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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왜 그랬을까

2. 방언 따라잡기

by 루달


“알라까따 아다다다—!”


처음엔 그게 '열려라 참깨'주문인 줄 알았다.

어린이 성경학교, 2박 3일 수련회였다.



야호! 나도 통행금지가 없는 외박이라는 것을 한다.

선생님들하고 친구들은 시골 같은 곳으로 멀리 떠났다.

길으면 기차~빠르면 은하철도 999처럼 멋진 차를 탈 줄 알았다. 그래도 교회 봉고차 뒷 자석도 신기했다.

차에서 언니 오빠들이 끝말잇기 놀이를 하자고 했다.

리듬 타는 게임은 질 수가 없었다. 다리를 떨며 흥분했다.


'아이엠 그라운드 끝말잇기 시이~작!’ 을 외친다.


무릎을 두 손으로 척! 손뼉을 착!!

오른손 주먹 쥐고, 엄지를 세워서 '오~라이' 액션!!!

왼손 주먹 쥐고 엄지로 좌측 '오라이'할 때 입술을 삐뚤었다. 열정이 과다한 4분에 4박자였다.


회장오빠가 먼저 외쳤다. 새우! 다음 순번이 우유!!

내 차례다. 윽~ 생각이 안 나서 순간 지어냈다.


"유두!!!"

순간 선생님들이 조용해졌다. 얼음 땡도 아닌데

얼어있는 분위기다. 난 유두가 뭔지 모르고 '끝말 했기'

한 것뿐인데 겨울날 다락방 공기였다.



시골 예배당에 도착해서 시원한 수박도 주셨다.
엄마가 혹시 수박 주게 되면 조금만 먹으라고 했는데
진짜 수박이 나왔다.

엄마는 1999년 지구종말 예언자 같았다.

그리고 잘 때 혹시 오줌 싼다고 기저귀를 넣어주셨다.

난 초경도 시작한 어른이라서 창피해서 안 찼다.


노을이 맛있는 감빛으로 변하고 허수아비도 보였다.

예배당에서 방석을 나눠줬고, 주여! 삼창을 시작했다.

따라 했다. 그리고 기도를 하라고 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그리고 엄마랑도 사이좋게⋯'


그때 뒤에서 따라오신 권사님과 선생님들이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 술 많이 먹은 아저씨도 아닌데 혀가 꼬부라졌다. 무섭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였다.


' 얄라카따 아바바바 쉐브리랄라 라라라'


계속 듣다 보다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난 어른 됐으니까 따라 해야 한다.


'안따캅따 아브부브 쉰나리 라라라라'


그리고 간식 시간에 아이들에게 자랑했다.


" 너희들 방언할 줄 알아? 난 했다요~"


사실 반 거짓말 반이라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올 때는 끝말잇기를 안 하고 '실로암'을 부르면서 왔다.

'어두운 밤에 깜깜한 바~암에 새벽을 찾아 떠난다'

내 맘이 더 깜깜했다. 유두가 뭐길래 끝말잇기를

안 했는지, 막내 고모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땐 왜 그랬을까

사실 반 거짓 반을 인식했다니 반반 치킨에 원조가 아닐까

용기 내어 방언을 해줘서 재즈 즉흥 부분 부를 때 도움됐어.


여름 방학은 길어서 탐구생활 숙제를 다해놓고

실컷 놀려고 하는데 끝에 세장은 이상하게 하기 싫다.

마루에 전축이 보였다. 핫도그 때문에 초경을 일찍 했다고 뻥친 고모가 남겨둔 LP판이 신경 쓰였다.

앞표지에는 머리가 노란 사람들이 민망한 바지를 입은 사진이었다.

아빠도 아니고 '아바'였다. 전축 고장 난다고 못 만지게 했었는데 방학이니까 내가 허락한다.

손으로 사마귀 긴 다리같이 생긴 것을 잡고 들쳤다가

놨더니 음악이 나온다. 얼린 주전자 녹는 소리 '지지직'


'댄스 퀸~ 오오오 댄스 퀸'


나도 막내고모가 시집가기 전에 했던 것을 흉내 냈다.

거울을 꼬나보면서 몸매를 자랑하듯 궁둥이를 쑥 빼고선

양손으로 뒷 머리카락을 들었다가 미역줄기가 쏟아지듯 튕겨봤다.

나팔바지가 아니라서 그런가? 하나도 안 똑같아서 전축을 꺼버리고 부활의 이승철오빠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가 나오면 영희, 경희, 미희 ⋯ 죄다 자기를 부르는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희야!! 날 좀 바라봐아~"


승철이 오빠는 얼굴이 하얗고 캔디의 테리우스 같았다.

베란다 창문에 햇빛이 케첩색으로 변할 때

바루바닥에 배 깔고 누우면, 시원허니 꿈나라로 갔다.

아이루달아 너를 사랑했던 고모는 목사님이 됐단다.

그리고 참 고마워.

네가 뭐든 용기 내줘서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게 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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