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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비키, 은퇴] 書藝-16

Le start!

by w t skywalker

새 학기가 밝았다.

이번에도 뉴 페이스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비록 몇 학기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에도 적지 않은 얼굴들이 오고 갔다. 그중에는 특이하게 동양화를 그리던 대학원생 친구도 있었다. 그림과 글씨 묘하게 어울리는 구석이 있었다. 서화동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난 치는 기법이 글씨 쓰는 기법과 똑같다는 사실! 알고 보면 놀랍다. 쓰고 보면 더 놀랍다. 난을 치고 보면 더더욱 놀랄 것이다.


기초반에 속하는 한 친구는 수재다. 기초반에서는 가장 먼저 가로 획 긋기와 세로 획 긋기를 배운 후, 동그라미인 'ㅇ'을 써 보는 것이 피아노에서의 바이엘과 같은 기초적인 코스이다.

그런데, 이 친구만이 배우지도 않았는데, 단번에 그 어려운 'ㅇ'을 그야말로 제대로 써낸 것이다. 그냥 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데, 그게 그런 것이 아니다. 스승님께서도 붓글씨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치신 이후로 난생처음이라며 그야말로 탄복을 하신다.

일반적으로 동그라미는 두 번에 걸쳐 나눠 쓰는 게 자연스러운데, 이 양반만 단번에, 중간에 붓을 쉬지도 않고 연속해서 한 바퀴를 전히 돌아 처음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것도 생 초짜가 말이다. 우리 모두 감탄사만 내두른다. 서예 신동이구만. 장래가 넘 촉망된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증만 더 쌓여 가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되는 것이냐? 아니면, 기대한 만큼 기대에 부응을 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과연, 이 신참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초보의 행운을 지나 기죽어지낼 것인가 아니면,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승승장구하며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인가? 그것 또한 흥미롭다.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 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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