대충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부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야 쉽게 검색할 수 있겠죠.
한국어는 (특히 현대 수도권 방언은) 강세가 없다시피 한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가 가진 이런 리듬, 운율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운율이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운율이 각 단어의 발음보다도 중요하게 쓰이죠.
예를 들어, 말을 하다가 비강세 음절의 발음을 실수하거나 뭉개더라도, 강세 음절만 제대로 발음하고, 또 강세 음절 사이의 시간 간격을 일정하게 맞출 경우 어색하지도 않고, 맥락으로 대충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한국어에서는 생각하기 힘들죠.
그래서 영어를 배울 때에는 영어의 리듬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그리고 그런 리듬감을 익히는 데에는 시만 한 것이 없죠. 노래도 좋지만, 노래를 음악과 함께 듣기보다는 가사만 보면서 익히는 편이 좋답니다. 음악의 도움 없이 글만 보고 박자감을 찾는 연습을 하는 것이 목표니까요.
그러면 어떤 영시가 좋을까요?
리머릭은 대개 풍자, 비꼼, 외설스러운 내용이 주제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영어의 리듬감을 익힐 수 있답니다. 당장 영어 위키백과의 이 시를 다룬 문서를 보면 이 시의 여러 형태 중 음담패설이 잔뜩 들어간 형태도 실어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리머릭은 비교적 자유로운 음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듬감을 익히는 데 완벽하진 않습니다. 음보가 딱딱 들어맞는 시를 찾기 위해서는 역시 셰익스피어나 바이런 같은 조금은 딱딱한 시를 봐야 하죠. 그래도 그중에서 좀 재밌는 구절을 찾아볼까요?
A horse! A horse! My kingdom for a horse!
{말을 (다오), 말을 (다오), 왕국 받고 말을 (다오)!}
A horse! A horse! My kingdom for a horse!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온 세상 무대, 모든 남녀 고작 배우일 뿐}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셰익스피어는 약강오보격, iambic pentameter를 사용했는데요,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을 때는 약강약강약강약강약강의 열 음절을 한 세트로 해서 읽어야 한답니다. 물론, 이렇기만 하면 지루하니 "약강약강약"이나 "강약강약강"만 떼어내서 한 문장으로 만들기도 했죠. 두 번째 예시의 앞부분처럼요.
좀 더 근대적이고 서정적인 시에는 바이런 같은 시인이 있고, 각운을 가지고 노는 시인으로는 루이스 캐럴이나 닥터 수스 같은 시인이 있답니다. 다들 유쾌한 시를 지었으니, 이들의 시를 바탕으로 영어를 익히는 것은 어떤가요?
원작자: 불명, 위의 판본은 데이튼Dayton 보어리즈Voorhees 교수가 처음으로 기록
원작: https://en.wikipedia.org/wiki/There_once_was_a_man_from_Nantu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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